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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 보냐" 말에 학생 극단선택…망신 준 '도덕쌤' 처벌받나

25일 경북 포항 한 중학교 자습시간

학생 소설책 보자 교사 "성인물 아니냐"

혼난 학생, 다음 시간 극단적 선택


학교에서 교사에게 혼난 중학생이 "무시 받았다"며 투신해 숨졌다면 그 교사에게도 책임이 있을까. 이는 지난 25일 경북 포항 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다. 이날 도덕 자습시간에 교사는 "성인물을 봤다"며 학생에게 약 20분간 엎드려뻗쳐를 시켰고, 학생은 "성인물이 아니다"며 항변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동 학대 전문변호사 두 명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사에게 모욕죄, 명예훼손죄, 신체적 학대죄 등을 적용할 순 있지만, 교권 침해의 문제도 걸려 있어 사건을 자세히 봐야 한다"고 했다.


신수경 법률사무소 율다함 변호사는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 보는 앞에서 모욕적인 말을 여러 차례 하면 교사가 주도해 학생을 왕따시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사례는 일회성이기 때문에 정서적 학대로 단정 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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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적용할 수 있다. 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이 책이 정확히 '성인물'인지 확인 없이 학생에게 "성인물을 봤다"고 벌을 줬을 경우다. 사건을 수사 중인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학생이 읽은 책은 15세 미만 관람 불가의 소설책이다. 장르는 전쟁 판타지다. 학생은 투신 전 도덕교과서에 "책의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고 서브컬처(비주류 문화)를 무시했다"고 썼다.


신명철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는 "만약 교사가 다른 친구들 앞에서 '왜 성인물을 좋아해'라는 식으로 비난했다면 모욕죄로 볼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책이 실제 성인물이 아닌데 성인물이라며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명예를 훼손했다면 명예훼손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 변호사는 교사가 단계적으로 지도 행위를 시도하지 않은 데엔 아쉬움을 비췄다. 신수경 변호사는 "체벌에는 단계가 있다. '수업시간에 안 봤으면 좋겠다'고 말로 지도한 다음에 책을 뺏어보고 그것도 안 되면 쉬는 시간에 아이를 따로 불러서 지도해야 한다. 그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 단순히 20분간 성인도 하기 힘든 엎드려뻗쳐를 하게 했다면 신체적 학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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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교사가 "진짜 성인물을 보는 줄 알았다. 교육적 목적의 훈육방식 중 하나였다"고 주장하면 교권 침해의 여지가 있어 또 다른 다툼이 될 수 있다. 신수경 변호사는 "자습시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행위까지 허용할 것인가에는 담당하는 교사의 재량이 작용하는 부분"이라며 "본인은 필요한 지도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명철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도 "교사의 잘못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따져볼 순 있지만, 자살과 선생님의 행위를 연결해 버리면 교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 교사 홍모(31)씨는 "교사 훈육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어떤 교사가 학생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라고 혼내겠느냐"며 "소극적인 학생의 경우 지도 시 교사도 신경을 쓰지만 이런 일로 교사가 전부 고소당한다면 아무도 학생을 훈육하려 하겠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구 중구의 중학교 교사는 "교사의 잘잘못은 따져야 겠지만 교사가 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난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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