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인정, 업계에서 치트키로 쓴다는 간식 정체
유난히 덕후 몰이를 하는 식품이 있어요. 바로 구황작물인데요.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구황작물 트리오인 '옥수수, 고구마, 감자' 간식을 선보여 이슈가 됐어요. 밭에서 갓 캐낸 감자와 고구마 모양을 한 쫀득한 빵들도 한창 인기를 끌었죠.
맛있어서 찾고, 든든해서 더 좋은 구황작물! 근데 여러분은 구황작물의 진짜 의미를 알고 계시나요?
주린 배를 채워준 구황작물
현대 사회에선 '올해 농사가 잘되지 않았다'라는 뉴스를 봐도 굶주림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요. 기껏해야 채솟값이 오르는 것이 최대의 걱정이죠.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망쳤다는 말은 목숨을 좌우하는 무시무시한 소식이었어요.
중국의 가장 오래된 자서인 『이아爾雅』에서는 곡식이 익지 않은 것을 기, 채소가 자라지 않은 것을 근이라 했어요. 곡식이 익지 않고, 채소가 자라지 않은 기근 속에 백성을 구하는 정책을 '구황'이라고 칭했는데요. 구황작물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쌀과 같은 주곡 대신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말해요.
구황작물이 되기 위해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야 하지만, 무엇보다 재배 기간이 짧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요. 보통은 60일 내외, 길어도 90일을 넘기면 안 된답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보리농사의 흉작이 예상되면 밭을 갈아엎고 구황작물인 감자를 심었어요. 혹은 논을 갈아엎고 메밀이나 콩을 심어 짧은 시간 내에 겨울에 먹을 식량을 비축했죠. 서리가 내리기 전 급하게 수확까지 해야 하니 짧은 재배 기간은 당연한 조건이었답니다.
조선 시대에는 농사를 망쳤을 때 구황작물을 심으면 세금을 면해주기도 했어요. 조, 피, 기장, 메밀, 콩 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죠.
특히 메밀은 정조의 애정을 듬뿍 받았습니다. 정조는 "결실 때까지 전후 기간이 충분히 서리를 면할 수 있는 것으로서 국수도 만들 수 있고, 조호(중국 남방의 맛있는 쌀)의 맛과 영양을 당할 만하며, 흉년의 기근을 구제하는 공이 중국의 토란이나 일본의 고구마보다 월등히 나은 것은 오직 메밀이다"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메밀은 흉년이 들었을 때나 일제의 곡식 수탈에서 굶주림을 해결해 준 고마운 식품이랍니다.
구황작물 삼총사의 활약
신대륙에 발을 디딘 콜럼버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후춧가루는 찾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발견을 했어요. 바로 구황작물 하면 떠오르는 '옥수수, 감자, 고구마'의 발견입니다. 이 발견은 전 세계인을 굶주림에서 구하고 미래의 식량을 확보한 역사적 사건으로 여겨져요. 우리나라에는 17세기 이후 들어와 큰 활약을 했는데요. 얼마나 대단한 친구들인지 같이 한 번 살펴볼까요?
옥수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작물이에요. 물을 가리지 않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생으로 먹거나 불에 구워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재배하는 데 반년 이상 걸리고 도정을 거쳐 익혀 먹어야 하는 쌀이나 밀에 비해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인 식품이죠.
우리나라에서 옥수수에 대한 기록은 1766년 <증보산림경제>에 처음 등장하는데요. 전체 모습은 수수와 비슷하고 알갱이가 옥 같다고 하여 옥수수라고 이름 붙었어요. 옥수수는 한국 전쟁 당시 큰 도움줬는데요. 먹을 게 없어 굶주림에 시달리던 피난민들은 옥수수 죽으로 허기를 달래었답니다.
쌀, 밀, 옥수수 다음으로 많이 먹는 작물이 바로 감자에요. 토양에 질소가 거의 없어도 키울 수 있는 작물은 감자밖에 없는데요.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산간 지방이나 화전민들의 중요한 식량이 되었어요.
유럽으로 전파된 감자는 '개도 안 먹는 감자'라 불리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는데요. 프로이센의 독일 통일 전쟁으로 유럽 전역이 전쟁으로 인한 화재에 휩쓸리며 감자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1920년대 강원도에는 화전민이 인구의 1/4로 약 35만 명에 달했어요. 반복되는 화전으로 식량이 더욱 줄었는데요. 감자는 토양의 상태에 상관없이 잘 자랐기 때문에 강원도의 주요 식량이 됐어요. 강원도에서는 "썩어도 버릴 것이 없는 것은 감자와 명태뿐"이라는 속담이 존재할 정도로 애정 하는 작물이랍니다.
고구마가 미래에 닥칠 식량 문제를 해결할 최후의 식량으로 선정됐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전문가들은 2050년이 되면 인구는 97억을 돌파할 것이고, 식량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 속에 농학자들이 꼽은 최후의 식량이 고구마에요. 단위 면적당 최고의 부양인구를 먹여 살리는 탄수화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옥수수보다 2.3배 높은 탄수화물을 제공해요. 미국 농무성은 "고구마가 척박한 땅에서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작물"이라고 평가했어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또한 고구마를 우주식물로 인정했습니다.
기근과 굶주림에 대한 투쟁의 역사가 담겨 있는 구황작물.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미래에 또다시 인류를 구할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맛있고 든든해서 인기를 끌던 구황작물의 주가가 더욱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