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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떨어진 기온…체온 올리고 소화 돕는 생강으로 체력 끌어올리기

자잘하게 아픈 게 일상일 때, 또는 크게 아픈 후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이때의 문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영양사 경력 20년이 넘는 전문가도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해요.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BNCL)’의 정성희 소장이 치열하게 겪은 경험담입니다. 스스로 임상 실험하며 염증 수치는 제자리로, 체중은 20㎏ 감량한 정성희 소장은 아픈 후에야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하죠. 건강관리에 진심인 영양사가 ‘애정’하는 식재료는 어떤 것들일까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COOKING 〈나를 바꾸는 음식〉에서 확인해보세요.

나를 바꾸는 음식 : 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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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은 소화를 돕고 혈행을 촉진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준다. 사진 픽사베이

‘과식’ 그리고 ‘염증 유발 음식’ 피하기


건강을 위해 체중감량을 시작한 내가 스스로 정한 규칙이다. 그렇게 체중의 15% 정도를 감량하자 눈에 띄는 결과들이 나타났다. 우선 몸의 부피가 줄어 체형이 바뀌고 체지방도 감소했다. 또 부종이 감소하고 혈액 검사의 수치도 좋아졌다. 그렇게 1차 감량에 성공했지만,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체력은 더 떨어진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체지방의 순기능을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체지방 조직은 음식이 충분치 않을 때를 대비하는 에너지 저장고인 동시에 체온 유지의 단열재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살 그만 빼도 되겠어”, “어딘가 아파 보인다”라는 말까지 듣곤 했다. 그렇지만 내가 서 있던 곳은 애매한 과체중과 비만의 경계선이었다. 불균형한 체지방의 비율은 대사기능 저하와 염증 수치 상승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여기서 그만두면, 3주 만에 원래 체중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 즉 ‘건강관리’라는 목표도 흐지부지될 수 있단 뜻이다.


‘찐 건강관리’는 감량 후부터 시작이다


사실, 진짜 건강관리는 여기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내게 필요했던 건 ‘체력’이었다. 실제로 살을 빼자 몸에는 빈 곳이 많이 생겼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체온이 떨어졌고, 소화력까지 부쩍 약해졌다. 그리고 염증 관리를 지속하면서 여름 동안 빠져나간 에너지도 채워야 했다.


그런 이유로 선택한 식재료가 ‘생강’이다. 생강에 함유된 단백질 분해 효소 ‘진지베인’은 위장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생강의 매운맛 성분인 ‘진저롤’과 ‘쇼가올’ 역시 소화를 촉진하고 메스꺼움을 완화한다. 또 혈행을 촉진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담즙 배설을 촉진해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트리며 고지혈증과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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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은 껍질을 벗겨 다지거나 강판에 갈아 활용하면 된다. 번거롭다면 시중에 파는 다진 생강이나 생강가루를 사용해도 괜찮다. 사진 픽사베이

항염증, 항산화 작용과 함께 통증을 완화해주는 기능도 있다. 실제로 생강을 섭취했을 때 가래 생성이 과도해지는 것을 억제해주며, 여성 생리전 증후군을 완화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에서 보는 생강의 기능도 이와 비슷하다. 아유르베다에 따르면 “생강의 성질이 모든 체질의 균형점을 맞추는 데 도움을 주고, 몸의 산성도를 올리지 않고도 소화를 촉진하며, 생강의 긁어내는 성질이 가래 제거나 류마티스성 관절염증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소화를 돕는 식품이자 최고의 약재 ‘생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면, 우리 집 식구들은 따뜻한 물에 레몬즙과 저민 생강을 넣어 마신다. 생강은 껍질을 벗겨 다지거나 강판에 갈아서 활용하는 편이지만, 시중에 파는 다진 생강이나 생강가루를 사용하기도 한다. 9~10월 제철 생강이 출하될 때는 직접 생강청을 만들어 보관한다. 생강즙에 원당을 넣어 만든 생강청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기관지가 예민할 때나 감기에 걸렸을 때 생강차를 마시면 초기 증상을 호전시켜 주기 때문이다.


요리에도 생강을 자주 활용한다. 생강·양파·당근·버섯·견과를 다져 밥과 함께 볶아 먹기도 하고, 강황을 넣은 통밀반죽에 돼지고기·부추·마늘·두부·생강을 넣어 만두를 찌면 체력을 올리는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만두는 생강을 듬뿍 올린 양념장을 얹어 먹는데, 소화를 돕는 생강 덕분에 만두가 술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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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을 넣어 만든 만두는 체력을 올리는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사진 정성희

가볍게 먹고 싶을 때는 얇게 채 친 생강을 볶다가 푸른 채소를 더해 살짝 볶아내는데, 단순한 음식이지만 오히려 원재료의 향과 맛이 살아나 입맛을 돋워준다. 또 관리 중이라 술을 마실 순 없는데 파티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레드와인·시나몬·레몬·정향·사과·배·오렌지·생강·원당을 넣고 뱅쇼를 만들어 마신다. 하다못해 스무디를 만들 때도 생강을 넣는 편이다. 바나나와 키위가 주재료지만 소화력을 높이기 위해 생강을 더해 스무디를 만든다.


‘좋은 컨디션’을 위한 건강관리


건강관리의 핵심은 ‘소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은 음식의 소화가 원활해야 영양소가 분해돼 몸의 에너지와 대사 작용에 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몸에 남아 있으면 염증을 유발한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길고 더웠다. 보통 긴 무더위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컨디션이 좀 나아질 거라 여기지만, 이때야말로 시름시름 앓는 사람이 늘어난다. 기후변화가 심해져 계절의 경계가 모호할수록. 평소보다 체온조절이 쉽지 않고 몸의 소화력마저 떨어지기 쉬워서다.


물론 건강 규칙을 세워 열심히 지키고, 루틴을 반복하며 관리해도 아플 때가 있다. 다만 적당히 앓고 금세 회복할 수 있다면, 조금 쉰 후에 컨디션이 괜찮아진다면 충분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가 내리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소나기를 맞을지 가랑비 정도로 가볍게 맞을지의 차이라는 뜻이다. 체온과 소화력이란 ‘건강 코어’를 단단히 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10월의 건강관리는 생강과 함께 시작하길 권해본다.


정성희 영양사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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