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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에 기밀 누설···삼성 '가이드라인'도 바꾼 직장인 유튜버

[기업딥톡]③ 직장인 유튜버 바라보는 기업들 복잡한 심정

[기업딥톡]③ 직장인 유튜버 바라보는 기업들 복잡한 심정


66만6163개. 국내에 있는 기업체 수(2017년 기준)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인 셈입니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기 전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중앙일보가 새 디지털 시리즈인 [기업 딥톡(Deep Talk)]을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기업의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꿈ㆍ희망ㆍ생활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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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돌디’는 지난해 6월, 8년간 몸담았던 삼성전자에서 퇴사했다. 이유는 회사와의 갈등. 과거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회사에서) 겸업 금지를 문제로 삼아서 퇴사시킬 수 있다는 위협적인 말을 들었다”는 고백까지 했던 그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에서 나온 그는 현재 전업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직원들이 지켜야 할 소셜미디어(SNS) 규칙 등을 담은 'SNS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은 게시하지 않는다 등의 항목에 '영상'이란 단어를 추가한 것. 삼성전자 측은 "기존 가이드라인이 텍스트 중심의 SNS에 맞춰져 있어 여기에 영상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가 대세로 부상하면서, 직장인 유튜버도 늘고 있다. ‘주 52시간제’의 빠른 도입 덕에 생긴 자투리 시간을 유튜브 관련 콘텐트를 제작하는 데 쓰는 이들이 증가했단 얘기다. 하루에도 수백개씩 이들이 올린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기업들과 직원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이를 통해 기업 관련 정보가 여과 없이 새어나갈 수 있어서다. 또 일부 직장인들이 회사 일은 제쳐놓고, 유튜브에 매달리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도 부담이다.



회사 비꼰 직원에 징계 내린 시중은행도


직장인 유튜버로 인한 기업 이미지 훼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S 은행은 지난해 말 20대 여성 행원 A 씨에게 인사 경고 조치를 내렸다. A 씨가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직장 내 문화를 비꼰 게 발단이 됐다. 영상 속에서 A 씨는 직장 이름을 밝히지 않는 등 나름의 보안에도 신경 썼지만, 영상 속 은행 굿즈(특정 브랜드가 들어간 기획상품)를 구독자들이 찾아내면서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덜미가 잡혔다.



퇴사한 유튜버가 회사 비난해도 속수무책


삼성물산 출신 유튜버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구독자 36만명)’는 2018년 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삼성을 나온 이유'를 설명하면서 "악착같이 버티고, 젖힐 사람은 젖히고, 속일 사람 속여야 했다”며 “회사가 잘되든 말든 내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9만회(올 1월 기준)가 넘는다. 전직 직원 출신 유튜버의 저격에도 삼성물산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삼성물산(건설 부문 기준)의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1000명 선에 그친다.


20대 기업에서 일하는 한 홍보 담당 부장도 “유튜버 활동이 회사 일에 지장을 주는 건 둘째치고, 직원이 유튜브에서 한 말이나 정치적 성향이 회사 전체의 입장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며 “유튜브 때문에 기업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재정비하는 기업 늘어


물론 기업들도 나름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취업규칙'이나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기업이 최근 부쩍 늘었다. 한 예로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A사는 최근 '디지털 콘텐트 활동 가이드'를 만들어 직원들에 배포했다. 가이드는 자못 구체적이다. “사무공간ㆍ비품 등 회사 자산을 노출하거나 이를 콘텐트 촬영 및 제작에 활용하지 못한다”고 못 박은 게 대표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튜버로 활동하는 직원이 부쩍 늘고 있어 사전 예방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유튜버 사이에서 인기인 브이로그(비디오 블로그)에선 회사 결재서류가 등장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나마 이 회사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10대 그룹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은 적절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하고 속만 끓인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젊은 직원들의 유튜버 활동을 금지하면 '꼰대 기업'이란 비판을 받을 것 같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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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업들은 직장 내 유튜버 활동을 제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도 안다. 세계 최대의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가 지닌 막강한 파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유튜브를 활용해 쏠쏠한 성과를 내기도 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9월 유튜브에 공개한 기업 광고는 5개월 만에 1억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아이돌 모델 하나 없이 과거 인기 TV 프로그램인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의 오프닝 곡을 가져온 것만으로 낸 성과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유튜브로 밀고 있는 스키노맨(SK이노베이션+맨) 프로젝트는 최근 출장 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스키노맨으로 활동 중인 이 회사 직원 중 일부가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출장 중간에 스테이크를 즐기는 모습을 내보내면서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끼니를 못 챙길만큼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 현지에서 팀 단위로 회식을 함께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인 63% "유튜버 도전할 것" 평가는 엇갈려


기업들은 걱정하지만, 직장인 유튜버를 바라보는 직장 동료들의 시선은 대부분 부러움으로 점철돼 있다. 10대 기업에서 일하는 40대 부장은 “스스로 낚시 유튜버에 도전했으나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영상을 올려야 해서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며 “퇴근하고 아르바이트 뛰는 거랑 같은 건데 회사가 일괄적으로 막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에서 일하는 30대 과장도 “평소 페이스북에 맛집 리뷰를 올리는데 꽤 인기가 좋다”며 “이제 유튜브로 맛집 리뷰에 도전하려 한다. 용돈이나 벌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10월 354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2233명)가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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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어”


그럼 직장과 유튜브를 병행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권태혁 공인노무사는 “직장내 취업 규칙이나 가이드라인 등에서 직원의 유튜버 활동을 금지할 수 있지만 (기업이) 직업 선택 및 사생활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규정은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기업의 한 사내 변호사는 “직원들이 주말에 공사장 잡역부 등으로 아르바이트하는 걸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일정한 선만 지킨다면 직장인 유튜버의 활동을 막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알려왔습니다=직장인 유튜버 관련 취업 규칙을 바꿨다는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가 취업 규칙이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가이드라인'을 수정한 것이라고 알려왔기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 기사를 수정합니다.


강기헌ㆍ이소아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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