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맛있는 설탕 있는데도 왜 새로운 단맛 찾을까
더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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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85)
감미란 우리가 먹었을 때 느끼는 단맛을, 감미료란 식품이나 음료에 넣어 단맛을 내게 하는 식품첨가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감미료에 대한 역사는 인류역사와 같이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식물에 있는 과일, 감초 등 단맛을 제하면 가장 먼저 사용된 것이 벌꿀이나 조청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이런 감미료를 사용하기는 하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탕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설탕이 값싸고 맛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일견 대기업의 물량 공세와 선전으로 우리의 입맛이 길들여진 탓도 있는 듯하다.
과거 우리가 못살던 시절, 설탕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고 최고의 고에너지식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은 식품이었다. 지금에야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어 너무 많이 먹어 탈내는 기피 음식이 되었다. 다들 살찔까 봐 걱정하고 성인병을 걱정하고 어떻게 하면 적게 먹을까 걱정하는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고열량인 설탕을 죄악시하는 사회 풍조를 초래했고, 먹고살기가 괜찮은 나라일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마저 보인다. 단, 비만 등 성인병을 걱정하지 않더라도 대체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식품이 있긴 하다. 심한 당뇨환자용이나 발효 후에도 단맛을 유지해야하는 경우가 그렇다. 설탕을 넣으면 생존 미생물이 먹어치우는 생탁과 단무지 등에는 인공감미료를 넣는다. 이들 식품이 꼭 달아야하나 하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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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도 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식약처가 ‘당류저감종합계획’을 2016년에 발표하고 올해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필요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즉 성인기준 하루 총 50g 이내의 설탕 섭취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거다. 결국은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식품에는 비만세까지도 고려하고 있단다. 일면 타당한 정책으로 들리긴 하나 언뜻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왜 사람들이 많이 먹어 탈을 내놓고, 그 탓을 식품에 돌리나.’ 필자 아니 설탕의 항변이다.
단맛에 대한 우리의 입맛은 이제 단것을 먹지 않고는 못 배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설탕의 단맛을 대체하는 저열량(칼로리) 혹은 무열량의 감미식품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동안 여러 대체물질들이 개발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렇지만 이상적인 감미료의 개발은 녹록지 않다. 물질이 어떤 구조를 가지면 단맛을 내는가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단맛을 내는 물질은 종류에 따라 그 맛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단맛을 띤다 해서 모두 대체감미료로 사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장 설탕에 가까운 단맛, 대신 설탕보다 열량이 적은 물질이 대체감미료로의 후보물질이 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체감미료는 50종류가 넘는다. 사용이 제한된 것도 있고 유해성 때문에 금지된 것도 있다. 이하 이들의 하나하나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최근 허가가 나 있고 많이 사용되는 몇 종류에 관해서만 설명한다.
◇커플링 슈가(coupling sugar) : 설탕 분자에 다른 당을 효소로 전이시켜 인공적으로 합성한 올리고당이며 단맛은 없어지지 않으나 소화는 거의 되지 않는다. 즉 무칼로리다.
◇자일리톨(xylitol) : 껌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물질이다. 자일로스(xylose)라는 5탄당을 화학적으로 환원해서 만든다. 감미는 그대로 유지되나 에너지원으로 잘 이용되지 않아 저칼로리 물질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충치원인균의 생육을 억제해 충치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있으나 실제 그 효과는 믿을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연구에 하루 1~2개 정도 씹는 자일리톨 껌으로는 충치 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식약처가 ‘충치 예방’이란 표시를 못 하게 했다. 예방에 도움을 주려면 매일 12~28개는 씹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스테비오사이드(stevioside) :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국화과 스테비아(Stevia rebaudiana)의 잎에 함유된 배당체 화합물이다. 설탕보다 약 300배의 단맛을 내는 천연 감미료이며 소주 등에 첨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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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aspartame) : 열량은 1g당 4kcal로 설탕과 같으나 감미는 200배나 높다. 설탕처럼 탄수화물계가 아니라 두 개의 아미노산이 결합한 합성물질로 설탕과 가장 비슷한 단맛을 낸다. 한땐 유·무해 의견이 분분했으나 현재는 안전한 물질로 허가 나 있다.
◇사카린(saccharin) :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합성 감미료다. 설탕보다 300배의 단맛을 낸다. 개발 당시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감미료로 인정받아 세계 각국에서 대량으로 유통되었으나 발암성 등의 유해 논란으로 시판이 금지되기도 했다. 캐나다의 한 엉터리 실험이 이런 사단을 촉발했으나, 2000년 재시험 결과 안정한 물질로 판명이 나 세계 각국에서 사용이 재개됐다. 우리도 규제가 풀려 현재는 오히려 항암물질로 대접받는 신분으로 상승했다.
◇슈크라로스(sucralose) : 화학적으로 합성한 감미료이며 단맛이 설탕의 600배에 이른다. 열량이 없고 소량으로 강력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현재 대체감미료로 아스파탐과 함께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탈리아 연구진의 비공개 연구에서 마우스에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으나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사이클이라 메이트(cyclamate) :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으로 설탕보다 30배의 감미를 낸다. 1960년대에 발암성, 남성불임 등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있어 국내 혹은 미국에서는 사용이 허가되지 않고 있으나 일부 국가에서는 허가가 나 있다.
◇아세설팜 칼륨(acesulfame K) : 설탕의 200배의 감미를 나타낸다. 국내에서는 막걸리에 아스파탐과 함께 첨가하고 있다. 맛이 좋고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알룰로스( allulose ) : 국내에서 대량 생산된다. 건포도, 무화과 등에 소량 있는 천연물질이긴 하나 양이 적어 효소 등을 사용해 과당으로부터 인공적으로 합성한다. 당도는 설탕의 70%, 칼로리는 5% 정도에 불과하다. 혈당지수를 높이지 않고 포도당의 흡수를 방해하며 지방의 합성을 저해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할 만한 연구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타가토스(tagatose)라는 비슷한 물질도 시판되고 있다.
세간에는 대체감미료뿐만 아니라 여타 식품첨가물에 대해서도 찬반논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허가된 기준치 이하라면 무해하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그 기준치는 엄격하게 정한다. 대상 동물의 만성독성시험을 통해 무해한 최대용량에 안전율을 곱해 산정한다. 보통은 그 양의 100분의 1, 조금이라도 우려가 있을 때는 200분의 1 내지 1000분의 1로 정한다. 체중 1㎏당 하루 섭취량으로 나타내며 이를 ADI(acceptable daily intake)라 한다. ADI는 매일 평생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양이다. 식품첨가물 중에는 첨가량에 상한이 없는 것도 있어 모든 첨가물에 ADI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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