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위스키 모험을 위한 완벽 가이드
깊고 묵직한 맛의 스카치위스키도 좋지만 이제는 새로운 위스키에 눈을 돌려보자. 입안에 또 다른 천국이 펼쳐질 것이다.
ⓒ shurtterstock |
저물어가는 스카치위스키?
‘위스키=스카치위스키’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2017년 91.2%에 달하던 국내 스카치위스키 비중이 5년 만에 68.3%로 20% 넘게 줄어들었고, 논스카치위스키가 그 자리를 메우며 전체의 3분의 1 수준으로 올라섰다. 팬데믹 이후 하이볼을 비롯한 다양한 위스키 음용법이 유행했는데, 위스키를 단순히 도수 높은 양주로 생각하던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과 브랜드별로 다른 미묘한 맛의 차이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미국, 아일랜드 위스키의 부상
스카치위스키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은 일본, 미국, 아일랜드 위스키다. 일본 위스키는 2021년 이후 2년 만에 수입액이 3배가량 증가했다. 일본 여행을 하며 직접 구입해 오는 사람도 늘었는데, 일본 주류 매장에서 한국어 안내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미국의 버번위스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위스키는 스카치위스키에 비해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며, 가격마저 저렴해 젊은이 사이에 입문용 위스키로 주목받았다. 특히 하이볼 음료 제조에 주로 사용하는 보급형 위스키인 짐빔과 4년 만에 판매량이 30배나 증가한 와일드 터키가 버번위스키의 인기를 견인했다.
아일랜드의 아이리시위스키도 논스카치위스키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소주’라 부르는 제임슨과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맥코넬스 위스키 등 아이리시위스키의 개성이 담긴 위스키가 주목받았다.
Whisky vs. Whiskey
‘Whisky’는 스코틀랜드, ‘Whiskey’는 아일랜드에서 사용한다. 원조 위스키 강국 아일랜드가 스카치위스키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철자에 ‘e’를 넣었다. 그 때문에 스코틀랜드식 위스키를 따른 캐나다, 일본은 ‘Whisky’, 아일랜드식 위스키를 따른 미국은 ‘Whiskey’라고 표기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위스키, 재패니즈 위스키
JAPANESE WHISKY
새로운 싱글 몰트위스키를 찾는다면 재패니즈 위스키로 넘어와도 좋다. 이제 재패니즈 위스키 뒤에는 물음표 대신 느낌표가 붙을 때다.
야마자키 위스키 ⓒ shurtterstock |
100년이 훌쩍 넘은 역사
일본 위스키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서 깊다. 이미 1800년대에 요코하마의 한 호텔에서 위스키를 판매했다는 기록이 있고, 1900년대 초에는 일본에서 자체 생산한 위스키 ‘산토리 시로 후다’가 탄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위스키 증류소만 100 곳이 넘으며, 여기서 비롯된 위스키 종류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위스키에 대한 조건도 엄격하다. 일본 위스키의 공식 명칭은 ‘재패니즈 위스키 (ジャパニーズウイスキー)’로 일본양주주조조합이 정한 공법을 지켜야만 이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반드시 보리를 사용해야 하는 데다 일본 물로 만들 것, 모든 양조 공정을 일본에서 행할 것, 일본에서 3년 이상 저장할 것, 도수는 40도 이상일 것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 조건에 하나라도 부합하지 않는 위스키는 ‘위스키’라고만 적는다.
일본 위스키의 자존심, 야마자키
1923년 일본 야마자키 지역에서 시작된 위스키로 현존하는 재패니즈 위스키 중 가장 오래됐다. 야마자키 지역은 습도가 높고 기온이 적당해 마치 스코틀랜드와 기후가 비슷한 만큼 이곳에서 일본 위스키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십분 이해된다. 2015년 세계적인 위스키 가이드북 <위스키 바이블>이 선정한 전 세계 위스키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야마자키 위스키는 야마자키 12년·18년·25년이 있다. 12년과 18년은 셰리 오크 배럴에서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과일의 진한 단맛과 독특한 향신료가 주는 깔끔한 피니시가 어우러져 누구든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 야마자키 25년은 한정판으로 판매되어 구하기 힘들뿐 아니라 한 병에 약 350만원에 달할 정도로 몸값이 비싸다.
데일리 위스키의 기준, 아메리칸 위스키
AMERICAN WHISKEY
이민자들이 만든 술이 원조 스카치위스키를 위협하고 있다. 오늘 밤은 오로지 미국 위스키의 풍미에 빠져보자.
와일드 터키위스키 ⓒ shurtterstock |
미국 위스키의 또 다른 이름, 버번위스키
미국 위스키는 크게 버번·테네시·라이 위스키가 있다. 그중 버번위스키가 가장 대표적으로, ‘미국 위스키는 버번위스키’라는 개념이 통상적이다. 버번위스키는 미국 켄터키주에서 주로 생산하는 위스키로, 보리를 사용하는 여느 위스키와 달리 옥수수를 주원료로 만든다. 덕분에 옥수수 특유의 단맛이 있고, 매우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불에 그은 새 오크통에 숙성하기에 약간의 스파이시한 풍미가 일품이다.
버번위스키의 사촌, 테네시위스키
테네시위스키는 버번위스키와 똑같은 양조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에 독특한 여과 과정만 달리해 탄생한다. 이 여과 방식을 차콜 필터링이라고 하는데, 단풍나무 숯에 원액을 천천히 여과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불순물이 제거되고 테네시위스키 특유의 매끄러운 맛이 생겨난다.
버번위스키의 얼굴, 와일드 터키위스키
150년이 넘는 전통은 차치하더라도 뛰어난 맛은 물론 5만원대로 가격마저 착하다. 버번위스키는 바닐라 향이 유독 강하다는 평이 많은데 와일드 터키위스키는 바닐라 향이 약한 대신 과일과 진한 캐러멜 향의 밸런스가 무척 뛰어나다. 식전주, 식중주로 모두 손색없지만 목 넘김이 부드러워 잠들기 전 간단하게 즐기는 나이트 캡으로도 딱 좋다. 할리우드 스타 매슈 매코너헤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제품 개발에 참여하기도 한다. 미국 위스키가 워낙 다양해 무엇부터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와일드 터키위스키부터 시작해 보자.
돌아온 전성기 그리고 왕의 귀환, 아이리시위스키
IRISH WHISKEY
위스키의 탄생부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지금까지, 긴 세월이 맛에 스며든 아이리시위스키를 즐겨보자.
제임슨위스키 ⓒ shurtterstock |
모든 위스키의 뿌리
위스키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지만, 아이리시위스키가 위스키의 시초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2세기 기독교 수도사들이 중동에서 증류 기술을 배우고 유럽으로 돌아오면서 위스키 레시피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1405년 출간된 책에 이미 위스키에 대한 언급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아이리시위스키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
지리적으로 가까운 탓에 아이리시위스키와 스카치위스키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양조 방법부터 맛까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아이리시위스키는 세 번 증류를 한다. 반복 과정을 거치며 불순물이 제거되고 알코올 순도도 높아져 목 넘김이 굉장히 부드러워진다. 또 양조에 사용하는 보리를 자연 건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스카치위스키는 석탄의 일종인 피트를 태운 연기로 보리를 말리는 반면, 아이리시위스키는 별도의 훈연 과정 없이 자연 건조시켜 다른 양조 과정에서 생긴 맛과 향이 훨씬 풍부하게 잘 느껴진다.
아일랜드 소주, 제임슨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술이 소주라면, 아일랜드인에겐 제임슨위스키가 있다. 1780년 시작된 제임슨위스키는 줄곧 아일랜드 주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1904년 왕실로부터 왕실 위스키 인증서를 수여하며 아일랜드인들의 제임슨위스키 사랑이 더욱 두터워졌다. 제2차 세계대전, 가장 큰 고객이었던 미국의 금주령 공표 등 많은 시련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오늘날 가장 많이 판매된 논스카치위스키 순위 4위에 올랐다.
제임슨위스키 애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 위스키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맛. 가벼운 꽃 향을 시작으로 셰리의 달콤함과 알싸함이 조화를 이룬다.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아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기에 좋은 술 중 하나다.
위스키 왕좌를 노리는 또 다른 새력, 대만 & 인도 위스키
OTHER WHISKY
스카치·재패니즈·아메리칸·아이리시 위스키를 넘어 또 다른 세계를 탐닉해 보자.
암룻 ⓒ shurtterstock |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인도 위스키
인도는 전 세계 위스키 소비량 1위 국가로, 자체 생산하는 위스키의 양 또한 어마어마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위스키 브랜드 10개 중 6개가 인도 브랜드일 정도. 인도 위스키가 급성장한 건 날씨가 한몫했다. 높은 기온 덕에 숙성 기간이 짧아도 풍부한 맛이 나는 것. 인도 위스키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암룻, 폴존 같은 브랜드는 세계 위스키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인정받았다. 보리가 아닌 다른 원료로 만든 위스키도 있으니, 색다른 맛을 원한다면 개성 강한 인도 위스키를 추천한다.
카발란위스키 ⓒ shurtterstock |
후발 주자의 맹추격, 대만 위스키
대만 위스키가 궁금하다면 카발란위스키를 알면 된다. 2005년 탄생한 카발란은 대만이 선보인 첫 번째 위스키다. 역사가 매우 짧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인정받았다. 10년 만에 70개국에 수출하며 연간 1000만 병 이상 생산하고 있다. 2010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위스키 블라인드 테이스트에서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니 믿고 마셔도 좋다.
카발란위스키는 다양한 사람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11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카발란 클래식과 카발란 킹카 컨덕터가 주력 상품이다. 카발란 클래식은 카발란의 가장 기본 라인업으로 데일리로 마시기에 좋은 술이다. 카발란 킹카 컨덕터는 46도로 도수가 높지만 열대 과일 향과 달콤한 맛의 조화가 훌륭해 위스키 마니아라면 대만 여행 시 꼭 구매하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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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제(객원 에디터) denmagazine@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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