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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바로 계약합니다”…매운탕집 사장님 마음까지 단번에 훔친 정통 픽업

오프로드에서 실력 뽐낸 기아 타스만, 시승 행사장에서 바로 계약까지… 진짜 그렇게 좋을까?

오프로드 성능 발군…진흙길에 각종 험로 거뜬

중형 SUV 수준의 2열 공간 및 승차감 인상적

넉넉한 적재함+최대 3500㎏ 견인 능력 갖춰

‘그라운드 뷰 모니터’ 등 편의성 돋보여

시승행사에서 차량 본 시민 실계약으로도 이어져

다소 더딘 가속력, 5~6㎞/ℓ 수준 실연비는 아쉬워

헤럴드경제

기아 첫 픽업 타스만이 진흙 길 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 제공]

‘RV(레저용 차량) 명가’로 자리매김한 기아가 작심하고 브랜드 최초 정통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이하 타스만)을 내놨다. 국내는 물론 호주와 중동 지역까지 영역을 넓혀 픽업 분야에서도 위상을 떨치겠다는 포부다.


과연 기아의 야심찬 도전이 실제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달 31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인근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타스만을 타고 비포장 산길, 오프로드 지형, 포장도로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코스를 달려봤다. 산길과 오프로드에서는 험로에 특화된 X-프로 트림, 일반도로에서는 익스트림 트림을 시승했다.


특히, 오프로드 코스는 ▷600㎜ 깊이의 물길 ▷35도 경사로로 구성된 사이드힐 ▷깊은 흙구덩이가 계속되는 범피구간 ▷높이 8m, 경사 25도의 인공언덕에 이르기까지 극한의 주행 환경을 고스란히 재연했다. 타스만에 대한 기아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기아는 타스만 개발 과정에서 무려 1만8000여 회의 혹독한 시험을 거쳤다고 한다. 테스트 종류는 1777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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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이 오프로드 구간을 달리고 있다. [기아 제공]

“2대 바로 계약합니다”…매운탕집 사장님 마음까지 단번에 훔친 정통 픽업

타스만이 물길을 달리고 있다. 인제=서재근 기자

“2대 바로 계약합니다”…매운탕집 사장님 마음까지 단번에 훔친 정통 픽업

타스만은 최대 80㎝의 물길에서도 흡기구를 측면 펜더 내부 상단에 적용하는 등 구조 설계 덕분에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인제=서재근 기자

먼저 해발 740m의 박달고치 전망대를 오가는 약 12㎞ 구간의 코스를 달렸다. 주행에 앞서 전자식 4WD(사륜구동) 시스템을 선택, ‘4L’ 모드와 더불어 주행모드는 ‘머드’로 바꿨다. L은 바퀴의 속도는 1/2.72로 줄이고 바퀴로 전달하는 토크를 2.72배로 높이는 역할을 한다. 4L에서는 낮은 RPM에서도 큰 힘을 낸다. 실제 이날 주행에서도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형성된 진흙이 아무리 타이어를 붙잡아도 2톤에 달하는 차체가 막힘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발군의 성능을 발휘했다. 운전석에서 찰랑이는 물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웬만한 성인 남성 허벅지 깊이(최대 80㎝)의 물길에서도 흡기구를 측면 펜더 내부 상단에 적용하는 등 구조 설계 덕분에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아울러 뒷바퀴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구간도 리어 서스펜션에 쓰인 ‘하이브리드 타입’ 리프 스프링이 바퀴가 상하로 움직이는 휠 트래블을 크게 만들어 뒷타이어가 노면에 붙어 있도록 해줌으로써 안정적인 주행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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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이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기아 제공]

“2대 바로 계약합니다”…매운탕집 사장님 마음까지 단번에 훔친 정통 픽업

타스만이 높은 경사로 이뤄진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안제=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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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앞의 영상을 합성해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 서재근 기자

“2대 바로 계약합니다”…매운탕집 사장님 마음까지 단번에 훔친 정통 픽업

그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을 활성화한 모습. 인제=서재근 기자

특히, 타스만 오프로드 특화 시스템 가운데 백미는 ‘오프로드의 크루즈컨트롤’로 불리는 ‘X-트랙 모드’다. 이 모드는 경사로 저속주행장치를 대체해 내리막길은 물론 오르막길에서도 쓸 수 있는 기능으로 전후진 모두에서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5단계 중 선택에 따라 차량에 속도가 증가하며, 최대 약 10㎞/h까지 지원한다. 운전자는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 제어를 신경 쓰지 않고 차의 상태에 따라가야할 곳으로 스티어링 휠만 돌리면 된다.


25도 경사로 주행의 경우 오르막 구간과 내리막 구간 모두 운전석에 앉았을 때 전방 시야가 완벽하게 가려진다. 눈앞에 장애물 유무는 물론 도로 경사, 좌우 기울기 등을 전혀 알 수 없다.


타스만 X-Pro 트림에는 차의 기울기와 조향각, 디퍼렌셜 록, 트랜스퍼 상태와 구동력 배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오프로드 페이지와 차 앞의 영상을 합성해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이 탑재돼 있어 ‘X-트랙 모드’를 실행한 후 센터패시아 상단 넓직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편안하게 조향만 하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험로 주행 비중이 높은 운전자라면 꼭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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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이 범프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기아 제공]

“2대 바로 계약합니다”…매운탕집 사장님 마음까지 단번에 훔친 정통 픽업

타스만이 범프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인제=서재근 기자

일반도로에서의 달리기 성능 및 주행감은 어떨까. 사실 ‘픽업’이라는 정체성을 고려했을 때 승차감이나 2열 공간활용도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 70㎞ 구간을 달리고 나니 이 같은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노면 상태에 따라 발생하는 진동에 취약한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채택하고, 트레드 패턴이 두툼한 올 터레인 타이어를 끼웠음에도 실제 온로드 승차감은 꽤 만족스러웠다. 전륜에는 방청 성능을 강화한 하이마운트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을, 후륜에는 하중을 잘 버티는 리지드 액슬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을 적용해 내부로 유입되는 충격을 분산하도록 설계했다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특히, 타스만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2열 공간이다. 신장 180㎝인 남성이 앉았을 때도 충분한 무릎공간이 확보됐고, 무엇보다 리클라이닝 기능을 통해 시트 포지션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2열에 앉아 있으면, 마치 중형급 도심형 SUV에 탑승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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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 실내. 인제=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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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은 신장 180㎝인 남성이 앉았을 때도 충분한 무릎공간이 확보된다. 인제=서재근 기자

다만 가속력과 연비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물론 타스만의 5m가 훌쩍 넘는 차제 길이(5410㎜)와 2톤(2060~2070㎏) 무게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준이긴 하지만, 일반 도심형 SUV 수준의 가속력을 기대했다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연비의 경우 공인 복합 연비는 8.6km/ℓ이지만, 실제 이날 시승을 마치고 찍힌 연비는 5.5km/ℓ다. ‘픽업’과 ‘연비’라는 단어가 썩 어울리지는 않더라도 현재 ℓ당 1600원을 훌쩍 넘는 기름값을 생각하면 적잖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차량의 생김새를 살펴보면, 디자인이라는 게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겠지만 미디어나 각종 광고 영상을 통해 보는 것보다 실물이 더 멋지게 느껴진다. 실제 이날 행사장에 모인 취재진 대부분 실물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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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은 최대 3500㎏ 견인 능력을 갖췄다. 인제=서재근 기자

실제 이날 행사에서 주변 상인들이 시승 차량 여러 대가 도열한 모습을 보고 차량 구매 계약에 나선 사례가 나와 화제가 됐다.


인제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변광춘씨는 “타스만을 보고 마음에 들어 익스트림 트림 2대를 계약했다”라며 “매일 가족들과 분당과 춘천을 오가는 데 차량을 보니 승차감도 좋을 것 같고, SUV 느낌의 디자인과 더불어 식자재는 물론 시골에서 지은 농산물 등을 운반하기에 최적의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어 구매를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픽업 시장에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을 하는 사람부터 캠핑과 같은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타스만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매우 반갑게 느껴질 것 같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