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뎅기열, 모기에 안 물리는 게 최선이라니…
국내서 뎅기열 바이러스 모기 첫 발견… 4개 유형 중복 감염되면 생명 위험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유행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뎅기열 바이러스 모기가 발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해외에서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있었지만 뎅기열 바이러스 모기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제4군 법정 감염병으로 구분되는 뎅기열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유행하는 질환이다. 동남아 해외 여행 때뿐만 아니라 이제는 국내도 안심할 수가 없게 됐다.
뎅기열 바이러스 모기에 물리면 일반 모기처럼 물린 부위가 부풀어 오르며 간지러운 증상을 보인다. 다른 점은 뎅기열 바이러스의 경우 3~8일간 잠복기가 지나면 갑작스러운 고열과 두통, 근육통, 피부발진,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두통이 심할 때 진통제를 복용하기도 하는데,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진통제 종류에 따라 장기 출혈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
뎅기열은 증상이 심해지면 뎅기쇼크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뎅기열 증상이 생겼다가 열이 내려가며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뎅기쇼크증후군의 특징이다. 백혈구와 혈소판이 갑자기 급감하면서 장기나 뇌 부위에 출혈이 생겨 급속히 상태가 악화된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4개의 뎅기열 바이러스 종류 가운데 혈청형2 바이러스(2형 바이러스)에 속한다. 뎅기열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한 번 감염되면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되지 않는다. 2형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다시 2형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종류의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다.
박소연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형 바이러스 감염자가 해외에서 나머지 종류(1, 3, 4형 바이러스)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중증 감염 상태가 돼 쇼크와 출혈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직 뎅기열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백신은 없고,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도 없다. 최선의 예방법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고 감염되면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전부이다. 뎅기열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은 있지만 이미 감염된 사람에게만 접종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 특성상 감염된 사람이 맞아야 접종 효과가 좋다.
박 교수는 "뎅기열 바이러스 발생 지역인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다가 갑자기 고열과 두통,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뎅기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드시 인근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질환은 홍역이다. 홍역은 올 들어 동남아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적으로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홍역은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지만 특유의 발진 증상이 있다.
홍역은 MMR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며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2회 접종을 마친 이들은 별도로 예방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1967년 이후 출생자 가운데 예방접종이나 홍역 병력이 없는 이들은 최소한 1회 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밖에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황열병이나 지카바이러스, 메르스 등 풍토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미리 유행질환을 확인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이지은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홍역이나 세균성 이질 등 해외유입 감염질환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감염될 확률이 높기에 가능한 한 2~4주 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