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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바타, 바게트....살 덜 찐다는 빵들도 알고 먹어야

수많은 빵 /unsplash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빵은 밥만큼이나 중요한 주식 중 하나가 됐다. 밥 대신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많고 여행을 가도 조식으로 밥 대신 빵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을 신경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어떤 음식이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었다.


빵이야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살찌는 음식의 대명사인 만큼 살이 덜 찐다거나,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빵들이 있다. 사워도우로 유명한 깜빠뉴, 효모와 물 등으로만 이루어진 치아바타, 바게트 등이 대표적이다. 

바게트 /pixabay

바게트는 프랑스에서는 일종의 상징적인 음식이다. 1920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만들어진 바게트는 치아바타처럼 밀가루, 소금, 물, 효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게트가 만들어진 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1920년 프랑스에서 아침에 먹을 빵을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제빵사가 너무 많은 일을 하게 되어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이들이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생겼다고 한다. 이에 프랑스인들이 아침에 먹을 빵을 구워내는 시간이 부족해져, 제빵사들이 빵집 오픈 3시간 전까지 만들 수 있는 빵이 바게트였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은 나폴레옹 장군이 마을 사람들에게 군인들이 빵을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길고 가느다란 모양으로 빵을 만들라고 지시해 이게 바게트가 되었다는 설이다. 흥미로운 설은 또 있다. 노동자들이 아침에 출근할 때 빵을 잘라 먹으려고 나이프를 들고 다녔는데 이 때문에 파리 지하철에 여러 사고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하철 측에서 제빵사들에게 나이프가 아닌 손으로도 찢을 수 있는 빵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바게트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나이프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는 얘기다. 


바게트는 프랑스 혁명과 관련이 있다.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의 프랑스는 심각한 기근에 시달렸고, 1800년대까지 평민들은 호밀과 메밀 등으로 만든 빵을 먹었다. 제빵사들은 밀가루 대신 쓸 수 있는 모든 재료를 썼는데 심지어 톱밥, 건초, 흙도 재료에 넣었다고. 

바게트 /pixabay

자연히 빵의 가격도 폭등해 프랑스 정부가 소금이 들어가는 모든 것에 세금을 매겼는데 문제는 이 세금을 부유층과 공무원들은 면제를 해 준 것이다. 바게트엔 소금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가뜩이나 빵값도 오른 마당에 소금이 들어갔다고 세금까지 내라고 하니 평민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평민들은 딱딱하고 새까만 빵을 먹어야 했지만 반대로 귀족들은 하얗고 부드러운 빵에 버터까지 넣어 먹자 굶주림에 시달리던 평민들은 분개해 들고 일어났고, 프랑스 혁명이 발발했다. 바게트는 이 점에서 프랑스 혁명의 원인이 된 상징적인 빵이기도 하다.


1793년 혁명 이후로 모든 제빵사들은 '평등'이라 부르는 빵들을 만들었고 이후 수십년간 밀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바게트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이때부터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를 만들 때 길이를 1m까지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이 길이는 65cm로 만들어야 하며, 최소 중량은 80g이어야 한다는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치아바타 /unsplash

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하는 빵 중 하나인 치아바타는 1982년 아르날도 카발라리가 처음 만들었다. 치아바타는 이탈리아어로 “낡은 신발(old shoe), 슬리퍼(slipper)”를 의미하는 단어로, 기다랗고 넓적하며 가운데가 푹 꺼진 빵의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왜 하필 슬리퍼냐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곡물 부족으로 인해 엄청난 부자들이 아닌 이상 평민들은 흰 밀가루 반죽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고. 그래서 빵을 만들 때마다 조금씩 남은 반죽을 슬리퍼 모양으로 늘여서 치아바타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치아바타로 만든 샌드위치 /unsplash

치아바타의 레시피는 1999년 카발라리가 만든 제분소 '모리니 아드레시'에 의해 11개국의 제빵사들에게 알려졌다. 카발라리와 이탈리아의 다른 제빵사들은 프랑스에서 수입한 바게트로 만든 샌드위치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진 것을 우려해, 바게트 대신 샌드위치에 들어갈 빵을 만들고 있던 때였다. 몇 주에 걸쳐 카발라리와 여러 제빵사들은 밀가루와 물을 이용해 요리법을 실험했고 샌드위치를 만들 완벽한 빵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새로운 빵을 홍보한 지 몇 달만에 이탈리아에서 치아바타의 인기를 빠르게 올라갔고 각 지역마다 조금씩 만드는 방법도 달라졌다. 토스카나, 움브리아, 마르케 지역의 치아바타는 겉이 딱딱하고 속이 조밀한 것부터 바삭하고 좀 더 가벼운 것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치아바타가 큰 성공을 거두고, 1985년 영국의 대형 식료품 마트인 막스 앤 스펜서에서는 치아바타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제빵사들은 치아바타의 대량 생산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미국 전역에서도 빠르게 퍼졌다. 카발라리는 빵 명칭을 자신이 일하던 곳의 지역 이름 폴레시네(Polesine)를 붙여 ‘치아바타 폴레사나'라는 이름으로 저작권을 등록했고 1990년 다시 ‘치아바타 이탈리아’로 변경해 등록했다.


카발라리는 11개국 제빵사들에게도 '이탈리아 타입'의 밀가루를 공급받아 치아바타를 만들면 '치아바타 이탈리아'라 제품에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한다.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했으며, 전국적으로 치아바타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깜빠뉴 /flickr

사워도우는 발효종을 주재료로 하는 빵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맥주와 효모를 사용해 누룩을 넣은 빵을 구웠다고 한다. 19세기 상업용 효모가 개발될 때까지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었다. 1993년 영국에서 사워도우를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을 정의하게 되었고, 빵과 맥주 모두를 생산하는 수도원에서는 오븐의 열을 사용해 맥아를 건조시키고 효모를 사용해 빵을 구웠다. 

훔치기엔 크기가 큰 깜빠뉴 /flickr

바게트와 비슷한 깜빠뉴는 프랑스어로 '시골의 빵'이란 뜻이며, 깜빠뉴로 검색해 보면 시골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하나 먹으라고 건네주실 것처럼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깜빠뉴는 과거 시골에서 집집마다 취향에 따라 반죽해 마을 공동 오븐에서 구워 먹던 풍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장편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훔쳐 간 빵도 깜빠뉴다. 


샤워도우의 하나인 깜빠뉴는 흰 빵보다는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샤워도우를 건강하게 만드는 건 발효종이라는 점이다.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도 사워도우를 추천하는 편인데 발효 과정에서 글루텐이 분해되어 글루텐 함량이 적어지고 소화시키기도 쉽다는 것이다. 깜빠뉴 100g당 약 200칼로리 전후이며, 일반 밀가루가 아닌 호밀이나 통밀로 만들어져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도 않으며 발효 과정이 길어 혈당 지수(GI)도 낮다. 

바게트에 토마토와 아보카도 등을 올렸다 /pixabay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바게트 100g의 양은 270칼로리 정도 된다. 바게트의 칼로리는 주로 탄수화물인데, 바게트 100g에는 탄수화물 56g, 단백질 9g, 지방 0.5g 정도가 들어 있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긴 하지만 단백질 함량도 높은 편이고 지방은 낮다. 주목할 것은 소금의 양인데, 바게트 100g에 약 680mg의 소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소금은 빵을 굽는 데 있어 필수 성분인데, 효모 배양을 억제하고 빵 보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과도한 나트륨의 섭취가 고혈압과 심장질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1,500~2,300mg로 권장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전통적인 바게트는 정제된 밀가루로 만들어지며, 정제곡물은 체내에 지방으로 저장된다고 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바게트 60cm 하나를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는 것은 아니니, 바게트 한 개의 반만 먹어도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에는 큰 영향은 없다. 다른 빵들 중에서도 바게트는 그나마 첨가물이 제일 적어, 식이는 하고 싶은데 빵도 먹고 싶을 때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치아바타 스테이크 /flickr

치아바타 빵 한 접시는 약 260칼로리 정도. 빵에 함유된 칼슘과 섬유질은 소화를 돕고 당뇨병을 예방하며 뼈 건강을 높인다고 한다. 다만 대부분의 빵과 마찬가지로 치아바타의 탄수화물 수치는 높은 편이다. 57g의 치아바타는 약 29g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고, 치아바타의 지방은 약 5g으로 단일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한 올리브유에서 나온다. 단백질은 약 5g, 나트륨은 320g 정도가 들어 있다. 


그러나 치아바타를 굳이 체중 감량을 위한 선택지로 하기에는 어렵다. 치아바타는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지만 글루텐 프리가 아니다. 통밀로 만든 치아바타를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치아바타의 매력은 흰 밀가루로 만들었을 때 나오는 독특한 식감과 맛이기 때문에 대부분 흰 밀가루로 치아바타를 만든다. 따라서 치아바타보다는 바게트나 사워도우가 더 나은 선택지이거나, 통밀로 만든 치아바타를 고르는 게 좋다. 특히 호밀빵 중엔 설탕이 많이 들어간 것도 있으니 잘 구분해서 먹어야 한다.

바게트 /unsplash

결국 모든 탄수화물 많은 음식들이 마찬가지로 살을 빼고 싶다면 뭐든지 적당히 먹으며,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된다. 바게트든 치아바타든, 사워도우든 기본적으로 빵이니 탄수화물이 들어 있어 아예 살이 안 찔 수는 없다. 다만 당류가 적어 그나마 다른 빵들보다 좋은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음식이든 빵도 결국은 예외는 아니며 바게트나 사워도우를 먹어도 하루에 양을 조절해 적당히 먹고 평소 식단을 알맞게 관리하면 된다. 


예를 들어 체중 감량을 한다고 매일매일 삼시 세끼를 바게트만 먹는 것보다 하루에 바게트 반 개와 영양가 있는 식단,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얘기다. 특히 밖에서 판매하는 빵을 사는 것보다 집에서 직접 사워도우나 치아바타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만드는 과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홈베이킹 수업을 하루이틀만 받아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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