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수록 오로라가 잘 보인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늘마저 얼 것 같은 겨울은 밤이 길고 하늘이 맑아서다. 그러나 여름이나 가을에도 오로라는 나타난다. 여름·가을 오로라가 더 장관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옐로나이프에 가면 겨울과는 또 다른 오로라의 비경을 볼 수 있고, 하이킹·낚시 등 낮에 즐길 거리도 많다. 9월이면 일찌감치 물든 단풍도 볼 수 있다.
옐로나이프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인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 명당이다. 사흘 밤 묵으면 오로라 관측 확률이 95%다. 좌우로 파도치는 오로라가 아니라 머리로 쏠아질 듯 수직 운동을 하는 입체적인 오로라가 잘 보인다. 옐로나이프 사방 1000㎞에 큰 산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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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있는 몇 달을 제외하면 사계절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옐로나이프에서는 8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를 ‘여름 오로라’ 시즌이라 한다. 무엇보다 춥지 않아 좋다. 여름 낮 기온은 20˚C를 넘고, 밤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두꺼운 방한복도 필요 없다. 한국의 봄, 가을 날씨를 생각하면 된다. 하늘에서 춤추는 오로라뿐 아니라 호수에 비친 절경을 볼 수 있다. 강이 어는 겨울에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광이다.
오로라를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오로라 투어 업체에서 운영하는 ‘오로라 빌리지’를 이용하는 게 가장 대중적이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25분 거리, 오로라 레이크 옆 언덕에 있다. 도시 소음과 인공 빛을 피해 전문 직원과 함께 편하게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오로라 헌팅 투어’라는 것도 있다. 말 그대로 오로라를 사냥하듯 차를 타고 좇는 방법이다. ‘노스스타 어드벤처(North star adventures)’ 같은 업체를 이용해도 되고, 렌터카를 몰고 자유롭게 쏘다녀도 된다.
호숫가 로지(Lodge)에 머물며 오로라를 감상하는 건 어떤가. 커플이나 오붓한 추억을 남기고픈 가족에게 추천한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묵은 ‘블래치포드 레이크 로지(Blachford lake lodge)’가 유명하다. 깊은 숲속에 자리한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숙소다. 경비행기를 타야만 접근할 수 있다. ‘트라우트 록 로지(Trout rock lodge)’는 도심에서 동떨어진 섬에 있다. 오로라 관찰 확률이 옐로나이프보다 더 높다. 로지가 자리한 ‘노스 암 오브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가 낚시 명소로 통한다. 낚시꾼 대부분이 팔뚝만 한 강꼬치고기를 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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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도 식후경이다. 든든히 먹어야 깊은 밤 오로라 영접할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 코미디언 부부 홍현희·제이쓴이 최근 다녀온 맛집을 참고하자. 옐로나이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집으로 ‘브룩스 비스트로(Bullock's bistro)’를 꼽는다. 여행자 사진과 전 세계 화폐로 내부를 가득 채운 오래된 통나무 레스토랑이다. 피시 앤 칩스, 버펄로 스테이크가 인기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최초이자 유일한 양조장을 갖춘 레스토랑 ‘NWT 브루잉 컴퍼니(Brewing Co)’도 있다. 직원들이 친절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도 좋다. 다양한 맥주와 타코·나초·피자의 조합이 출중하다. 에그 베네딕트가 유명한 ‘댄싱 무스 카페(Dancing moose cafe)’, 직접 볶은 커피 맛이 일품인 ‘자바로마(Javaroma)’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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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옐로나이프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일단 밴쿠버까지 간 뒤 에어캐나다가 밴쿠버~옐로나이프 직항편을 이용하면 된다. 2020년 4월 30일까지 직항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약 2시간 30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