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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기에서 배양육으로…세포농업시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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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처칠의 '50년 후 세상' 에세이에 등장한 배양육


"(50년 후) 우리는 가슴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기르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매개물로 이 부위들을 각각 기르게 될 것이다. 물론 합성식품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식품은 자연 생산물과 실질적으로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인공고기(대체육) 개발업계에서 회자되는 윈스턴 처칠의 배양육 예측이다. 영국 총리를 지내기 9년 전인 1931년 월간지 <스트랜드 매거진>(Strand Magazine) 12월호에 기고한 에세이 '50년후'(Fifty Years Hence)의 한 대목이다. 정치가이면서도 훗날 노벨문학상을 탈 정도로 빼어난 에세이 작가였던 그는 이 글에서 과학 발전이 가져올 세상의 다양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배양육 시대의 도래를 꼽았다. 그가 이 글을 쓴 1931년은 영국에서 한 과학자가 처음으로 화학 합성을 통해 티록신(갑상선 호르몬의 일종) 호르몬을 만들어낸 지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20세기 초 플라스틱이 등장한 데 이어 호르몬까지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인공 창조물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커진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처칠의 예측이 나온 지 88년이 지난 오늘날 대체육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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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미트의 화려한 나스닥 상장...대체육 첫 상장 '유니콘'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과학기술 미디어 의 의뢰로 선정한 '2019 10대 유망기술'에는 '고기 아닌 버거'가 포함돼 있다. 게이츠는 열렬한 대체육 옹호자다. 대규모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파괴를 줄이려면 대체육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다. 개발업체에 직접 투자도 했다. 그로부터 두달여 뒤인 5월2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하나의 사건이라 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화려한 상장 기록이 나온 것. 주인공은 이날 나스닥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식물기반 인공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Beyond Meat)였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하룻동안 163%나 뛰었다. 시초가 25달러에서 시작한 주가는 수직상승해 65.75달러로 하루를 마감했다.


덕분에 비욘드미트는 하루만에 시가총액 38억달러(4조5천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유니콘 상장기업에 올라섰다. 대체육 개발 업체 중 최초의 상장 유니콘이다. 유니콘은 뿔이 한 개 달린 전설 속의 동물 이름으로,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1천억원)가 넘는 신생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날 주가 폭등은 사람들이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그만큼 크게 본다는 걸 뜻한다. 분위기를 탄 비욘드미트 주가는 5월16일 96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까지 넘보기도 했다. 비욘드미트의 성적은 올 봄 상장 이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의 양대산맥 우버, 리프트와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비욘드미트 상장 10여일 후인 13일 경쟁업체 임파서블푸드는 3억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임파서블푸드의 기업가치도 2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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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디카프리오도 투자...전세계 3만5천여 매장에서 취급


미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비욘드 미트는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9년 기술기업가 에단 브라운(Ethan Brown)이 창업한 회사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앤바이어즈(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이후 미 식품 대기업 타이슨푸드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채식주의자인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사들이 잇따라 투자에 참여했다.


2015년 식물육 버거를 처음 출시한 지 불과 몇년 만에 전세계 3만5천여 매장에 식물기반의 대체육을 공급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델타코, 칼스주니어, 티지아이프라이데이 등 체인 레스토랑은 물론 홀푸즈 등 식료품 체인점과 호텔, 대학, 식품가게 등이 비욘드미트의 식물 대체육을 취급한다. 매출도 2016 년 1620만달러에서, 2017년 3260만달러, 2018년 8790만달러로 쑥쑥 오르는 중이다. 지난해 6월엔 미주리주 콜롬비아에 캘리포니아보다 세 배나 큰 두번째 공장을 지었다.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 아직은 적자(2018년 2900만달러)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흑자 전환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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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아닌 고기'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네 가지 이유


고기 아닌 고기에 왜 이렇게 투자자들이 열광할까? 대체육은 오늘날의 인류가 외면할 수 없는 몇가지 큰 명분을 갖고 있다.


첫째는 지구 환경 문제다. 축산업은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온실가스의 대략 15%를 차지한다. 그 중 절반이 전 세계 사육 소 15억마리에서 나온다. 이는 인도와 거의 같은 배출량이다. 그런데 이를 대체육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고기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에는 같은 양의 식물 단백질보다 물은 4~25배, 땅은 6~17배 더 필요하다. 엄청난 양의 가축 분뇨 처리도 골칫거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서 얼음이 없는 지역의 26%가 가축 방목 면적이다. 또 전체 경작지의 33%가 가축 사료용 작물을 재배하는 데 쓰인다. 미국의 민간싱크탱크인 좋은식품연구소(GFI)는 "닭에게 9칼로리를 주면 우리가 얻는 건 고작 1칼로리"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둘째는 동물 윤리 문제다. 살아 있는 가축을 도살하거나 공장식 집단 사육을 할 필요가 없어 동물 학대나 생명 윤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도 궤를 같이한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GfK가 22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약 절반의 인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다. 한국도 이미 반려동물 인구 1천만시대에 진입했다.


셋째는 건강 문제다. 식물육에는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지방 등이 없다. 몸에 이로운 것만을 추출하거나 추가해 만들었다. 배양육은 집단 사육을 하는 가축에 많이 투여하는 항생제나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박테리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TO)가 경고한 가공육 제품과 붉은 고기의 발암 유발 경고도 대체육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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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 반환경, 반생명, 반건강의 굴레를 벗는 도구


넷째는 식량 부족 문제다.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세계 인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2030년 85억, 2050년 100억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 식량 수요는 이보다 훨씬 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개발도상국의 소득 증가는 전세계 1인당 식품 소비량을 늘린다. 세계자원연구소(WTI)는 2050년까지 식량 수요는 50%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 중심에 고단백 식품인 고기가 있다. 고기 증가 예상 폭은 7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인류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몫은 약 30%다. 세계 76억 인구가 소비하는 고기는 연간 닭 600억 마리, 소 10억 마리에 이른다. 지금도 전세계 곡물 생산량의 3분의 1이 가축 먹이로 사용된다. 이를 식량으로 돌리면 4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급증하는 고기 수요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육식의 이면에 있는 이런 비효율, 반환경, 반생명, 반건강의 굴레를 벗어나는 주요한 도구로 주목받는 게 바로 대체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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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서 뽑아내는 추출육과 세포를 기르는 배양육의 경쟁


대체육엔 두 종류가 있다. 비욘드미트처럼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드는 식물육(추출육)과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다.


개발 초기 콩고기로 불렸던 식물육은 콩류와 밀, 곰팡이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다. 비욘드미트 인공고기는 프랑스와 캐나다가 주산지인 노란 완두콩 속의 단백질로 만들었다. 여기에 비트 주스로 붉은피 색깔을 흉내내고, 코코넛 오일로 육즙을 대신했다.


식물 기반 대체육에선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가 쌍벽을 이룬다. 임파서블푸드는 채식주의자인 스탠퍼드대 생화학 교수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이 2011년에 설립한 회사다. 대체육 시장의 미래를 확신한 그는 2015년 구글의 3억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한 일화로 유명하다. 당시는 아직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이었다. 2016년 처음 시중에 나온 임파서블 버거는 몇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는 대두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주재료로, 뿌리혹 속 레그헤모글로빈으로 붉은피 색깔을 내고 코코넛과 해바라기 오일로 육즙을 대신했다.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육은 현재 미국 7천여개 레스토랑에서 취급한다. 올 4월부터는 버거킹이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50여 매장에서 이 회사의 식물육 패티로 만든 햄버거 '임파서블 와퍼'를 메뉴에 추가했다. 소비자 반응을 보아가며 연말까지 전국 7200여개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멕시칸 패스트푸드점 큐도바(Qdoba), 델타코도 임파서블푸드의 대체육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현재 오클랜드 공장에서 한 달에 400만 파운드의 버거 패티를 생산한다. 닭, 소시지, 치즈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현재 시판하고 있는 건 버거 패티 한 종류라고 회사는 밝힌다.


세계 2위의 고기 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의 행보도 분주해졌다. 그동안 비욘드미트와 함께 배양육 개발업체 멤피스미트, 퓨처미트테크놀로지(Future Meat Technologies) 등에 투자자로만 참여했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뛰어든다. 올 여름 안에 자체 식물고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준비인 듯 최근 비욘드미트에 투자한 돈을 회수했다. 타이슨 경쟁업체인 조류 가공육업체 퍼듀팜스도 식물기반 고기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도 식물 기반의 미트볼을 개발중이다. 미트볼은 이케아 매장 푸드코너에서 파는 대표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다. 이케아는 내년 중에는 시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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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내년 중엔 시중에 나올 수 있을 듯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도 경쟁이 뜨겁다. 아직 실험실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막바지 단계에 있어 내년 중엔 시중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업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세포 배양 과정은 몇가지 과정을 거친다. 우선 동물의 특정 부위에서 세포를 떼낸다. 그런 다음 줄기세포(myosatellite cells)를 추출한다. 이를 소태아혈청이 든 용기에 집어넣는다. 줄기세포는 혈청을 먹이 삼아 근육세포로 분화한다. 세포들이 뭉쳐 근육조직이 된다. 몇주가 지나면 국수가락 모양의 단백질 조직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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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 패티에서 미트볼, 치킨, 오리고기까지


2013년 첫 배양육 햄버거를 선보였던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르크 포스트 교수가 설립한 모사미트, 미국의 멤피스미트(Memphis Meats)와 저스트(Just) , 뉴에이지미트(New Age Meats)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멤피스미트는 2016년 미트볼에 이어 2017년 배양육 치킨과 오리고기를 선보였고, 뉴에이지미트는 지난 3월에 배양육 소시지 시식회를 열었다. 멤피스미트엔 곡물업체 카길과 빌 게이츠, 2014년부터 육식을 중단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도 투자에 참여했다. 첫 시제품은 1개에 2500달러나 들었으나 지금은 250달러로 낮아졌다고 한다. 멤피스미트는 2015년 심장전문의 우마 발레티(Uma Valeti)와 줄기세포학자 니컬러스 제노비스(Nicholas Genovese)가 설립한 회사다.


원래 인공계란 분말 제조업체인 저스트(옛 햄튼 크릭)는 지난해 말까지 배양육 제품을 시판한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아직 후속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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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뒤쫓는 이스라엘...초기 제품은 50달러 프리미엄


이스라엘에서도 배양육 개발이 활발하다. 알레프팜스(Aleph Farms)는 지난해 12월 배양육 스테이크를 발표했다. 배양육 스테이크 개발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이스라엘의 슈퍼미트(SuperMeat)는 배양육 치킨을 개발하고 있다.


값이 비싼 참치회의 대체육 개발도 진행중이다. 미국의 오션허거푸드(Ocean Hurger Food)는 토마토로, 핀레스푸드(Finless Foods)는 세포 배양 방식으로 참치회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좋은음식연구소(Good Food Institute) 브루스 프리드리히(Bruce Friedrich) 대표는 4월 캐나다에서 열린 테드 강연에서 "2020년에는 배양육이 일반에 시판될 것"이라며 "그러나 최초의 가격은 50달러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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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이 넘어야 할 벽 '유전공학기술 논란'


그러나 배양육엔 몇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세포를 배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배양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저스트의 배양육 치킨너겟은 한 조각 만들어지는 데 2주가 걸린다. 이스라엘 알레프팜스가 만든 배양육 스테이크도 2~3주 걸린다. 이는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알레프팜스의 배양육 스테이크는 원가가 50달러다. 환경면에서도 식물육보다 불리하다. 영국 옥스퍼드마틴스쿨이 계산한 바로는 에너지가 많이 투입되는 지금 방식의 배양육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7% 정도에 불과하다. 대기중 존속 기간이 이산화탄소는 최대 1000년에 이르는 반면, 메탄은 대기 수명이 12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환경 효과는 더 줄어든다.


세포배양에 유전공학기술이 쓰이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미 인터넷언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멤피스미트는 2019년 1월에 낸 특허 문서에서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해 인공치킨과 소고기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놓았다. 이 회사 대변인은 그러나 확인을 요구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질문에 "우리는 여러가지 혁신 기술을 탐구하고 있으며 2021년으로 예정한 첫 시판 제품에 유전자편집기술이 적용될지 아닐지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답변했다.


이스라엘의 알레프팜스는 한때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한 스테이크를 검토했으나 포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유럽에선 미국과 달리 유전자편집도 유전자변형생물(지엠오)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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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은 인정받았지만 유기농 라벨은 못붙여


이런 문제는 식물육에도 있다. 임파서블 버거에서 붉은 고기색깔을 내는 건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이다. 콩 뿌리 안의 뿌리혹(nodule)이라는 곳에 있는 이 물질은 헴(heme)이라는 비단백질 분자와 결합돼 있다. 이 헴이 붉은 색을 만드는 물질이다. 헴 덕분에 임파서블 버거는 실제 소고기와 같은 모양과 향, 맛을 낼 수 있다. 조던 섀도우스키(Jordan Shadowsky) 임파서블푸드 해외사업 이사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미래식량 국제컨퍼런스에서 "헴은 요리할 때 변형된다"며 "고기를 구울 때 나는 독특한 냄새와 향은 헴의 화학적 결합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임파서블 버거에 사용한 레그헤모글로빈은 콩의 뿌리에서 추출한 게 아니라 유전공학 기술로 변형한 맥주 효모에서 추출한 것이다. 맥주 효모에 헴을 만드는 콩 유전자를 추가해 맥주 대신 레그헤모글로빈을 만들어낸다. 일종의 지엠오(GMO)다. 임파서블푸드는 "헴을 얻기 위해 콩 뿌리를 파내는 것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며 토양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대신 효모를 이용하면 버거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다.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전성은 인정받았지만, 농무부는 지엠오에서 파생된 식품이란 이유로 유기농 라벨은 붙이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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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관건이 될 품질과 가격, 식습관


대체육 성공의 가장 큰 관건은 품질과 가격, 그리고 식습관의 벽을 넘는 것이다.


맛에선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많다. 임파서블 푸드는 자체 조사 결과 임파서블 버거 맛을 본 사람의 90%가 진짜 고기로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초기의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에서 이제는 고기와 비슷한 색깔과 육즙, 향까지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3월부터 한국에 수입되기 시작한 비욘드미트 1팩(2개 들이)을 온라인몰을 통해 구입해 시식해봤다. 일반 햄버거 패티와 똑같이 프라이팬에서 조리한 뒤 먹어본 결과, 맛은 합격점을 줄만 했다. 고소하고 단백한 맛이 제법 고기에 근접했다. 다만 실제 고기를 씹을 때의 식감은 나지 않았다. 부드러운 동그랑땡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배양육 가격경쟁력의 핵심은 소태아혈청 대체물질의 개발


식물육 가격도 가격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임파서블 와퍼의 가격은 일반 와퍼보다 1달러 더 높은 정도이다. 멕시코음식 체인점 델타코가 미 전역 580여개 레스토랑에서 파는 비욘드타코도 일반 타코보다 1달러 비싸다.


배양육은 아직 제조비용이 꽤 높다. 모사미트의 햄버거 패티(140g 기준)는 현재 한 장에 500유로(66만원) 정도라고 한다. 2013년 첫 배양육 버거 생산비가 25만유로(약 3억2700만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이지만, 일반 버거와 경쟁하기엔 부족하다. 모사미트는 향후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지면 9유로(1만2천원)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모사미트는 "현재 유럽 슈퍼마켓의 햄버거가 1유로인데 다음 10년동안 노력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사미트는 2021년 첫 시판 때까지 1개당 10달러선까지 비용을 맞추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관건은 배양육 생산비의 80%를 차지하는 소태아혈청(FBS=fetal bovine serum, 세포 및 조직배양에서 배양액으로 많이 사용되는 혈청)의 대체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공급이 제한된 소태아혈청에 언제까지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대체혈청 시제품은 개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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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 넘으려면 새로운 가치를 소비한다는 인식 공유돼야


식습관을 넘는 문제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 번 굳어진 개인의 식습관과 고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개인의 식습관 뒤에는 수백년 이상을 이어져 내려운 식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들을 보면 대체로 젊은층일수록 대체육에 긍정적이다. 소비자들이 단순한 대체식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소비한다는 인식을 얼마나 공유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육류산업은 연간 1조4천억달러나 된다. 대체육이 이 중 일부만 차지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대한 시장이다. 업계에선 낙관적이다. 우선 소비자들 반응이 좋다. 임파서블 푸드는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해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올들어 미 전역 7천개 레스토랑에서 주문이 2배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제휴 레스토랑 수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식물육 시장이 무섭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23%나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서 미국의 대체육 시장이 2018년 14억달러에서 2023년 25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계 대체육 시장은 2018년 187억달러서 2023년 23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요가 늘자 세계 최대 햄버거 체인 맥도널드도 대체육 버거 판매에 합류했다. 4월 말부터 독일에서 네슬레의 식물육 패티로 만든 버거(Big Vegan TS)를 팔기 시작했다. 독일은 맥도널드의 네번째 큰 시장이다. 네슬레도 4월에 유럽에서 식물육으로 만든 인크레더블 버거(Garden-Gourmet Incredible Burger)를 출시했다. 네슬레는 올 가을 스윗 어스(Sweet Earth)란 브랜드로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네슬레는 식물육 시장 진출을 위해 2017년 9월 스윗어스(Sweet Earth)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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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재배·사육 시대에서 추출·배양 시대로


올 3월 한국에 진출한 비욘드미트의 버거 패티는 지금까지 약 1만개가 팔렸다. 수입업체인 동원F&B는 한국에선 아직 대체육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단기간 판매 목표보다는 시장 기반을 닦아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엔 비욘드 소시지도 들여올 계획이다.


대체육의 미래에 대한 낙관의 근거 가운데 하나는 두유의 성공 사례다. 비유제품 우유(Non-dairy milk. 소 대신 콩이나 견과류, 씨앗 같은 곡물에서 추출한 우유)는 미국에서 전통 우유시장의 13%까지 치고 올라왔다. 벤처투자가인 댄 앨트슐러 말렉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식물고기 1세대는 철학적 이유로 동물단백질을 거부한 채식주의자들을 대상으로 했고, 2세대는 여기에 맛과 향을 더했으며, 비욘드미트 같은 3세대는 대체육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질이 좋아졌다"며 "고기와 비슷한 식물성 단백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시작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은 길들어져 있는 동물고기 맛과 비교하지만, 나중엔 굳이 기존 고기 맛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대체육 자체가 독립적인 고단백질 식품 시장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영양공급원인 단백질을 재배, 사육이 아닌 추출, 배양을 통해 얻는 시대로 넘어간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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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배양육...불모지 다름없는 한국의 과제


대체육의 문은 식물육이 열었지만 그 마무리는 배양육의 몫이다. 배양육 연구는 세포농업이라는 새로운 미래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미국과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몇몇 나라가 이 연구를 이끌고 있다. 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 일본에서도 도쿄의 '인테그리컬처(integriculture)'란 스타트업이 '컬넷 시스템'(CulNet System)이라는 인공혈청을 이용한 세포 배양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5년 화학과 농학을 전공한 젊은 연구자 2인 창업한 회사다. 최근 실험실 수준의 자체 혈청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쇼진미트(Shojinmeat Project)라는 비영리 기업은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직접 동물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해 3조원이 넘는 소고기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배양육 연구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쇠고기 수입국이다. 식물육도 걸음마 단계다. 올 들어 동원에프앤비(F&B)가 비욘드미트 버거를 들여오고, 롯데푸드가 닭고기 맛의 식물육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만들어가는 형편이다. 미국발 대체육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대체육이 식품시장에서 주류로 진입하기 위한 문을 두드렸음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2019년은 대체육 시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해다. 한국에서도 미래의 식량을 발굴한다는 사명감과 도전정신에 충만한 연구자와 투자자의 탄생을 고대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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