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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5등→1등 사례 있다" 숙명여고 쌍둥이 아빠의 반격

1심 징역형 뒤 과외강사 '판박이 사례' 제보 받아

"단기간 성적 급등 가능" 항소이유서 100쪽


숙명여고 시험문제를 딸들에게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 교무부장 현모(52)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을 전망이다. 현씨 측 변호인은 ‘단기간에 성적이 급격하게 오르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해 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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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심 재판부는 유죄 이유 중 하나로 쌍둥이 자매 내신 성적이 단기간에 최상위권으로 올랐다는 점을 들었다. 언니는 3학기 만에 전교 121등→전교 5등→전교 1등, 동생은 전교 59등→전교 2등→전교 1등이 됐다. 전 과목 평균 점수는 각각 10점과 7점씩 올랐다. 내신 성적이 수직 상승하는 동안 전국 모의고사 성적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자매의 교내 정기고사 성적이 진정하게 실력에 기인한 것인지를 의심할 만한 정황임에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씨 측은 이를 뒤집을 만한 증인을 항소심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숙명여고 쌍둥이의 판박이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서다. 제보해 온 사람은 과외강사 A씨. 그는 ‘명문고 중위권 성적의 학생을 1년 만에 전교 1등으로 만들었다’고 광고하며 고액 과외를 해오다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검찰은 A씨를 무혐의 처분했는데 실제로 그가 가르친 학생의 전 과목 성적이 1년 만에 급등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 다니는 해당 학생은 1년 전엔 국어ㆍ영어ㆍ수학 성적이 각각 전교 38등ㆍ95등ㆍ60등이었지만 고액 과외를 받은 뒤 전교 2등ㆍ1등ㆍ1등으로 올랐다. 현씨 측은 A씨 사례를 들며 “쌍둥이 자매도 한 시간에 30만원 짜리 고액 과외를 받은 결과 성적이 급등한 것”이라고 항소심에서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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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씨 측이 또 하나 반전을 기대하는 부분은 쌍둥이와 아버지 현씨 간에 나눈 문자 메시지다. 언니는 시험을 열흘 앞두고 아버지에게 “저 이번 중간고사 잘 볼 것 같은데요”라며 학원 시험을 잘 봤다는 문자를 보냈고, 현씨는 “잘했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고 답했다. 동생도 시험이 끝난 후 현씨에게 “영어는 100인데 생물은 ㄱㄴㄷ 고르는 문제에서 생각 잘못해서 하나 틀린 것 같다”는 문자를 보냈다.

만일 부녀가 짜고 시험 문제 정답을 미리 암기해서 시험을 치게 했다면 아버지가 노력을 강조하거나 딸이 계산을 잘못했다는 식의 문자를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부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재판 막바지에서야 제출한 탓에 판결문에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재판부가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2심에선 이 부분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씨 측은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사법 살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재판 진행 과정 내내 이미 재판부는 현씨가 유죄라는 예단을 보였다”며 “1년을 끈 재판의 판결문이 고작 50여장이다. 우리는 그에 두 배인 100장 짜리 항소이유서에서 현씨가 무죄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유죄를 뒤집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험 기간 현씨의 수상한 야근 행적이나 시험지와 메모장의 ‘깨알 정답’, 정정 전 정답을 그대로 쓴 점 등 그에게 불리한 여러 정황에 대해 1심은 현씨 측의 소명이 충분히 않다고 보았다.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 성적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도 납득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판결문을 죽 읽어보면 재판부가 현씨의 유죄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검찰이 내세운 공소 사실 중 부실하다거나 허점이 드러난 부분이 한 군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쌍둥이 자매도 계속 무죄를 주장하면서 검찰에 의해 기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검찰은 이들이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정식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고 소년부로 송치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가정법원은 자매가 계속 혐의를 부인한단 점을 고려해 다시 검찰에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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