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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갱년기, 효종의 정실 왕비는 이 약재를 복용했다

효종의 정실 왕비 인선왕후는 갱년기 증상으로 5년간 이 약재를 복용했습니다. 자궁 위축, 불면, 상열감 완화에 쓰인 전통 처방의 정체는?

건강·상담 : 갱년기 장애

갱년기, 여성성→남성성 전환 시기

운동, 음식 조절 및 더운 곳 피해야

전통 처방은 목단피의 '가미소요산'

한국일보

시각물_중꺾마 플러스 삽화

Q : 50대 중반 A다. 요즘 아내의 갱년기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1년 전부터 갑자기 “기분이 언짢다”며 우울해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집안일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 눕는 일이 잦아졌다. 머리가 무겁고, 호흡이 고르지 않고 숨이 차오르고, 어지럼증도 생겼다고 한다. 오한과 열에 나른하고 무겁다는 말을 반복해서 가족 전체가 침묵 속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갱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을까?


A : 전형적인 여성 갱년기 증상이다. 원인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분비가 적어진 탓이다. 에스트로겐은 생리, 임신, 출산 등 생식 기능에 따라서 그 분비량이 달라진다. 젊을 땐 분비량이 많지만 갱년기 이후에 줄어들면서 자율신경에 영향을 준다.


자율신경 중추는 뇌 시상하부에 있다. 이곳을 둘러싸고 식욕 체온 등을 관할하는 대사 중추가 모여 있다. 그래서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여러 장애가 나타난다. 특히 호르몬 분비가 시상하부에 영향을 주는데, 체내 합성되는 에스트로겐 양이 적어지면 바로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긴다.


자율신경은 전신의 장기, 기관에 구석구석 분포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증상도 다양하다. 크게 전신 증상과 국소 증상으로 나뉘는데 전신 증상으로는 불면, 피로, 식욕 부진은 물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초조, 불안, 우울감 등도 나타난다.


갱년기는 여성성이 남성성으로 전환되는 극적인 시점이다. 한의학의 관점에선 음의 성질(여성성)이 줄고 양의 성질(남성성)이 커지는 시기다. 이때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충맥(衝脈)’이다. 충맥은 한의학에서 ‘여성성을 주도하는 곳’으로 파악한다.


충맥은 상승하면서 비워진 곳을 채워주는 기능을 한다. 젊은 여성은 혈액이 자궁을 채운 다음, 가슴과 머리로 올라간다. 그런데 갱년기가 돼 자궁이 위축되면 자궁을 채울 혈액이 가슴으로 몰리면서 심장의 혈류량이 넘친다. 그 결과 열기가 머리로 올라간다. 그리고 이 열기는 두통, 상기증, 어지러움, 이명, 상부 온열감, 하체 냉감, 두근거림, 초조감, 불면증을 유발한다. 


갱년기 부부가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열이 위로 몰리면 상대적으로 아래는 차가워지고 기능이 떨어진다, 방광에 소변을 저장하지 못하는 빈뇨, 소변을 시원스레 내보내지 못하는 불쾌감, 성기능 저하, 변비 등의 증상이 따르는 이유다.


갱년기를 완벽하게 피할 순 없지만, 증상을 줄일 수는 있다. 생활 습관 변화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운동이다. 걷기, 수영 등은 상열감을 줄이고 수면 장애를 개선한다. 또 갱년기에는 비만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야채, 토마토, 두부 등 포만감을 주면서 열량이 낮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매운 음식, 두꺼운 옷, 기온이 높은 곳은 흥분과 불안을 높이거나 짜증과 다한증을 동반하니 피해야 한다.


맞춤 약은 없을까? 모란 뿌리는 갱년기의 자궁 위축을 치료하는 가장 훌륭한 약재로 꼽힌다. 또 모란의 껍질(목단피)은 찬 성질과 매운맛으로 상부의 열을 내리며 막힌 곳을 뚫어준다.


역사 기록에도 있다. 조선 효종의 왕비 인선왕후는 남편이 죽고 갱년기 장애를 심하게 앓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효종)과 청나라로 끌려가 8년간 볼모 생활을 했다. 효종이 왕위에 올랐지만 재위 10년 만에 단명(39세)했다. 


‘승정원일기’는 인선왕후 증상을 놓고 “심화(心火)가 끓어올라 머리가 아프고 저녁이 되면 열이 오르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반복됐다”고 적었다. 불면증, 우울감 등 갱년기 여성 대부분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인선왕후는 목단피가 들어간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을 약 5년간 복용했다.


한방 임상 사례를 모아 놓은 ‘한방치료백화’도 이 처방의 치료 효과를 여러 차례 언급한다. 43건의 갱년기 장애 사례에 가미소요산을 투여해 치료 효과가 유효 25건, 불명확 8건, 악화 3건, 중지 7건의 결과가 나왔다. 절반 이상의 환자에게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본 것이다.


한편 남성 갱년기 역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 농도와 관계가 있다. 40대 이상 남성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여성처럼 폐경 시기에 맞춰 일어나는 것이 아닌 데다 서서히 진행되고 자각하기 힘들어서 방치하기 쉽다. 성욕 감퇴, 성관계 횟수 감소 등 성기능이 약화되고 눈물도 많아진다.


여기에 근력 저하, 무기력감, 집중력 저하, 우울증, 불면증, 자신감 상실, 관절통, 심장이 빨리 뛰는 듯한 불쾌감 등도 함께 온다. 한의학에서는 녹용을 오랜 기간 ‘맞춤 약재’로 처방했다. 여성에게 가미소요산이라면, 남성 갱년기 극복엔 녹용이 효과가 크다.

한국일보

이상곤 한의학 박사ㆍ전 대구한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