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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걸로도 김치를?…김치 재료에 한계는 없다

요리 연구가 3인의 이색 김치


제주도 감귤 이용한 백김치


돌나물에 육수 부어 물김치


타이식 무생채 쏨땀까지…

한겨레

유채 김치. 김민지 제공

배추와 무, 갓과 열무, 쪽파 같은 재료는 김치를 담글 때의 기본 재료이자 단골손님이다. 어느 지방에나 배추김치와 무김치, 쪽파나 갓김치는 있게 마련이고 지역마다 차이를 비교하고 느끼며 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하지만 늘 먹는 김치, 새로운 재료나 이색적인 재료로 담을 수는 없을까? 지금 계절에 제일 맛있는 식재료로 담은 김치는 무엇이 있을지 요리 연구가 3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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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푸드 스타일리스트, 식공간 디자인 그룹 꾸밈 대표)


각종 지자체와 협업해 그 지방의 음식을 되살리고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던 김 대표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토속 음식에 관심이 많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힌 음식을 복원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찾는 데에 몰두하는 그는 지역색을 강하게 띠고 있는 다양한 김치를 먹어보고 재현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2016년, 제주도청의 의뢰를 받아 제주도의 지역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김치를 개발했어요. 제주도 특산물인 감귤을 이용해 만든 ‘감귤 김치’가 대표적이지요. 고춧가루 없이 버무린 백김치에 감귤즙과 감귤 껍질을 갈아 넣어 상큼하게 만든 제주도만의 김치입니다. 백김치 특유의 시원한 맛과 감귤의 상큼한 향이 어우러져 샐러드처럼 먹기 좋아요. 또 다른 제주의 봄 김치 재료로는 유채를 추천해요. 부드럽고 고소한 어린 유채 순을 뽑아 파김치 버무리듯 버무리면 됩니다.”


김치를 집에서 손수 담가 먹기 힘든 나 홀로 족을 위한 ‘간단 김치 레시피’도 귀띔했다. “요즘 김치를 분말로 낸 ‘김치 시즈닝’도 나오고 있어요. 마트에서 소포장 된 알배기 배추를 사다 살짝 절인 뒤 김치 시즈닝을 톡톡 뿌려 버무려 보세요. 5분 만에 완성되는 초간단 김치가 완성된답니다.”


감귤 김치 간단 팁 : 껍질 벗진 감귤과 마늘, 양파를 갈아서 찹쌀풀에 섞습니다. 액젓, 천일염 등으로 간을 맞춘 뒤 손질한 김칫소 재료에 섞어 절인 배추에 버무립니다.


홍신애 (요리 연구가, 홍신애 솔트 2호점 오너 셰프)


본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홍신애솔트2호점’에서 피클 대신 직접 만든 평양식 육수 김치를 낼 정도로 김치에 애정이 많은 이다. 설탕을 넣어 인위적인 단맛을 내는 피클 대신 배와 각종 과일을 넣어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맛을 내는 김치가 양식과 더욱 잘 어울린다고 믿는 탓이다. 양식당인데도 불구하고 계절마다 각기 다른 식재료로 김치를 담그는 것은 그의 주방에서는 흔한 일이 되었다.


“봄철 햇양파는 생으로 그냥 먹어도 맵지 않고 사과처럼 아삭하고 달아요. 이런 양파로 양파김치를 만들면 제격이지요. 양념에 찹쌀풀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숙성도 빨라요. 김치를 담고 3일 이내 빠르게 먹는 것을 추천해요. 버섯 향이 물씬 풍기는 녹진한 크림 버섯 리소토나 크림 파스타와 환상적으로 잘 어울립니다. 대표적인 봄나물 중 하나인 돌나물도 추천합니다. 돌나물을 잘 씻어 양념한 뒤 양지머리 육수를 부어 자작하게 물김치처럼 먹으면 참 맛있거든요. 쌉싸래한 돌나물과 시원한 육수의 조화가 봄철 달아난 입맛을 잡아줄 거에요. 갓 튀긴 바삭한 튀김 요리와 함께 먹기를 추천합니다.”


△양파김치 간단 팁 : 마늘, 고춧가루, 액젓을 섞어 양념을 만든 뒤 찹쌀풀을 쒀 함께 섞어 줍니다. 잘 자른 양파에 버무리면 간단하게 양파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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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식 겉절이 솜땀. 김남성 제공

김남성 (쿤쏨차이 오너 셰프)


타이 레스토랑 ‘쿤쏨차이’를 운영하는 김남성 셰프는 현지화된 타이 음식을 거부하고 매운맛, 짠맛, 신맛, 단맛을 토대로 한 제대로 된 타이 음식을 내는 요리사로 평가 받는다. 음식 연구를 위해 타이를 수십 번 다녀온 그는 한국의 식문화와 타이의 식문화를 비교하고 그 사이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데 관심이 많다. 한국에는 김치가 있지만 타이에는 솜땀을 비롯한 각종 매운 샐러드류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의 식재료로 맛을 낼 수 있는 타이식 김치에 관해 물었다.


“타이에서는 배추나 열무, 무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신선한 라임과 고추, 파파야 등이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절여서 보관숙〮성해서 먹는 김치 문화가 발달했지만, 타이는 바로 무쳐 바로 먹는 문화가 더욱 발달했습니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겉절이라고 할 수 있지요. ‘타이식 겉절이’ 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그린 파파야로 만든 솜땀, 그리고 우리도 흔히 즐겨 먹는 갓으로 만든 갓 피클이 있습니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그린 파파야를 무채 썰 듯 길게 썰어 라임과 레몬즙, 고춧가루와 생선 액젓에 버무린 솜땀은 바로 무쳐 바로 먹는 우리의 무생채와도 닮아 있습니다. 갓으로는 보통 피클을 만들어 먹습니다. 식초와 각종 향신료에 버무려 숨을 죽인 갓 피클을 국수에 넣어 비벼 먹거나 덮밥으로 만들어 먹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비빔면, 덮밥과 유사한 양상을 띱니다. 타이식 겉절이의 ‘킥’은 신선한 라임, 그리고 고추입니다. 두 가지 식재료만 있다면 태국 본토의 음식과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을 거예요.”


△타이식 겉절이 간단 팁 : 딱딱한 그린 파파야를 무 생채처럼 채를 썬 뒤 고춧가루, 생선 액젓에 버무립니다. 신선한 라임과 레몬즙을 듬뿍 넣어야 본토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문영 칼럼니스트 moonyoungba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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