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블록체인 산업 내 대한민국의 위상을 되찾아라

SUMMARY

- 테라·루나 사태 등의 사건사고로 속도 붙는 가상자산 입법

-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

- 본격적인 제도화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강국의 위상과 신뢰를 되찾을 필요

 

© Pixabay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지 않는 사건사고 가상자산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사실 그 위상은 엄청나다. 반도체 산업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다른 산업에서 이 정도 영향력 있는 산업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화 결제로 거래되는 거래량은 미국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블록체인 행사에는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모두 찾고 있고, 국내 시장의 규제나 이슈가 가격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 정점을 찍었던 것은 사실, 테라·루나 프로젝트였다. 한때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 기준 10위 이내의 프로젝트였다. 테라USD 스테이블코인 붕괴로 시총 600억 달러가 증발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내부에서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테라사태가 끝이 아니었다. 미국 FTX 거래소가 파산할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였다. 그 외에도 위믹스와 페이코인의 상장폐지, 국내 일부 거래소의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블록체인 업계에서의 우리나라 위상에 걸맞지 않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일본의 마운트곡스 vs 한국의 테라폼랩스 안타까운 점은 테라·루나 폭락이 발생하기 전, 국내 대기업들도 사업 준비를 했었는데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간혹 산업 내에서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면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거나 방향이 바뀌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블록체인 업계도 당연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의 마운트곡스다. 마운트곡스는 2010년부터 거래소를 운영한 일본 거래소였다. 당시 전 세계 거래의 70%가 마운트곡스에서 발생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졌던 거래소였다. 하지만 2014년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면서 약 85만 개의 비트코인이 탈취됐다. 결국 거래소는 파산했다. 이 해킹 사건은 일본 규제당국을 긴장시켰고, 그 후로 일본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물론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으로 인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상자산 규제화를 마련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테라폼랩스 CEO인 권도형 前대표의 체포와 송환을 앞두고, 테라 사태에 대한 전말이 밝혀질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테라와 루나는 블록체인 시장에 한국의 힘을 알린 프로젝트였지만, 최근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권도형의 체포는 가상자산 규제 문제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고, 오랫동안 국회에 표류됐던 논의 과정이 급히 재개되는 효과도 분명 있었다. 일본에 마운트곡스 거래소가 있었다면, 국내에는 테라폼랩스가 영향을 끼친 셈이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 첫 단추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지난 25일 국회의 첫 문턱을 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 1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을 의결했다. '테라·루나 사태' 등 암호화폐 투자 관련 사건이 이어지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국회 1소위원회를 통과한 가상자산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1단계 법안'으로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최종 상정될 예정이다. 정무위는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2단계 법안' 입법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의무를 보다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①고객 예치금의 예치·신탁 의무화, ②해킹 및 전산 장애 등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 및 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의 적립, ③가상자산 거래기록의 생성·보관 등을 의무화, ④고객 가상자산과 동일종목·동일수량 보관 등을 의무화했다. 또한 최근 거래소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사고를 의식해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했다.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위원회가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규제라는 의미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비치지만,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필수다. 사실 그동안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전무해 전통 금융시장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많이 발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테라·루나 사태의 나비효과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본격적 제도화로 온기와 위상 되찾길 규제에 대한 법안만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2월, 금융위는 토큰증권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위에서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따르면,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국정과제로, 자본시장법 규율 내에서 STO를 허용하기 위한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를 추진 중이다. 토큰 증권의 정비방안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증권형 토큰 혹은 STO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17년부터 있었지만 구체적인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는데 이런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상자산의 본격적인 제도화를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어서 업계에 모처럼 온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한 인기가 높다. 여전히 업비트를 비롯한 국내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높은 수준이다. 해외 프로젝트들도 한국의 영향력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동안 그 위상에 걸맞지 않는 사건과 사고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했던가? 그런 사건과 사고들로 인해 제도화 논의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겠다는 것이 아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부디 이번 제도화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강국의 위상과 신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실시간
BEST
invest_25
채널명
한대훈
소개글
現) SK증권 블록체인혁신금융팀장 現) 금융투자 도서 저자 前) SK증권 애널리스트 前)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前)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前) 체인파트너스 애널리스트 저서: 『한권으로 끝내는 비트코인 혁명』 / 『넥스트파이낸스』 / 『우주에 투자합니다』 / 『부의 대전환: 코인전쟁』 주식전략 및 시황 애널리스트다. 지난 2017년 증권사 최초로 비트코인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신기술과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트렌드를 전달하는 투자자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애널리스트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