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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중앙일보

남편 바람피워도 모른 척… 쿨한 파리지앵들의 썰전







[※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1979년 발매된 버글스의 싱글 앨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비디오(텔레비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쇠퇴하게 된 라디오의 위기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당시 라디오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굳건히 한 매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죠.


e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e북이 등장할 때 많은 사람이 '이제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지만 종이책은 종이책대로, e북은 e북대로 독자의 책 소비 형태에 따라 출판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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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영화에서도 이런 고민이 등장합니다. 종이책과 e북 사이처럼 변화하는 상황에 놓인 등장인물들의 '썰전'이 이어지는데요. 그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각각 다릅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선 이해 못 할 쿨한 파리지앵들의 썰전을 그린 영화 '논 픽션' 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성공한 출판사 편집장 알랭(기욤 까네 분)은 전자책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알랭의 부인인 셀레나(줄리엣 비노쉬 분)는 배우로서 한정된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죠. 그리고 작가 레오나르와 오랫동안 비밀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가 레오나르(빈센트 맥케인 분)는 소설가입니다. '모든 픽션은 자전적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인물로 새로 쓴 소설에서도 자신과 셀레나와의 연애담을 이야기했죠. 대담하게도 이 책을 들고 셀레나의 남편 알랭에게 찾아가 출간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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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의 부인인 발레리(노라 함자위 분)는 정치인의 비서관입니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함과 동시에 똑 부러지는 커리어 우먼입니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다 남편이 고백하자 용서하는 쿨함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알랭의 출판사에서 디지털 마케터로 일하는 로르(크리스타 테렛)는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며 알랭과 대립하는데요. 이는 두 사람을 특별한 관계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는 놀랍게도 '친구'라는 점입니다.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들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한 주제에 대해 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비포' 시리즈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예전에 소개해드린 적 있는 '비포 미드나잇'과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에서도 주인공 셀린느(줄리 델피 분)와 제시(에단 호크 분)는 첫 만남에서부터 부부가 된 현재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는 커플이었죠.


이들이 영화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영화 '논 픽션'의 주인공들도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이면에 어떤 관계가 얽혀있는지 모른 채(또는 모르는 척 한 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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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해외 언론에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찬사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섬세하고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주인공들의 이중적 삶을 그려내며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끊임없는 대화와 함께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이는 관객에게 영화적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감독의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은 '유머'라고 하는데요. '퍼스널 쇼퍼(2016)',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 등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이번 작품은 말에서 나오는 재미, 말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는 어떠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표현할 때 진지함도 필요하지만 유머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감독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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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는 프랑스 대표 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기욤 까네가 만났다는 점에서도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았는데요. 성공한 배우와 출판사 편집장이고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이중적인 부부의 모습을 연기했습니다. 그 밖에도 프랑스 국가대표 라인업이라 불리는 빈센트 맥케인, 노라 함자위, 크리스타 테렛 역시 매력적이고 섹시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아슬아슬하고 때론 위험한 이 파리지앵들의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영화 속에서 확인해보세요.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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