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판삼겹 즐기는 한국인 7년차…“아들이 귀화하겠다면 생큐죠”
2016년 귀화 후 한국을 떠나지 않고 골문을 굳게 지키는 캐나다 출신 맷 달튼. 김현동 기자 |
HL 안양은 지난 7일 일본 하치노헤에서 열린 2022~23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일본)를 2-1로 꺾고 선두(21승6패)를 질주했다. 캐나다 출신 골리 맷 달튼(37)이 든든하게 골문을 지킨 덕분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특별 귀화한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 7명 중 6명이 최근 몇 년 새 한국을 떠났지만, 달튼은 그대로 남았다.
1982년 한국 아이스하키는 일본에 0-25 참패를 당했지만, 2014년 HL 안양에 입단해 2016년 특별 귀화한 달튼이 골문을 지키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그는 한 경기에서 25개 안팎의 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달튼의 한국이름은 ‘한라성(漢拏城)’. 이름 그대로 소속팀 골문을 철옹성 같이 지키고 있다.
태극기를 배경으로 선 달튼. 김현동 기자 |
코로나19로 멈췄던 아시아 리그가 2년7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머물던 달튼도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5일 안양빙상장에서 만난 달튼은 “코로나로 전 세계 하키가 멈춘 기간 운 좋게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들과 훈련을 하면서 지냈다”며 “정몽원 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등 많은 분들이 저의 귀화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잘 안다. 은혜를 갚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그는 러시아와 체코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한국어가 서툰 편이지만, 그의 한국 사랑은 진심이다. 달튼은 “귀국하자마자 구운 김치랑 돌판삼겹살을 먹으러 안양빙상장 앞 고깃집으로 달려갔다. 석 달 전엔 아내와 아들, 딸, 장모님까지 한국에 오셨다. 현대차 박물관에 다녀오고, 안양 KGC 농구도 보러 갔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 그려진 마스크를 쓴 달튼. 연합뉴스 |
한국과 캐나다 이중국적자인 달튼은 지난해 3월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도 참여했다. 달튼은 “한국 국민으로서 대통령을 뽑기 위해 안양시 비산3동 행복복지센터에서 투표했다. 누굴 찍었는지는 비밀이지만, 스포츠 공약을 따져보고 신중히 찍었다”며 웃었다. 달튼은 팀 버스 안에서 후보자의 성을 외치며 투표를 독려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다. 달튼은 “한국 아이스하키가 처한 상황이 조선 시대 이순신 제너럴(장군)처럼 절박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한국 역사 공부를 좋아하는데, 요즘 서울 밤거리를 보면 불과 40년 전까지 통행금지가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달튼은 2017년 프로야구 두산 초청을 받아 시구를 했다. 사진 KBS N스포츠 캡처 |
달튼은 집에서 NHL과 메이저리그를 동시에 틀어 놓을 만큼 야구를 좋아한다.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한국프로야구 두산 팬인 그는 2017년 잠실구장에서 시구한 적도 있다. 달튼은 “두산의 새 감독 리(이승엽)가 ‘기본, 디테일, 팬’을 강조한 인터뷰도 찾아봤다. 새 시즌은 작년(9위)보다 나쁘진 아닐 것”이라며 “많은 토론토 팬들은 (부상 당한) 류현진의 재기가 쉽지 않다고 걱정한다. 여름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팀 전력상 보너스 느낌 정도”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한복을 입고 팀 동료들과 한식을 먹는 달튼(왼쪽). 사진 달튼 |
HL 동료였던 에릭 리건과 알렉스 플란트는 은퇴 후 소방관과 경찰이 됐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16명의 외국 선수가 특별귀화했지만,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귀화 선수는 단 3명 뿐이었다. 부상과 학업, 적응 등을 이유로 하나둘씩 한국을 떠났다. ‘일회성 귀화’란 지적도 나온다.
달튼은 “3명에게 물으면 3명 모두 다른 답을 내놓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귀화선수는 적어도 3년 정도는 대표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면 한다. 대회가 끝났다고 홀연히 떠나버리면 어긋난 게 아닐까. 갈팡질팡하고 감당하지 못 할거라면 차라리 귀화하지 않는 게 낫다”고 소신발언했다.
그는 또 “8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귀화 의사를 묻는다 해도 내 대답은 100%, 1000% 예스다. 아이스하키를 막 시작한 아들(허드슨)이 잘 성장해 한국에 귀화한다면 어메이징할 것”이라며 웃었다.
2018년 얼굴에 위장크림을 칠하고 대한민국 육군 체험에 나선 맷 달튼(가운데). [사진 안양 한라] |
37세인 달튼은 오는 4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변함없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예정이다. 달튼은 “시즌 후 플로리다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대표팀을 하고 싶다. 대표팀이 젊어지며 새로운 도전 중인데, 나중에 대표팀 감독이라든지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특혜를 돌려 드리고 싶다”고 했다.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과 캐나다가 맞붙으면 달튼은 누구를 응원할까. 그는 “경기 당일에 한국에 있으면 한국, 캐나다에 있으면 캐나다를 응원하겠다”며 웃었다.
■ 맷 달튼은…
출생 : 1986년 7월4일(캐나다 온타리오주 클린턴)
체격 : 키 1m87㎝, 몸무게 89㎏
한국이름 : 한라성(2016년 특별귀화)
포지션 : 골리
경력 : 2009~10 미네소타 베미지 주립대
NHL 보스턴 브루인스
2011~12 러시아 비티아스 체호프
2012~14 니즈니캄스크
2014~ HL 한라
한국 경력 : 아시아리그 우승 4회(2016, 2017, 2018, 2020)
세계선수권 월드챔피언십 승격(2017)
평창올림픽 출전(2018)
취미 : 프로야구 관람(토론토 블루제이스 및 두산 팬)
안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