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었던 삼치 구이는 '진짜 삼치'가 아니다
삼치의 고장 거문도의 별미 삼치회
구이로 즐기는 생선은 삼치 새끼 '고시'
갯사람은 길이 1m 넘어야 삼치 대접
부드럽고 기름진 맛…돌김과 찰떡궁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리가 먹은 삼치는 삼치의 새끼 ‘고시’다. 몸길이 30㎝에 몸무게 600~800g 정도 나가는 어린 삼치다. 반면 갯마을에서는 고시와 삼치를 구분한다. 키가 1m를 훌쩍 넘고 몸무게도 최소 3㎏ 정도 나가는 것을 진짜 삼치로 부른다. 훤칠하게 뻗은 삼치를 본 적 없는 우리야 고시와 삼치가 크기 말고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레짐작하지만, 고시와 삼치는 다른 식재료다. 올챙이가 개구리와 같지 않고 병아리가 닭과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남 여수나 제주도에서도 삼치를 잡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안강망(자루 모양의 그물)으로 낚는 게 대부분이죠.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스럽게 낚시로 길어 올린 거문도 삼치와 같을 수가 없죠.”
거문도가 속한 여수시 삼삼면사무소 강성수(60) 면장은 전국의 삼치 중에서 거문도 삼치를 윗길로 치는 이유를 설명했다. 거문도에서 나고 자란 삼삼면사무소 박인호(53) 부면장은 아예 거문도 삼치는 맛도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치는 남해뿐만 아니라 서해, 동해에서도 나요. 삼면에서 난 삼치는 눈으로 봐서는 다를 게 없어요. 근데 거문도 사람들은 거문도 삼치를 구분해요. 맛을 보면 짙은 바다 향이 납니다. 구로시오(黑潮) 난류의 영향을 받는 거문도 바다에서 난 삼치는 지방 함유량이 많아 더 부드러워요. 삼치가 봄·여름 산란기를 앞두고 몸집을 불리는 겨울철이야말로 삼치 제철이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삼치는 구이나 조림으로만 먹는 것이라고 알아온 지난 세월이 아쉽다고 말하자, 마 해설사는 “거문도 사람들도 삼치회 맛을 알게 된 지 30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90년대 후반까지 거문도에서 잡히는 삼치는 죄다 일본으로 수출됐던 터라 거문도에서도 상처가 있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삼치를 겨우 맛봤단다. 삼치는 신선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회로 뜨지 못하니 거문도에서도 하릴없이 삼치를 굽거나 조려야 했다. 중국산 저가 삼치가 일본에 공급되면서 일본의 거문도 삼치 수요가 줄었고, 대신 거문도산 삼치의 90%는 여수로 건너간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루기 가장 어려운 고기가 삼치야. 날이 조금만 따뜻해도 삼치살이 물러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두껍게 썰어야 해. 겨울에는 살이 단단해서 얇게 썰 수 있지. 회가 얇아야 입에서 더 살살 녹지. 겨울 삼치 맛을 못 잊어서 해마다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
여씨가 썬 삼치회는 곧장 겨울 삼치회를 목 놓아 기다린 누군가의 식탁으로 향했다. 삼치회 맛을 알아버렸으니, 찬바람이 불면 입안에 부드럽게 녹아내리던 기름진 그 맛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게 될 것 같았다.
거문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