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뒤지는 북극곰…‘기후 위기’ 쇼크 10장면
2019년에 맞닥뜨린 기후위기 10가지
온실가스 농도·최고기온 등 기록 경신
해수면 상승·영구동토 해빙 이어지고
북극곰 민가 습격에 순록 굶어죽기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2019년 기후변화는 더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견뎌야 하는 이변이 아니라 극복해야 생존할 수 있는 ‘기후위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올해 세계 곳곳은 기후변화 현상과 맞닥뜨려야 했다.
1. 해마다 기록 경신하는 이산화탄소 농도
올해 측정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인 80만년 전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 5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하와이 마누아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온실가스 농도는 415ppm이었다. 빙하기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ppm 안팎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현재와 같은 간빙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략 280ppm 안팎이라고 밝혔다. 인류는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그 결과 해마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ppm씩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초까지만 해도 358ppm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7년 만에 15% 상승한 셈이다.
2. 해수면 높이 해마다 2.9㎜ 상승
올해 7월 그린란드에서 녹아내린 얼음양만으로도 세계 해수면 높이가 0.5㎜ 높아졌다. 1992년 이래 세계 해수면 높이는 해마다 2.9㎜씩 높아져, 현재 78.3㎜가 상승했다. 미국 펜실베이나대 마이클 만 교수는 “그동안 빙하 붕괴 속도를 과소평가했다”며 “앞으로의 해수면 높이 추정에 암시를 준다”고 말했다.
3. 그린란드 빙하 절반이 넘게 녹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올해 7월 그린란드 빙하는 1970억t이 녹아 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갔다. 가장 많은 얼음이 녹은 날은 7월31일로 이날 하루에만 100억t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됐다. 이런 빙하 해빙 규모는 2012년 이래 가장 큰 것이다. 2012년에는 그린란드 빙하의 97%가 녹았다. 올해 7월까지 그린란드 빙하의 56%가 녹았지만 기온은 2012년 때보다 높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논문은 그린란드에서 1993년부터 2018년까지 5조2천억t의 빙하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남극 빙하의 경우 1992년부터 2017년 사이에 3조t이 녹았다고 <네이처> 논문은 밝혔다.
4. 뉴욕보다 더웠던 알래스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는 올해 7월4일 여름 32도까지 올라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북극권에서 560㎞ 떨어진 눈의 도시가 뉴욕(당일 최고기온 29도)보다 더웠다. 앵커리지의 이전 최고기온 기록은 1969년 6월14일에 기록된 29도였다.
5. 북극 영구동토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올해 캐나다 북극지역에서 적어도 70년 동안은 결빙된 채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한때 얼었던 지표들이 녹아 점점이 호수로 변해 마치 스위스 치즈 모양이 됐다.
6. 200마리 이상의 순록이 굶어죽다
기후변화로 동토지역이 따뜻해져 순록이 굶어죽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라이브사이언스> 제공 |
올 여름 노르웨이 스발바르드섬에서 200마리가 넘는 순록이 숨진 채 발견됐다. 기후변화로 이들이 먹는 식물들에 접근하지 못해서다. 기후변화로 스발바르드섬 기온이 올라가 강수량이 증가했다. 12월에 많은 비가 내려 얼어붙으면서 ‘툰드라 만년빙’을 만들었다. 이 두꺼운 얼음층은 순록들이 겨울철 목초지에서 먹이를 뜯어먹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굶어죽게 했다.
7. 역대 가장 뜨거웠던 여름
올해 7월은 2016년에 기록된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최고값(극값)을 기록했다. 아마도 사상 최고기온일 가능성이 높다. 7월의 온도는 2019년 연평균 온도를 사상 5위 안에 들도록 했다. 7월에 이어 9월 평균기온도 역대기록을 세웠다. 기후 기록을 시작한 이래 140년 동안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두번째 해가 됐으며, 북미에서는 최고기온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9월만이 아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온은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노아는 밝혔다.
8. 북극 들불
지난 11월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파울라에서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제공 |
올 여름 러시아를 훑고 지나간 들불은 우주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발생시켰다. 나사 지구관측소(NASA EO) 사이트는 7월말 북극에서 불타고 있는 100개가 넘는 들불 사진을 공개했다. 북극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어 불이 나기 좋은 조건이다. 번개에 의해 화재처럼 대형 들불들은 이르쿠츠크, 크라스노야르스크, 부랴티야 같은 지역에서 일어났다. 들불 면적은 1295㎢에 이른다.
9. 북극곰의 습격
지난 2월9일 러시아 처칠 마니토바에서 북극곰들이 마을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다. 셔터스톡스 제공 |
올해 초 52마리의 북극곰이 러시아 북극 군도 마을의 작은 작업장을 점령해버려 마을 사람들이 불안에 떨었다. 러시아 남해안 인근에서 물개를 사냥하러 모여드는 곰들을 보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얇아진 해빙 탓에 곰들이 내륙 깊숙이까지 먹이를 찾으러 등장한 것이다. 쓰레기통에 남아 있는 음식들이 곰들이 더 북쪽으로 이동해가는 걸음을 멈추게 했고 지역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됐다.
10. ‘비브리오 패혈증’ 창궐
기후변화로 인해 먼 바다에 사는 ‘살을 파 먹는’ 박테리아 곧 비브리오균이 이전에는 영향권 밖이었던 해안까지 침투했다. 미국 델라웨어와 뉴저지 사이의 델라웨어만에서 물이나 해산물로 인해 비브리로 패혈증에 감염된 사람들이 잇따랐다. 괴저병을 일으키는 비브리오 벌리피쿠스(Vipio Vulnificus)는 멕시코만처럼 주로 따뜻한 지역에서 살아 델라웨어만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비브리오균이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전에는 감염 사례가 드물던 지역에서도 자주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