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과 야만의 아슬아슬한 경계, 3만원 넘는 OO고기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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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세계여행 - 노르웨이 고래 고기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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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고기는 지구에서 가장 논쟁적인 육류 중 하나다. 대부분의 국가가 고래잡이를 엄격히 규제한다. 멸종을 막기 위해서다.
예외도 있다. 일본‧노르웨이‧아이슬란드처럼 포경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국제 사회와 환경·동물단체의 비난이 있긴 하나,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식문화라고 항변한다. 노르웨이의 경우 매년 약 800~2000마리로 제한해 밍크고래를 잡아들인다. 노르웨이 서부 해안에 10만 마리 이상의 밍크고래가 서식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연구 목적으로 고래를 포획하기도 하나, 식용 목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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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고기를 먹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수육 형태로 먹어왔다. 고래 유통이 활발한 일본에서는 회나 초밥 형태로도 즐긴다. 노르웨이에서는 대개 굽거나 튀겨 요리하고, 훈제한 고래 고기도 흔하다. 고래 고기는 열두 가지 맛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집이 큰 만큼 부위별로 다양한 맛을 낸다. 특유의 향과 기름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이도 많다.
고래 고기는 비싸다. 이건 만국 공통이다. 유통량이 적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2년 전 노르웨이의 항구도시 베르겐에서 밍크고래 수제 버거와 스테이크를 맛본 적이 있다. 향이나 맛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식감은 소고기와 말고기의 중간쯤이었던 것 같다. 가격만은 기억이 또렷한데, 버거 하나에 255노르웨이 크로네(약 3만3500원. 노르웨이 물가는 살인적이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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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1851년 소설 『모비 딕』에는 고래 고기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등장한다. 작가는 고래 식용에 질색하는 이들을 향해 “거위를 못 박아 놓고 간을 비대하게 부풀려 푸아그라를 즐기는 세련되고 교양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모순적인 태도를 꼬집는다. “고래는 섬세한 맛을 내기엔 너무 기름지다”든지, “좋은 고래 스테이크는 질겨야 한다”든지, “고래의 뇌 자체는 어찌나 맛이 좋고 부드러운지, 석 달쯤 자란 코코넛의 하얀 과육처럼 투명하고 거의 젤리 같다”든지 하는 맛깔나는 묘사도 찾을 수 있다.
고래 고기를 먹는 게 죄는 아니다. 한국 역시 포경을 막고 있지만,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에 한해서는 유통이 가능하다. 울산 장생포에 고래를 다루는 식당이 몰려 있다.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가 활발하다. 고래 사냥에 대한 태도는 나라마다 다르나, 고래 고기가 먹거리로서 여러 문화권에 뿌리내린 역사만큼은 사실이다. 야만일까, 미식일까.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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