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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한 딸 장기팔겠다" 보이스피싱…택시기사 '쪽지'로 위기 모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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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납치됐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70대 여성이 '쪽지'를 이용해 택시기사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했다.

2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70대 여성 A씨는 지난 24일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A씨 딸의 이름을 언급하며 딸이 친구의 대출빚을 보증섰는데, 이를 갚지 않고 있다면서 돈을 요구해왔다.


이 남성은 "돈을 갚지 않으면 딸을 냉장고에 집어넣고 장기를 꺼내 팔아 빚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도 했다. 남성은 A씨에게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오면 돈을 받고 딸을 돌려주겠다면서, 외부와 연락할 수 없도록 통화를 끊지 말라고 지시했다.


A씨는 수중에 있던 현금 2000만원을 들고 집을 뛰쳐나왔다. 곧장 택시에 올라탄 A씨는 '딸이 납치된 것 같으니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기사에게 건넸다. 수화기 너머 남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택시 기사도 기지를 발휘해 부평IC 인근에서 교통경찰 옆에 차를 대고는 쪽지를 건넸다. 범인이 만나자고 한 목적지 주소도 함께였다.


사건은 즉시 인천지방경찰청을 통해 영등포경찰서 산하 대림지구대로 전달됐다. 경찰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곧장 잠복에 들어갔다. 범인이 경찰의 잠복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일부 경찰은 양해를 구해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변장해 주변에서 대기했다.


잠복조가 A씨 주변을 지키는 사이 팔에 문신을 한 말레이시아인 B(20)씨가 현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A씨에게 접근해 돈을 받는 순간,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변장한 경찰들이 달려와 B씨를 체포했다.


그러나 B씨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공범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 B씨를 압박했지만, 의사소통에는 스마트폰 번역기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결국 자신의 친구인 말레이시아인 C씨가 대기 중이라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주요상황 처리지침을 숙지해 지구대가 자체 잠복 수사를 진행해 검거한 사건"이라며 "택시기사와 합작을 통해 피해자에게 피해액을 돌려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B씨를 구속해 조사 중이다. 다만 B씨 등은 진범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추적수사를 벌이는 등 진범과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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