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살인의 추억' 발칵…악마의 집 콘크리트 지하실에 주목
연쇄살인으로 복역 중 죄수, 뒤늦게 자백
당시 심증 있었지만 물증 없어 미제로
공범 아내가 증언 뒤집으며 급물살
유해 찾으려 범인 옛 집 수색 나서
17년 전 실종된 9세 소녀의 유해를 찾기 위해 프랑스 경찰이 악명높은 연쇄살인범이 살던 집을 전격 수색했다고 24일 AFP가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은 2003년 1월 하교 도중 행방불명된 소녀 에스텔(당시 9세)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르덴의 식인귀'로 불리는 미셸 푸르니레가 자백을 하면서 사건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는 1987∼2002년 10대~20대 여성 8명을 강간·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받고 2008년부터 감옥에 있다. 감옥에 갇힌 지 12년이 지난 올해 3월에야 그는 자신이 소녀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AFP는 "그는 살해 사실은 밝히면서도 시신의 소재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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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은 추가 조사 끝에 푸르니레가 과거에 살던 집에 시신이 있을 것으로 보고 프랑스 북동부 아르덴에 위치한 주택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수색에는 경찰관 50여명 외에 법의학 전문가와 고고학자, 군 기술자 등 대규모 인력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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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수색 이뤄진 적 없어...콘크리트 지하실에 주목
AFP는 "지금까지 이 민가는 한 번도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의 범죄가 시작된 1987년 이래 33년간 이 집은 비밀에 싸여 있었던 셈이다. 수사반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푸르니레가 콘크리트로 덮어놓은 지하실이다. AFP는 "굴착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땅속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레이더 장치도 동원됐다"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실종 소녀의 가족들과 지인들도 나와 수색 상황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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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색으로 푸르니레가 저지른 추가 범죄나 미발견 유골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그가 시간 간격을 두고 하나씩 자신의 범죄사실을 공개하고 있어서다.
그는 감옥에 있던 지난 2018년, 부르고뉴에서 실종된 지적장애인 마리 도메스(19세·1988년)와 프랑스 욘에서 시신이 발견된 영국 여대생 조아나 패리쉬(20세·1990년)를 각각 강간 살해했다고 뒤늦게 자백했다. 그리고 올해 에스텔 사건(9세·2003년)도 자기 짓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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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서 소녀 사진 나와...전처 배신에 결국 혐의 인정
형사들은 처음부터 그를 9세 소녀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었다. 2006년 그의 컴퓨터에서 에스텔의 사진이 나왔기 때문이다. 에스텔이 자취를 감췄던 파리 동쪽에 있는 게르망트에서 그가 운전했던 것과 비슷한 흰색 밴이 발견된 것도 의심스러웠다. 그는 운전 중 차를 멈추고 길을 묻는 방식으로 희생자들에게 접근, 이들을 차에 태운 뒤 납치해 범행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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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프랑스 경찰은 심증만 갖고 있었을 뿐 물증이 없었다. 푸르니레를 이 사건과 연관시킬 DNA 증거가 나오지 않았던 것. 본인도 혐의를 부인했다. 푸르니레는 소녀가 사라진 날 자신은 프랑스 국경 부근인 벨기에 남부에 있었다고 줄곧 주장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반전이 일어났다. 전 부인 모니크 올리비에가 기존 증언을 뒤집고 푸르니레의 알리바이가 거짓이라고 고백해버린 것이다. 전처의 '폭탄 발언'에 그도 결국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 여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차에 동승하는 등 남편의 범행을 도운 올리비에 역시 종신형으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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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는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이 내려진 이들에게 사법부가 더 내릴 처벌은 아직까지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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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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