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에 갇혔던 한국인 1800명, 저마다 보상이 달랐던 이유
[여행의 기술] 천재지변 대처법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각) 태풍 위투가 사이판을 강타하면서 한국인 약 1800명이 고립됐다. 공군 수송기를 타고 이웃 섬 괌을 거쳐 서둘러 귀국한 여행객도 있었고, 며칠 더 머물다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임시편을 타고 돌아온 여행객도 있었다. 예정보다 섬 체류가 길어진 여행객은 추가 경비를 어떻게 부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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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억해야 할 원칙.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항공사나 여행사에 고객을 돌볼 책임이 없다. 사이판의 사례를 보자. 항공사는 공항 폐쇄 때문에 띄우지 못한 비행기를 며칠 뒤 투입했을 뿐, 고객에게 별도의 보상을 하지 않았다. 여행사 고객 중에는 일부만 체류비를 지원받았다. 하나투어·인터파크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가 고객이 귀국길에 오르기까지 숙박비 전액 혹은 일부를 지원했다.
같은 여행사를 통했어도 항공권과 호텔만 예약한 ‘개별여행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나투어 조일상 홍보팀장은 “항공권·호텔 예약이 구매 대행의 개념이라면 패키지 여행상품은 여행사가 직접 기획한 상품이기 때문”이라며 “자연재해는 여행사에 보상 책임이 없지만, 도의적 차원에서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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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도네시아 발리 화산 폭발, 9월 일본 오사카 태풍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사카 태풍 때 항공사는 고객이 고베·나고야 등 인근 공항을 통해 귀국하도록 안내만 했을 뿐이었다. 이때도 일부 여행사는 패키지 고객에게 교통편을 제공했다.
여행 예정 지역에 천재지변이 발생한다면? 사이판처럼 정부 지침이 분명하면, 항공사·여행사는 현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위약금 없이 전액 돌려준다. 다만 애매한 경우가 있다. 9월 홋카이도 지진 때는 취소 위약금 문제로 얼굴을 붉힌 사람이 많았다. 고객은 여진이 걱정돼 취소하길 원했지만, 항공사와 호텔은 정상 영업 중이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맞섰다. 보상·환불 기준도 업체마다 제각각이어서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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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는 자체 과실로 출발 지연이나 결항이 발생하면 고객에게 보상해야 한다. 기상 악화 같은 ‘불가항력적 사유’가 있을 때만 책임이 면제된다. 그래도 의무는 있다. 비행기에 승객을 태운 채 국내선은 3시간, 국제선은 4시간 이상 출발을 늦춰선 안 된다(출발 예정 시각 기준). 30분마다 지연 사유와 진행 상황을 승객에게 알려야 하고, 지연 2시간이 넘으면 음식물을 제공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라서다. 가만히 기억을 되살려보시라. 출발이 한참 늦어진 것 같지만, 2시간이 넘었던 기억은 좀처럼 없다. 2017년 이스타항공은 안개와 폭설로 인천공항에서 10시간 이상 승객을 태운 채 출발하지 않았다가 집단소송을 당했다. 결국 승객 1명에 55만원씩 물어줬다.
개별여행객은 여행자보험이 그나마 대안이다. 최근 들어 항공 지연 출발 사례가 늘어나자 삼성화재·에이스보험 같은 보험사가 관련 보장 내용을 추가했다. 항공사 과실은 물론이고 기상 상황으로 인한 피해도 보상해준다. 항공사 지연 관련 증빙서류와 식사·통신·숙박·교통비 등 영수증을 챙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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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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