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스마트폰 대신 뜨개바늘을 잡은 MZ세대. 디지털 디톡스와 힐링을 위해 뜨개질을 선택한 젊은 세대들의 변화와 새로운 뜨개 문화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느좋' 취미 뜨개질, 최근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픽셀스 

패션뿐만 아니라 취미도 그랜마코어가 대세다. 한때 할머니들의 취미로 여겨지던 뜨개질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젠 카페나 지하철 등에서 뜨개질을 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SNS 등에서도 개성 넘치는 니트류 제품을 직접 만들어 입는 시도가 늘고 있는 가운데 뜨개인을 사로잡기 위한 공간도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 세대가 뜨개바늘을 잡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팬데믹 끝나도 여전히 ‘뜨개질’ 중

최근 감성적인 ‘느좋(느낌 좋은)’ 취미로 뜨개질이 떠오르는 듯 싶지만 사실 이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급증했다. 당시 외출이 제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았고 그 중에서 비교적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뜨개질이 인기를 끌었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본 기자도 뜨개질을 직접 시도해 봤다 /윤미지 기자

눈에 띄는 점은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뜨개질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최근 2년간(2022년~2024년) ‘뜨개’의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동절기와 하절기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고른 수치를 보인 그래프가 2024년 11월 최다 검색량을 보이며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한 독자가 직접 만든 뜨개 가방 /독자 제공

소비에 있어서도 뜨개질과 관련된 내역이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뜨개질 카페의 2024년 1월~10월 신한카드 이용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카페에서도, 영화관에서도… 늘어나는 뜨개 공간

집콕 취미 정도로 여겨졌던 뜨개질이 인기를 끌면서 점차 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뜨개인들은 SNS를 중심으로 외부에서 간편하게 뜨개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이에 필요한 물품, 그리고 뜨개질을 하기 좋은 공간 등을 공유하는 시도도 나타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뜨개질을 하며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뜨개 카페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창에 뜨개질 카페를 입력하면 각 지역별로 검색 키워드가 나타날 정도로 뜨개질을 위한 공간을 찾는 이들이 많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2022년 촬영한 바늘이야기 연희점 1층 전경 /윤미지 기자

바늘이야기는 대표적인 뜨개 공간으로 뜨개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각각 연희점과 파주점이 운영 되고 있으며 뜨개질을 위한 재료를 판매하는 매장과 커피를 마시며 뜨개질을 할 수 있는 카페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지난 1월 연희점을 직접 방문한 당시에도 뜨개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여성 고객이었고 10대 후반~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고객의 비율도 적지 않았다. 처음 매장에 들어서면 뜨개실을 진열한 거대한 포토월을 만나볼 수 있는데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이 인기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바늘이야기 연희점에서 만난 포토월, 이곳에서 인증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인기다 /윤미지 기자 

1층에서는 뜨개질에 필요한 실과 바늘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완성된 니트 제품을 샘플로 진열하고 있고, 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도안과 패키지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실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2층 카페는 뜨개질을 하면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공간인 만큼 이미 다수의 고객들이 뜨개질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뗀은 최근 젊은 세대에서 떠오르는 뜨개 핫플레이스다. 뜨개사계절의 오프라인 매장이자 뜨개 컨셉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지난 주말(29일) 직접 누뗀을 방문해봤다. 다수의 젊은 세대 고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으며, 뜨개질을 하며 이용할 수 있는 카페라는 점 외에도 빈티지한 유럽 감성 인테리어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은 듯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누뗀 1층 일부 공간을 촬영한 모습, 뜨개 관련한 다양한 재료들을 구매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1층에서는 실과 바늘, 단추 등 다양한 뜨개질 재료들을 판매하고 있다. 또 니트나 가방 등을 만들 수 있는 실을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샘플 제품도 진열되어 있어 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누뗀 1층 일부 공간을 촬영한 모습, 뜨개 관련한 다양한 재료들을 구매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누뗀 1층 일부 공간을 촬영한 모습, 뜨개 관련한 다양한 재료들을 구매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1층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2층 카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청계산 뷰가 보이는 메인 소파 자리와 함께 적절한 공간을 두고 여러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각각의 테이블에서 이어폰을 꽂고 뜨개 영상을 시청하며 뜨개 작업에 몰두한 고객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뜨개질을 할 수 있는 뜨개상영회도 매월 정기적으로 열린다. CGV는 지난 1월 한 차례 진행한 뜨개상영회가 전석 매진되며 뜨개인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으며, CGV강변을 비롯해 전국 10여 개 극장에서 이를 확대 진행키로 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지난 1월 CGV강변 씨네앤포레에서 진행된 뜨개상영회 현장.

지난 1월 CGV강변 씨네앤포레에서 진행된 뜨개상영회 현장 /CGV

뜨개상영회는 말 그대로 영화관 내에서 영화를 보며 뜨개질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다. 상영관 내 조도를 높여 편안하게 뜨개질을 하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다. 또 앞서 뜨개상영회에서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리틀 포레스트> 등 뜨개질에 집중할 수 있는 잔잔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인 점도 눈길을 끈다.


CGV에 따르면 실제로 뜨개상영회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이색적인 뜨개 장소라고 하면 비행기나 기차 등 이동 수단이었는데 영화를 관람하며 뜨개질을 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즐거움이 배가됐다”라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르세라핌 사쿠라도 뜨개질 중… 일본 젊은 세대서 트렌드로 떠올라

뜨개질의 인기는 바다를 건너 일본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X(구 트위터)에서는 지난 1월 일본 트렌드 키워드에 ‘뜨개질 붐’이 오르기도 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그간 뜨개질은 노년층 취미로 분류되어 왔으나, 최근의 인기는 10·20대를 주축으로 한 MZ세대에서 나타나고 있어 흥미롭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다수의 일본 언론들은 K팝 그룹 르세라핌의 일본인 멤버 사쿠라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사쿠라는 지난 2023년 말부터 자신의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직접 만든 뜨개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팬들에게 높은 화제성을 보였으며 다수의 일본 언론은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사쿠라가 직접 뜬 바라클라바를 착용한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했다 /사쿠라(@39saku_chan)의 개인 인스타그램 갈무리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사쿠라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뜨개질 영상 /사쿠라(@39saku_chan)의 개인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 예로 젊은 여성들의 관심사를 다루는 일본의 파우치(Pouch)는 한 뜨개질 도안 서적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하며 ‘한국 아이돌이 짠 것 같은 소품의 뜨개질 레시피 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르세라핌 사쿠라는 지난 1월 뜨개질 굿즈 브랜드 꾸로셰(KKUROCHET)를 론칭했다. 자신의 취미 생활을 팬들과 함께 향유하고자 선보인 개인 굿즈 브랜드로 키링이나 스트랩, 파우치, 가방 등 DIY 키트를 선보였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뜨개질 머치 꾸로셰 론칭 /쏘스뮤직

뜨개질 인기… 힐링·반도파민 영향으로 분석

이러한 뜨개질의 인기는 최근 힐링·반도파민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숏츠(짧은 영상), 맵고 단 자극적 음식, 음주, 쇼핑 등 도파민 중독의 시대 속에서 이에 반하고자 하는 다수의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며 독서나 운동 같은 취미 활동이 주목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뜨개질에 몰두하며 힐링과 휴식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뜨개 카페에서 만난 이 씨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서울에 거주한다고 밝힌 30대 여성 이 씨는 17세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간 뜨개질이라는 취미에 몰두해왔다. 그는 “뜨개질을 하면 다른 잡념을 잊게 된다”라며 “손을 계속 움직이면서 몰입하다 보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30대 여성 이 씨가 뜨개질로 만들고 있는 니트 가디건의 일부 촬영 /윤미지 기자

국내외 다수의 언론 역시 현재의 뜨개질 붐이 스트레스가 과다한 사회 속에서 정신 안정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지난 2월 13일 일본의 JB프레스는 ‘남자들도 몰입! 왜 뜨개질이 붐이 되었을까? 아이돌·스포츠 선수들이 불을 지핀 이유… 스트레스 과다 사회에서 정신 안정에 효과’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장기적으로 뜨개질과 수공예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으나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재난 등이 발생하면 다시 인기를 되찾기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뜨개질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손으로 작업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사람과의 연결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라고 말한다.


이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피난민들이 거주하는 임시 주택 등에서 뜨개질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당시 독일 뜨개질 작가 베른트 케스틀러(Bernd kestler)가 제안한 ‘거대한 담요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대신 뜨개바늘 잡은 MZ들

뜨개질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뜨개질에 관련된 정보와 콘텐츠가 활발하게 공유되는 것은 물론, 뜨개질 재료를 판매하는 전문점이나 뜨개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뜨개인들 또한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MZ세대, 스마트폰 대신 ‘뜨개’ 바늘 잡은 이유

뜨개질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이와 관련된 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바늘이야기에서 구매할 실을 장바구니에 담은 모습 /윤미지 기자 

일상 속에서 휴식과 힐링을 위해 스마트폰 대신 뜨개바늘을 잡은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요즘 앞으로 뜨개질의 인기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뜨개질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으며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 역시 기대가 되는 바다.


윤미지 기자

handmk
채널명
핸드메이커
소개글
공예 및 문화·예술 전문 미디어 문화 예술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 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