故 신격호 20년전 쓴 자필 유언장 나왔다 "후계자는 신동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자필 유언장이 뒤늦게 공개됐다.
24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2000년 3월 작성된 유언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돼 오다 최근 발견됐다. 지난 1월 별세한 신 명예회장의 유품 정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지연돼 오다 최근에서야 재개된 탓이다.
이 유언장은 지난 11일 일본 법원에서 상속인인 자녀 4명(신영자ㆍ동주ㆍ동빈ㆍ유미)의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20년 전 신 명예회장이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엔 “롯데 그룹 후계자는 신동빈(롯데그룹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이후 롯데 그룹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유지(遺旨)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등 롯데그룹의 실무와 인사에서 배제하고, 나머지 가족도 경영에 관여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은 유언장에 한국어·일본어·영어 등 3개국어로 사인했다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언장 내용은 신동빈 회장이 이를 24일 한일 양국 롯데그룹 임원에게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롯데홀딩스는 이날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현 롯데홀딩스 사장은 대표직에서는 물러나고 이사직은 유지한다.
앞서 지난 4월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한 신 회장은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를 이끄는 단일 대표이사 사장과 그룹의 회장을 겸하게 됐다. “실질적으로 신 명예회장이 하던 역할을 이어받는 것”이라고 롯데지주 측은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님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언장 공개 후에도 신동빈 회장과 형인 신동주 회장의 화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동주 회장은 앞서 4월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의 건과 이사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담은 주주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앞서 신동주 회장은 2015년 7월부터 2018년까지 5차례에 걸쳐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지만, 모두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