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했으면 하는 행복한 세계 : 김현주 TA
서서울예술교육센터 김현주TA
영원했으면 하는 행복한 세계
김현주 작가의 피치파라다이스(2018) |
‘과일나라, 즐거운 놀이터’라는 테마로 서서울예슐교육센터의 TA로 활동하며, 과일파라다이스 시리즈 작업으로 즐거운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는 김현주 작가. 그녀의 작품 이름인 ‘과일파라다이스’만큼, 그녀와 작품에 관한 풍성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 한성대 입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김현주 작가를 만났다. 그녀가 그려내는 ‘행복한 세계’는 무엇일까?
서서울예술교육센터 김현주 TA |
인터뷰 전 살펴본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한 다양한 전시 경험을 했다는 사실과 탐스럽고 풍요롭게 보이는 그의 작업물인 ‘과일 파라다이스’ 때문이었다. 전시 작품 사진만으로도 과일을 통해 무릉도원을 만난 것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작가가, 작가의 작품이 기대됐다. 예상대로 그 에너지는 그림에만 있지 않았다. 직접 만난 김현주 작가는 ‘과일 파라다이스’처럼 행복한 기운을 전달하는 사람이었다.
과일파라다이스’라는 주제로 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과일 파라다이스-사랑(2017), 작업실에서 촬영 |
김현주作, PEACH PARADISE-island, 비단에 채색, 97 x 97 cm, 2017 |
김현주 작가의 그림과 작업물은 전부 ‘과일’이 들어가거나 혹은 과일을 모티브로 구현한 것이다. 과일을 상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녀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녀가 작품 활동을 하는 목적이기에 스스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과일로 그것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과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구현하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번 더 질문했다.
‘도대체 왜 과일입니까?’
과일색이 주는 매력, 나는 색 수집가
김현주作, POMEGRANATE PARADISE, 비단에 채색, 자개, 72.7x53cm, 2017 |
김현주 작가를 매료시킨 것은 바로 과일의 색상이다. 자신을 색 수집가로 일컬을 정도로 과일의 색을 좋아하고 작품을 시작할 때도 원하는 색을 추출하는 과정이 최우선이다. 머릿속에 상상하는 색깔이 구현될 때까지 이 작업은 계속된다. 예를 들어 풍요로움이 떠오른다면 오렌지가 그러한 색상이고 보석을 캐는 느낌을 구현하고 싶을 때는 루비와 같은 석류 열매와 비슷한 색을 추출하면서부터 하나의 작품이 시작되는 것이다. 평소에도 많은 제철 과일들을 사 먹는데 먹고 나서 즉석에서 색을 추출하거나 그것에 대한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녀에 관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색을 추출하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비단 위에 그려내는 아름다운 과일파라다이스
과일파라다이스의 화폭인 비단 |
교반수를 통한 작업을 설명 중 |
색을 뽑아내는 주요 원료들 |
색을 추출하는 김현주 작가 |
추출중인 레몬색 |
김현주, 피치파라다이스-금궤도, 72.7x60.6cm, 비단에 채색, 금, 2018 |
동양화를 전공한 김현주 작가는 동양화의 기법과 미학에 매료되었는데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산수화에서 느껴지는 웅장함과 깊이가 자신이 상상하는 예술적인 정서와 일치하는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은 과일파라다이스의 작업물의 제작방식으로도 이어졌다. 모든 그림은 종이가 아닌 비단 위에서 그려진다. 단순히 화폭이 비단인 게 아니라, 한국전통재료와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전통 진채’ 방식을 활용한다. 고운 비단을 골라 나무틀에 씌우고 정성 들여 만든 교반수(물과 아교와 백반을 섞은 것)로 앞뒷면을 칠해 자연 바람으로 말린다. 그런 후에 비단에 먹선으로 스케치를 하고 그 뒤에 추출한 안료에 아교풀을 섞은 것으로 채색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색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자연에서 추출한 다양한 원재료를 배합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리면서도 구하기 힘든 소재인 관계로 엄청난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다.
즐거운 예술을 전달하고자 하는 TA활동
TA활동은 예술의 또 다른 형태라는 김현주 작가 |
김현주 작가는 현재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과일나라 즐거운 놀이터!’라는 시각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그리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 한지의 특성을 활용하고 과일을 통해 상상의 재미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한편, 성인을 위해서 공예(피경지TA)와 한국화를 결합해 공동 제작한 “공예와 한국화의 콜라보 : WHITE& COLOR PARADISE”와 작가 본인의 과일파라다이스와도 관련이 있는 ‘비단에 담아보는 행복한 색’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현주 작가는 TA활동을 자신의 예술 활동과 분리하지 않고, 또 하나의 작업으로 생각한다. 탐스러운 과일에서 에너지를 받아 과일파라다이스를 그려내듯이, 일상에 지친 성인들도 오롯이 자신만의 상상을 비단에 담아 행복한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또 그는 TA활동 이전에도 즐거운 에너지를 직접 체험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무엇인가요. Feel Paradise!
감각 파라다이스(2017) |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김현주 작가의 그림만큼이나 흥미를 끌었던 것은 바로 2017년에 열린 개인전 <색, 향을 담다>이다. 전시회에서 예술작품을 일방적으로 관람하는 경우가 많은데 <색, 향을 담다>에서는 과일파라다이스에 대한 상상력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김현주 작가 역시 관객에게서 에너지를 얻게 되는 체험형 전시였다. 한 가지 예로 작품 ‘감각 파라다이스’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설치형 작품으로 과일들이 펼쳐진 테이블 위에는 진짜 과일과 가짜 과일이 섞여 있는데 진짜는 실제, 가짜는 상상의 파라다이스를 의미한다. 현실과 상상이 혼재된 공간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음과 동시에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가상의 파라다이스를 그려보는 작업을 관객과 작가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현주 작가님의 파라다이스는 무엇인가요?
과일파라다이스를 유심히 보면 만날 수 있는 작가의 반려견 |
영원했으면 하는 행복한 세계, 김현주 작가의 파라다이스 |
아트마이닝 2018에 전시된 과일파라다이스 작품중 일부 |
마지막으로 제일 기다렸던 질문을 했다. 과일 파라다이스 속에 담긴 김현주 작가의 진심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잠깐 고민을 한 뒤 ‘영원했으면 하는 행복한 세계’라는 조금은 수줍은, 하지만 명쾌한 고백이 이어졌다. 작업실에 걸려있던, 그리고 작업 중이던 과일 파라다이스의 그림을 좀 더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풍요로운 과일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사랑하는 반려견(코코), 사랑했던 반려견(재롱이), 그리고 그리워하는 인물이 과일파라다이스 속에 담겨있었다. 앞으로도 김현주 작가는 과일파라다이스를 통해 관람객들과 호흡하는 예술을 희망하고 있으며 과일파라다이스 전시와 함께 필 파라다이스를 모티브로 하는 대안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주 작가의 과일 파라다이스를 통한 행복한 에너지를 공유할 사람이 더욱더 많아지길 희망하면서, 그리고 과일 파라다이스의 팬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 시민기자단 박경호
사진제공 김현주
디자인 이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