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살아남은 음식 골목
시장에서 살아남은 음식 골목 “맛이 제일 중요하죠.” 취재 현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은 맛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오가는 시장에서 오직 맛으로 승부하는 서울의 오래된 음식 골목 다섯 곳을 찾았다.
바쁜 시장 상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맛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골목
숭례문수입상가 맞은편 좁은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갈치조림집이 연달아 있다. 가게 내부가 아닌 골목에 자리한 가스레인지 위에서 자글자글 끓고 있는 갈치조림이 입맛을 돋운다. 이 골목 식당은 대부분 최소 20년에서 40년 이상 된 노포인 만큼 어느 곳에 들어가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갈치조림을 시키면 달걀찜, 갈치구이 등을 밑반찬으로 내준다.
1970~1980년대만 해도 국내 어획량이 많았던 갈치는 그리 비싼 생선이 아니었다. 값싼 갈치 서너 조각, 큼지막한 무, 매콤한 양념장으로 만든 갈치조림은 오가는 사람이 많은 시장에서 팔기 적당한 음식이었다. 시장 상인은 물론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갈치조림이 남대문시장의 명물로 자리 잡은 것은 당연한 결과. 갈치 가격이 껑충 뛴 오늘날에도 이 골목 식당에서는 여수, 제주, 목포 등지에서 잡은 국산 갈치를 사용한다.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길 16-17
연탄불에 구운 ‘겉바속촉’ 생선구이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
서울 동대문시장 근처에는 종로5가 곱창, 동대문 닭 한 마리 등 음식 골목이 여럿이다. 그중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에 가면 왠지 모를 향수에 젖는다. 골목에 가까워질수록 생선 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골목엔 서너 곳의 가게가 성업 중인데 최소 20년, 많게는 40년이상 한자리를 지켜온 생활의 달인이 연탄불을 이용해 생선을 굽는다. 서울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광경이라 더욱 정겹다.
은은한 연탄불에 3~5번 뒤집어 초벌한 생선은 기름기 없이 담백하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생선에 특유의 불 맛이 더해져 생선구이 하나만 있어도 흰 쌀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생선구이는 백반 형태로 제공하는데 고등어, 꽁치, 삼치, 갈치 등 다양한 생선을 입맛대로 주문할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 37-7
맛에 한 번, 시장 인심에 또 한 번 반하는 곳
공덕시장 족발·전 골목
수도권 전철 공덕역 인근 공덕시장에서는 족발과 전을 맛봐야 한다. 먼저 이곳 족발골목이 유명한 이유는 한약재를 넣고 푹 삶아 야들야들한 족발 맛에 인심까지 넉넉하기 때문이다. 족발 하나 시켰을 뿐인데 순대와 순댓국이 덤으로 따라 나온다. 그것도 한 번만 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리필해 준다. 맛 좋고 푸짐한 한 상에 술이 절로 들어간다.
족발 골목 바로 옆에는 전 골목이 자리한다. 동그랑땡, 고추전, 육전 등 수십 가지 전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입맛에 맞는 전을 골라 쟁반에 담는 방식이다. 고른 전은 따뜻하게 데워 줘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영업하니 언제든 막걸리에 기름진 전이 당길 때 찾아가면 된다. 포장도 가능.
서울시 마포구 만리재로 19
길거리 음식부터 미쉐린 가이드 선정 맛집까지
광장시장 먹자골목
120년 역사를 지닌 광장시장은 조선 후기부터 서울 3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이 모였으니 골동품, 잡화, 의류, 공예품, 먹거리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빈대떡, 떡볶이, 만두, 국수, 닭발, 편육, 회 등 다양한 먹거리가 모인 먹자골목은 365일 인파로 북적거린다. 특히 빈대떡이 유명한 덕분에 시장 곳곳에서 맷돌에 녹두를 갈아내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또 먹자골목 한편에 자리한 육회 골목에 다다르면 끝없이 늘어선 대기 줄에 깜짝 놀랄지 모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육회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새벽 국내산 고기를 공수하는 것이 맛의 비결. 1970년대 장사를 시작해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 된 ‘자매집’, 7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부촌육회’ 등이 특히 유명하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4가 170-1
닭전의 전통을 이은 통닭 골목
청량리 통닭 골목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인근에는 도매시장, 농수산물시장, 전통시장, 수산시장 등 다양한 시장이 모여 있다. 그야말로 세상 만물이 모이는 종합 시장.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살아 있는 닭을 그 자리에서 잡아주는 닭전도 있었다. 1980년대부터 산 닭을 취급하던 골목에서 기름 솥에 닭을 튀겨 팔기 시작했다. 지금의 청량리 통닭 골목은 그렇게 형성됐다.
커다란 가마솥 안에서 지글지글 튀겨지는 닭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닭똥집, 고구마, 떡, 꽈리고추 등 가게마다 다른 부재료를 닭과 함께 튀겨준다. 어떤 재료든지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대접한다. 닭 한 마리를 튀기는 데 가마솥 3개를 사용해 각기 다른 온도로 바삭함을 극대화하는 집도 있다. 옛날 방식으로 튀겨 더욱 반가운 통닭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MZ세대 핫 플레이스 ‘스타벅스 경동1960점’에 입가심하러 가도 좋겠다.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6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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