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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싸고 친절한 치과, 알고보니 중국면허…수천명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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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A치과의원은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는 환자들로 붐볐다. 원장이라는 B씨(60·여)가 싼값에 시술을 해주고 친절하기까지 한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B씨는 중국 치의대 출신에 현지 치과의사 면허만 가졌을 뿐 한국 의사 면허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한국인이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11일 보건범죄단속법상 부정의료 혐의로 B씨를 검찰로 넘긴 상태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서 수사를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15년 말부터 2018년까지 한국 치과의사 면허 없이 A의원에서 임플란트, 교정, 틀니 등의 시술을 한 혐의다. 그는 1주일에 3일씩 나가 일했다고 한다. 하루에 환자를 10명씩 받았다고 가정하면 총 범행 횟수는 3000회가량이다.



가명 쓰고, 국내 유명 치대 출신인 척


B씨는 범행 기간 가명(假名)을 썼으며, 국내 유명 치의대를 졸업한 것처럼 행세했다고 전해진다. 형편이 어렵거나 사회복지 등 공적인 일을 하는 환자에게는 무료 시술을 해주기도 했다. 2년 전 B씨한테 무료로 틀니 시술을 받았다는 사회복지사 안 모씨는 중앙일보에 “무면허 의사였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면허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부작용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부작용이 나타나면 피해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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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치대, 교육 수준 천차만별”


보건당국은 B씨 같은 중국 치의대 졸업자에게 한국 치과의사 면허 시험에 응시할 자격조차 주지 않고 있다. 중국 치의대는 저마다 교육과정이 들쭉날쭉하고 적정 수준에 미달하는 곳이 많다는 이유다.


김병국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원장은 “한국은 치의대가 11개밖에 안 돼 교과과정 등 표준 체계가 명확하지만 중국은 치의대의 수가 매우 많고 교육 기간도 수개월~5년 등으로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내 한 치과기공사가 중국 대학에 편입해 2개월 만에 현지 치과 의사 면허를 딴 뒤 한국에서 무면허 진료를 하다 2009년 적발된 적 있다.



피의자 “법 어겼지만 실력은 국내 최고”


B씨의 변호인은 “모든 중국 치과 의사들의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며 “B씨는 법을 어겼지만 실력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또 “B씨는 중국 모 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상태인데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그쪽으로 건너가 일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동종 전과가 2차례 있는데도 B씨가 또 범행을 저질렀다”며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은 지난달 30일 영장을 기각했다. B씨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도주 우려 등이 없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경찰은 B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정식 치과 의사 C씨(51) 도 같은 혐의로 검찰로 송치했다. C씨는 1주일에 2일씩 나가 신경치료 등 간단한 진료만 봤다고 한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A의원을 넘겨받은 다른 치과의사의 제보와 서울시치과의사회 고발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와 C씨의 역할 분담이 정확히 어땠는지, 범행 기간이 더 길진 않은지, 범행 병원이 추가로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최근 5년간 연간 보건범죄단속법상 부정의료 사건 수는 평균 185건가량에 달한다.


박현주·김민중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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