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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운동? 근육 보존에 우선순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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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여성 몸의 변화 정확하게 알아두길

유산소 절반으로 줄이고 근력 운동에 투자해야

고도비만인 경우 평소 활동량 먼저 늘리길

한겨레

여성들의 운동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년 여성들의 운동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저강도로 걷기 운동이 만능은 아니다. 건강 콘텐츠 블로그 ‘수피의 건-강한 이야기’를 운영하며 <헬스의 정석>, <다이어트의 정석>을 펴낸 ’수피’가 중년을 맞고,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여성에게 권할 만한 운동법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과거만 해도 피트니스는 젊은 남성의 영역으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여성 고객이 늘었다. 회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경우도 많고, 40~50대도 흔하다. 젊은 여성이 중년기를 지나 갱년기에 이르는 동안 몸은 달라진다. 이유 없이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기도 한다. 갱년기 여성의 몸은 20대와는 다른 것이다. 갱년기를 맞은 중년 여성일수록 운동이 중요하다. 갱년기에 여성의 몸이 정확하게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면 운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먼저 근육이 줄고 신진대사가 떨어진다. 같은 운동을 해도 소모되는 에너지가 예전보다 줄어든다. 같은 양을 먹고, 똑같이 운동해도 체중이 늘기 쉽다. 체지방이 붙는 위치도 달라진다. 젊은 여성은 체지방이 허벅지나 궁둥이에 붙지만, 나이가 들면 같은 양의 체지방이 배로 가는 비중이 커진다. 뱃살이 는다. 호르몬 변화에 따른 노화의 일종으로, 완경(폐경) 전후 두드러지게 변한다. 또 체중의 변화와 무관하게 체형도 달라진다. 체중계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는 같은데, 예전에 입던 바지를 입을 수 없다.


근육이 많아야 할 부분은 빈약해지고 허리만 굵어져 체형이 호리병 모양에서 11자가 된다. 다이어트로 젊은 시절과 같은 체중을 유지해도 이전 옷이 안 맞는 경우가 생긴다. 과거 출산 후유증도 갱년기에 특정한 체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중에는 복부 근육이 많이 늘어나고, 심한 경우 복근이 파열되기도 한다. 문제는 출산 후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 젊을 때는 다른 근육이 받쳐줘 실감하지 못하다가 나이 들어 받쳐주던 근육량이 줄면 문제가 커진다. 체지방과 무관하게 윗배가 나오거나 중앙부가 움푹해지고, 허리도 약해지기도 한다. 의학적인 도움이나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가운 얘기도 있다. 심폐지구력은 비교적 감퇴가 더디다. 자전거나 등산, 장거리 달리기 등을 할 때 쓰는 능력인데, 노화가 느린 편이다. 따라서 심폐지구력을 늘리기보다는 노화가 빠른 근육을 보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게 좋다.


운동에 앞서 ‘내 몸이 운동을 감당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자. 완경 이후 대부분의 여성은 관절염이나 디스크, 고혈압이나 당뇨 등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은 무릎이 취약해 무릎 손상이 많다. 고도비만 상태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여성의 몸의 특징을 알았다면 처방도 손쉽다. 반은 온 셈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받은 가장 흔한 질문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운동법들을 알아봤다.


Q 40대 후반의 여성 A씨. “식사 관리도 잘했고, 걷기 운동도 꾸준히 했어요. 체중은 정상인데 몸매가 안 예뻐요!”


A 젊은 시절 체중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관리를 잘했다고 볼 수 있다. 단, 장기간 다이어트와 유산소 위주 운동만 했을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체중관리는 가능하지만, 몸매 관리는 어렵다. 일단 지역 보건소 등을 찾아가 체성분 검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정확도에 한계는 있지만, 자신의 근육량이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한 참고자료가 된다. 지역에 따라 무료인 경우도 있고, 약간의 비용을 받기도 한다.


몸매를 젊은 시절처럼 가다듬고 싶다면 유산소 운동은 반으로 줄이고 근력 운동에 투자하시라. 트레이너에게 지도받기 어렵다면, 집에서 스쿼트 50번, 팔굽혀펴기(또는 무릎 대고 팔굽혀 펴기) 30번, 계단 오르기(20층 정도) 등, 이 세 가지만이라도 해보자. 할 수 있는 만큼의 횟수로 나눠서 하면 된다. 즉 스 10회씩 5번에, 팔굽혀펴기는 5회씩 6번에 나눠 하고, 계단은 4층 오르고 1분쯤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를 5번 반복한다.


무릎에 문제가 없다면, 유산소 운동도 1분 가볍게 뛰고, 2분 걷는 방식을 권한다. 러닝화는 나중에 관절이 다쳐 들어갈 병원비를 미리 아낀다는 심정으로 좋은 제품을 마련하자. 이미 무릎에 문제가 있다면, 실내 자전거나 로잉머신(노 젓기 동작을 할 수 있는 기구)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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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0대 통통한 몸매의 여성 B. “평생 운동과는 담을 쌓았어요. 딱히 큰 병은 없지만, 배도 나오고 건강이 걱정돼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막막해요.”


A 자녀들이 B와 같은 상황의 어머니에게 헬스장 이용권을 끊어드릴지 묻는 사례가 정말 많다. 하지만 운동을 전혀 안 했던 중년 여성이 헬스장 운동에 재미를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혼자 하는 걷기도 오래 못 갈 가능성이 크다.


처음 시작하는 운동은 본인이 즐거운 것을 찾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체로 오락성이 가미되고, 전문 강사가 직접 리드하는 ‘신나는’ 단체운동인 댄스, 탁구, 스피닝(음악에 맞춰 율동 하면서 고정식 자전거 페달 돌리는 운동) 등이 지속하기에 좋다. 이런 운동들은 복지시설이나 지방자치단체 운영 체육시설에 강습이 개설된 곳이 많다.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고 비슷한 나잇대의 사람과 친목도 도모할 수 있다. 일단 기초체력을 갖추고, 멋진 몸에 욕심이 생기면 그때 다른 운동으로 넘어가도 된다.


Q 고도비만 40대 후반 여성 C. “관절이 자주 아파요. 혈당에도 문제가 생긴 거 같고요.”


A 일단 운동이 가능한지 의사와 상담해 보기를 권한다. 그 상태로 중년에 이르렀다면 이미 무릎이나 허리도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아무 운동이나 할 수는 없다. 물론 식사조절은 필수다.


보통은 20~30분 걷기를 시작하라고 권하지만, 그도 버거울 만큼 비만하다면 운동만 답은 아니다. 평상시 집안일이나 장보기 등의 활동량을 늘려 보자. 잦은 산책이나 체조로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여준다. 최근 시판되는 각종 스마트 밴드 등으로 하루 걸음 수를 체크해 6천보 걷기를 한다. 고도비만인 이는 적은 움직임에도 감량이 빠르게 진행된다. 힘든 운동은 살을 빼 관절 부담을 줄여준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운동은 수영인데, 현실에선 신체 노출을 꺼리는 분들이 많아 권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튼튼한 실내 자전거를 구해 낮은 강도로 타는 것도 좋다. 스테퍼(계단 오르기 동작을 할 수 있는 운동 기구) 이용이나 줄넘기, 달리기 등은 무릎에 부담을 많이 주는 운동이라서 고도비만인 이에게는 맞지 않는다.


운동법을 안다고 전부가 아니다. 문제는 실천. 하루하루 적금 쌓듯이 근육과 체력을 쌓아보자. 중년 이후 삶의 질과 자존감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삼겹살 1인분 운동만으로 없애려면 20㎞는 달려야


운동하는 여성의 수는 늘었지만, 현실에선 대부분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걷기만 한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거나 유능한 개인 트레이너라도 두지 않으면 운동법을 알기 어렵다. 게다가 이미 폐기된 속설들도 떠돌고 있다. 이것만 머리에서 지워도 운동이 훨씬 쉬워진다.


■ 복근운동을 하면 뱃살이, 하체운동을 하면 다리 살이 줄어든다?


긴 세월 끈질기게 떠도는 이론이다. 복근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이 단련된다. 체지방은 전신에서 골고루 빠진다. 특정 부위만 운동한다고 그 부위 체지방만 더 빠지지는 않는다.


■ 지방을 많이 없애는 저강도 운동을 해야 살이 빠진다?


한때 걷기 운동의 유행과 함께 퍼진 이야기다. 강도가 낮은, 덜 힘든 운동이 힘든 운동에 견줘 지방을 많이 없애 살이 더 빠진다는 주장이다. 몸은 탄수화물이나 체지방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둘은 같은 비율을 유지한다. 한쪽이 줄면 다른 쪽을 쓴다. 식사를 하면 부족한 곳부터 채운다. 즉 궁극적으로는 에너지를 많이 없애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살이 더 빠진다.


■ 많이 먹어도 운동 많이 하면 된다?


운동으로 없애는 열량은 놀랄 만큼 적다. 체중 50㎏ 여성이 30분을 걸어도 오렌지 주스 한 컵(200㏄), 밥 1/3공기, 구운 과자(쿠키) 반 개 만큼의 에너지밖에 못 없앤다. 삼겹살 1인분(200g)을 먹으면 20㎞는 달려야 한다. 먹은 음식 대부분은 생명 자체를 유지하는 연료로 쓰이고, 운동에 쓰이는 건 20~30%에 불과하다. 운동을 늘리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니 먹는 것을 관리 못 하면 체중관리는 어렵다.


수피(<헬스의 정석>, <다이어트의 정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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