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와의 미팅
SUMMARY
필자는 얼마 전 과거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알게 된 외국인 친구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좋은 제안을 하려나 싶어 설레기도 했다는 필자는 그 친구로부터 다소 의외의 질문을 듣게 됩니다. 바로 한국의 가상자산 동향은 어떻냐는 건데요. 2017년 비트코인 붐을 일으키며 거래대금 기준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한국. 그로부터 6년 뒤인 지금,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어떤지부터 세계적인 트렌드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함께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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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날아온 한 통의 이메일 얼마 전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필자가 과거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있을 때 알게 된 미국의 블록체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였다. 몇 년 만의 갑작스러운 연락이었는데, 줌(zoom)으로 미팅을 한번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줌 미팅 제안에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혹시 이직 제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줌 미팅을 했다.
그 친구의 첫 질문은 다소 의외였다. 바로 아직도 한국에서는 가상자산의 인기가 많은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친구는 2017년과 2018년에 필자가 스타트업에 재직하던 그 당시에 한국의 가상자산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기가 높아서 한국에서 하는 컨퍼런스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필자도 알게 됐으니 말이다. 갑자기 한국에서의 인기에 대해 물어보길래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반문했다. 그 친구의 대답은 또 신기했다.
자기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의 트렌드와 동향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느라 언론 기사를 늘 챙겨 보고 있는데, 요 몇 달간 한국발 뉴스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이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하고, 대형은행들도 수탁 서비스를 비롯해 업계에 진출하고 있고, 급기야 정부가 나서서 STO(토큰증권)를 허용해 준다는 기사를 예로 들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는 내용도 함께 말했다.
순간 고민했다. 과연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에 대해서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 거래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는데, 아직도 거래량이 많은 국가라는 이미지로 외국에 비춰지고 있는 것일까? 일단은 대기업과 은행들이 가상자산에 대해 예전보다는 우호적으로 시각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을 해주면서 줌 미팅을 마쳤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우리나라 현재 위치는 어디쯤? 외국인의 시선대로 과연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에 대한 뜨거운 인기와 높은 관심이 있는 나라일까? 그 친구의 이야기를 하나씩 곱씹어 봤다.
우선, 그 친구 말대로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여러 금융기관이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예전보다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온도차는 있어 보인다. 사실, 대기업과 시장의 관심이 더 높았던 시기는 가상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던 2020년과 2021년이다. NFT, 메타버스, 토큰증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자사의 컨텐츠와 접목한 NFT 발행을 검토한 회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특히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시장 진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금세 식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 등 글로벌 매크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불확실한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에 선뜻 나서기도 어려웠다. NFT 시장도 침체됐고, 테라와 루나 사태, 세계 2위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 등 시장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오히려 그때 준비하던 프로젝트나 투자가 오랜 검토 끝에 이제서야 빛을 보면서 하나둘씩 나온 것들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해외에도 소개된 모양이다.
금융권의 시장에 대한 관심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볼 때는 국내의 대형은행들이 수탁서비스에 나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행이 직접적으로 수탁서비스에 나서는 곳은 없다. 지분투자와 합작회사 등의 방법을 통해서 조금씩 문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오히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은행 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운 상황을 생각해보면 과연 금융기관들이 진심으로 산업에 관심이 있을까는 의문이다. 해외에서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 일단 발을 담가보자는 인식이 개인적으로는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의욕을 갖고 시작한 토큰증권도 MOU, 컨소시엄 구성 등이 나타나고 있을 뿐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블랙록, 피델리티, ARK 등 대형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하고, ETF 승인에 대비한 인프라 확충에 나선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더 적극적인게 아닐까?
그리고 그 사이에 유행하던 메타버스는 Web3.0으로, 토큰증권은 RWA(Real World Asset)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해외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심지어 Web3.0에 대한 논의도 예전만 못하다). 필자가 늘 주장하지만, 이제 시장의 주도권은 더 이상 아시아가 아닌,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산업이 발전하는 가운데 해외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고, 그중 한국과 일본에서 그나마 논의가 많으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친구가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거래량이 많은 국가인 점은 일부 동의한다. 물론 이 거래마저도 예전보다는 감소했지만, 지난 몇 달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은 상승했고, 이에 따른 거래량 증가도 나타났다. 다만, 금리가 상승하면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고, 부동산과 주식 등 전통시장에서의 침체가 나타나기에 신흥시장인 가상자산의 거래가 예전보다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로 인해 업비트의 현물 거래량이 세계 2위일 것이다. 분명 해외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거래가 많고, 그래도 정부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사뭇 다른 미국 그 외국인 친구와 미팅을 하면서 미국의 상황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미국은 역시나 예상대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내년 초의 승인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하며, VC들은 대출플랫폼, OTC(장외거래) 플랫폼 등 ETF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단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상품도 나올 것이며, 기관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희소성과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인기가 시들해진 NFT에 대한 인기도 여전히 뜨거웠다. 다만, 예전의 게임사가 중심이 된 NFT가 아닌, 리테일, 엔터사 등의 NFT를 접목한 시도가 많단다. 특히, 스타벅스가 발행한 오디세이에 대한 관심은 현지에서도 뜨겁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이메일 한 통에 시작된 줌 미팅이었지만, 현재의 국내 상황도 되돌아보고, 미국의 상황도 전해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고, 앞으로 종종 미팅을 하기로 했다. 정리해 보면, 미국은 비트코인 ETF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고, 승인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NFT는 미국에서는 여전히 활용 중이며, 유틸리티성 성격에 맞춰서 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에서는 해외시장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개인들의 관심이 뜨겁고, 기업과 정부의 입장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우호적이기 때문. 그러나 뉴스를 통해 해외에 전달되는 뉴스를 하나씩 곱씹어보면, 아직 MOU, 컨소시엄 구성 등 걸음마 수준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에서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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