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하면 우리 몸에 생기는 일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하니 있는 상태를 ‘멍 때린다’라고 한다. 멍때리기는 대회까지 있을 정도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미국 건강정보사이트 Today에서는 한국의 웰니스 트렌드인 멍때리기를 소개하며, 건강상의 이점에 관해 설명했다.
뇌에 휴식을 주세요, 멍 때리기의 효과와 방법은?
캐나다 피터버러 트렌트 대학교(Trent University in Peterborough )의 심리학과 부교수인 엘리자베스 케이 니스벳(Elizabeth K. Nisbet)은 “멍 때리기는 숲으로 나가 자연에 몸을 맡기는 산림욕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한다. 자연이 주는 긍정적인 자극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산림욕은 기분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혈압과 심박 수를 낮춰주는 다양한 효과가 있다. 니스벳 교수는 “직접 숲을 찾아가지 않고 자연의 풍경을 보면서 멍 때리는 행동만으로도 뇌를 진정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간혹 멍을 때리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우리가 멍을 때리면서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뇌의 특정 영역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뇌과학자인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박사가 발견한 DMN은 멍 때리기를 비롯해 잠을 자는 등 외부 자극이 없을 때 활발히 활동하는데, 이때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진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김윤석 원장(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하이닥 칼럼에서 “멍 때리기는 삶의 속도가 아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하며,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멍 때리기 하는 것을 추천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전원을 끈다.
-항상 일하거나 생활하는 곳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찾는다.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환기가 된다.
-생각을 비우고 멀리 바라보기에는 자연만 한 것이 없다.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나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나무 등을 쳐다본다.
멍 때리기는 뇌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가까이 보면 수정체가 두꺼워지면서 주변 근육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데, 멍을 때릴 때 먼 곳을 바라보면 수정체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업무 도중 눈이 침침하다고 느껴질 때 5분 정도 잠시 바깥 풍경을 보면서 멍을 때려보자. 뇌와 눈에 꿀맛 같은 휴식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멍 때리기 할 때 주의할 점
김윤석 원장은 멍 때리기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멍을 때릴 때 조급해하지 말고, 성과나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심히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시간을 두고 자주 멍을 때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분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원치 않는데 습관처럼 머리가 멍하고 띵하다면 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멍 때리기가 아니다. 이럴 땐 ‘브레인 포그 (Brain Fog)’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브레인포그는 인지기능 장애의 한 유형으로, 심해지면 성인 주의력 결핍 장애(ADD), 빈혈, 조발성 치매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브레인 포그는 스트레스 및 피로가 심하거나 과도한 다이어트,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말= 하이닥 상담의사 김윤석 원장 (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새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