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르 윤기가 흐르는 밥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반대로 푸석하게 말라버린 밥은 제아무리 진수성찬과 같이 먹어도 맛이 없다. 밥은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주방일에 능숙한 사람도 가끔 밥 짓기에 실패할 때가 있다. 도정한지 오래돼 푸석한 쌀을 썼다거나 물 조절에 실패했을 때가 그렇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아 맛있게 밥 짓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밥 짓기의 첫 단계는 쌀 씻기다. 쌀을 씻을 땐 첫물은 가능한 한 빨리 따라내 버란다. 오래 두면 쌀겨 냄새가 배어 맛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박박 문질러 쌀을 씻으면 쌀알이 부서지므로 가볍게 휘젓듯이 씻는다. 쌀은 찬물에서 30분 정도 불린 후 밥을 짓는다. 밥물을 맞출 땐 햅쌀은 1대 1, 묵은쌀은 1대 1.3~1.5 정도가 적당하다. 하지만 오래된 쌀은 이렇게 해도 밥을 지었을 때 푸석하고 맛이 없다. 쌀이 도정 과정을 거치면 껍질이이 벗겨지면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산화돼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건 올리브유다. 평소처럼 똑같이 쌀을 씻어 밥을 짓는데, 조리 직전 밥솥 안에 올리브유 3~4방울 뿌린다. 이렇게 하면 밥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밥이 완성되면 주걱으로 위아래를 뒤집으면서 잘 섞어준다. 그래야 밥알끼리 공간을 두고 떨어지면서 밥이 덩어리져서 굳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밥맛 좋기로 소문난 식당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갓 지은 솥밥. 집에서 솥밥을 할 땐 무쇠주물냄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쌀밥도 훌륭하지만 제철 재료를 더하면 풍미가 진한 밥을 맛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을엔 맛이 좋고 쫄깃한 식감의 송이버섯을 활용하면 담백한 송이버섯밥을 지을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2인분을 기준으로 했을 때 30분간 불린 쌀의 물기를 빼고 냄비에 담은 후 물 2컵을 부은 뒤 다시마 한 조각을 올려 뚜껑을 닫고 중불로 밥을 한다. 물기가 밥에 거의 스며들고 밥이 어느 정도 익으면 먹기 좋게 자른 송이버섯을 얹고 뚜껑을 닫아 가장 약한 불에서 뜸을 들이면 완성된다. 다만 생버섯을 이용할 경우 버섯에서도 물이 나오기 때문에 밥물을 조금 적게 넣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솥밥을 더 맛있게 짓는 팁도 있다. 바로 육수. JW메리어트 서울의 일식당 ‘타마유라’는 솥밥을 내는데 이때 가쓰오 육수를 넣어 솥밥을 짓는다. 가쓰오 육수에 다시마·사케·미림·간장·소금을 조금씩 넣어 조리하면 쌀에 감칠맛이 배어 훨씬 더 맛있다. 별다른 반찬 없이 솥밥만으로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사토 히로히토 타마유라 셰프는 “육수를 낼 때 연수를 사용하면 육수가 더 잘 우러난다”며 “밥이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인 후 10~13분 정도 가열하면 완성되는데 이때 1분 정도 센 불에서 달궈주면 누룽지가 된다”고 귀띔했다. 솥밥은 뜸 들이기도 중요한데 뚜껑을 덮고 불을 끈 채로 10분 정도 기다린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