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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펀딩 회사 '와디즈'가 성수동에 오프라인 연 까닭

남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18> 신혜성 와디즈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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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는 ‘디지털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투자 방식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내실을 키워온 회사다. 창립 9년 차에 돌입한 올해 4월 갑자기 서울 성수동에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했다. 이름은 '공간 와디즈'. 디지털 세상에서 급성장한 와디즈는 왜 갑자기 오프라인 공간을 열었을까. 공식 오픈을 1주일 앞둔 지난 17일 공간 와디즈에서 신혜성 대표를 만나 물었다.


누적 중개 금액 3000억원, 누적 프로젝트 수 1만6700건, 누적 회원 수 250만명.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회사 설립은 2012년) 지금까지 와디즈의 성공을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와디즈는 창업자가 시제품을 소개하고 펀딩을 받아 제품화하는 ‘리워드 펀딩’과 핀테크·인공지능·금융·문화 등의 분야 상품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배당을 받는 ‘투자형 펀딩’ 두 가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없거나 제품 홍보와 시장 테스트가 필요한 ‘메이커(창업자·판매자)’와 ‘서포터(소비자·투자자)’를 디지털 공간에서 연결해 왔다.


비대면 창업과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가능케 했던 와디즈는 론칭 후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었고, 지난 3월엔 한 달간 사이트 방문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펀딩 규모는 최근 5년간 매년 250%씩 성장해 지난해 1435억에 달했다. 올해 목표는 4000억원이란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성공 가도를 질주 중인 신 대표가 이번에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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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디지털로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가 왜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했나.


A :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함이 있었다. 와디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제품을 만든 메이커는 온라인으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부분을 아쉬워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다 할 수 없다’는 점도 늘 마음에 걸렸다. 판교 본사에서 팝업 공간을 운영하면서 같은 제품도 보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게 판단한다는 걸 알았다. 시제품을 보기 위해 일부러 팝업 매장을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남긴 리뷰는 상당히 정확하고 깊이가 있어서 제품 출시 전 프리뷰 성격으로 제품을 완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우리가 생각했던 ‘협력적 소비문화’를 더 잘 만들어가기 위해선 시제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상설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낀 후 준비 기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와디즈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같은 정체성에 대한 질문부터 '오프라인 공간은 고객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나' '우리는 이곳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나' 등등의 공간 계획까지 수많은 고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Q : 왜 성수동인가.


A : "첫 후보지였던 한남동은 주말마다 나가 시간을 보내보니 분위기가 우리와 달랐다. 와디즈의 고객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한남동은 감성은 뛰어났지만 고급 브랜드 매장, 비싼 레스토랑 위주여서 불편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도 후보지였는데 건물주가 계약 직전 말도 안 되게 보증금을 올렸다. '일이 이쯤 진행됐으니 돈을 올려도 계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꼼수였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원한 건 스타트업 공간이었는데 엉뚱한 것에 한눈을 팔고 있었다. 바로 성수동으로 방향을 돌렸다. 성수동은 와디즈 초기부터 함께해온 스타트업들의 근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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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와디즈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 사이, 어느 역에서 출발해도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 주택가 안쪽에 있다. 작은 공장과 단층 빌라들이 자리 잡은 골목길 안쪽에 투박하게 쓰인 '공간 와디즈'라는 간판과 상징물인 동그란 공 모양의 파란색 캐릭터가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원래 이곳은 종이박스 제조 공장과 통신사 콜센타가 나눠 쓰던 오래된 공장 건물이다. 1180㎡(357평) 대지 위에 세워진 2층짜리 건물 전체를 사용한다. 1층(스페이스)은 현재 펀딩을 진행 중인 메이커의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플레이스)은 펀딩이 완료된 메이커의 제품을 판매하는 부스와 카페, 공유 오피스가 있는 공간이다. 지하 1층(스퀘어)에선 기업 IR 행사, 커뮤니티 모임, 토크 콘서트 같은 스타트업 관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옥상은 메이커와 서포터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다.


Q : 위치가 상당히 외지다.


A : "콘텐트가 분명하면 사람들은 찾아온다. 와디즈는 많은 콘텐트를 갖고 있다. 때문에 굳이 대로변에 있을 필요가 없다. 공간의 성격을 규정할 때 처음 잡은 단어가 '어웨이크닝'(awakening·일깨움)이었다. 사람들이 와디즈에 기대하는 건 예상치 못했던 물건을 발견했을 때 '이런 게 있었어?' 같은 반응 아닐까. 성수동은 숨은 진주 같은 공간이 많은 동네다.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보석같은 창업자와 아이템을 발굴해내는 우리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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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도가 많이 떨어졌다. 굳이 지금 오픈한 이유가 있나.


A :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사태가 진정된 이후를 위해 지금은 기반을 닦고 있다는 생각으로 추진했다. 공간 와디즈는 방문 고객 수가 중요치 않다. 유저들에게 그동안 제공하지 못했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면 성공이고, 이를 지속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와디즈가 국내 첫 크라우드 펀딩 회사는 아니다. 2014년 첫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이미 국내엔 몇몇 크라우드 펀딩 회사가 있었다. 하지만 독보적인 사업 모델과 자신만의 감성으로 와디즈는 이들을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Q : 와디즈만의 성공 비결을 키워드로 꼽는다면.


A : "무엇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공간을 만들 때도 같았다. TF를 만들었을 때 빨리 가려는 욕심에 자꾸 산으로 가더라. 욕심은 비교에서 나온다. 나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와디즈는 아직 유니콘 기업이 아닌데, 다른 창업자들과 비교했을 때 빨리 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집중하며 길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Q :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은.


A : "창업자는 철저히 현실주의자가 돼야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이 '리스크(risk·위험요소)를 취하고 데인저(danger·위험)를 멀리하라'는 것이다. 도전해야 할 때는 늘 리스크를 챙겨야 하지만, 철저하게 데인저가 뭔지 파악하고 절대로 취하지 말아야 한다. 둘의 구분은 간단하다. 누가 봐도 무모한 일은 데인저다. 리스크는 내가 이걸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치가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예를 들면, 공간을 만들겠다는 선택은 리스크 테이킹, 공사를 할 때 안전장치를 안 한다거나 예산 산정 과정에서 허술한 검토를 하는 건 데인저 테이킹이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사람이 데인저 테이킹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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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창업은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A : "생활에서, 사회에서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어떡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질문하다 보면 꽤 많은 사업 아이디어가 나온다. 문제 해결 방법이 메가 트렌드와 맞으면 그게 바로 창업 아이템이 된다.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가 뜬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지만 배달, 온라인 강의 등 1차원적인 이야기가 많다. 본질을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발전가능성이 있는 사업 기회들이 보인다. 덧붙이면 '사장이 되고 싶어' 창업하고 싶다는 사람이 꽤 많은데 한심한 소리다. 좋은 팀을 만나야 창업을 할 수 있는데, 사장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면 힘들다. 장사를 하고 싶은 건지, 좋은 팀을 꾸려 창업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본질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Q : 코로나19 이후 와디즈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 "당장 나타난 변화는 고급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같은 오프라인 채널의 상품 문의가 많이 들오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비대면의 필요성이 대두대며 온·오프라인의 중간 지점에 있는 교육·지식 사업 등 새로운 사업 모델도 탄생할 것이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와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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