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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화의 이유-즐거움과 여유를 아는 개로 살기

나와 수리는 동네 ‘아싸’다. 하루 두세 번 산책하는 만큼 마주치는 개도 많고 낯익은 반려인들도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수리가 개도 사람도 몹시 경계하는 데다, 매사 너무 돌다리를 두들기느라 상대를 지치게 하니 친구도 친분도 없을 수밖에. 편히 어울리지 못하고 긴장하는 수리가 안쓰럽지만 9살에 새삼 사회화가 가능하겠나 회의하며, 오늘도 시크하고 단란하게 동네를 활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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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화 시기에는 100명의 사람과 100마리 개를 만나게 하라”는 충고가 있다. 그만큼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왜 이 시기에 다양한 자극과 경험이 필요할까? 개는 생후 3~12주에 사회화 시기가 오는데, 이때 접하는 것들을 주변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것이 자기 몸의 십수 배 넘는 커다란 개거나 종이 다른 고양이라도 말이다. 소음이나 처음 접하는 음식도 이 시기에는 경계 대상이 아니다. ‘두려움’의 감정이 형성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이때 접하지 못하거나 부정적 감정과 결합한 것들은 이후 낯선 것, 경계 대상이 되기 쉽다.


사회화는 말 그대로 사회성을 키우는 일이다. 다른 존재와 무리 없이 어울리고 주변 환경과 자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편안한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 말이다. 그래서 짧은 사회화 시기를 잘 보낸 개는 남은 긴 생에 여유와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사회화 시기에 어떻게 경험의 폭을 넓혀 주면 좋을까. 먼저 사람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연령, 다양한 모습의 사람을 만나게 한다. 때로는 가족 구성원이 모자나 가짜 콧수염, 가발, 옷 등을 활용해 평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연출해도 좋다. 다른 개와의 만남도 중요하다. 낯선 개를 만날 때는 먼저 충분히 거리를 두어 관찰할 시간을 준 다음 천천히 다가가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냄새를 맡도록 훈련한다. 다양한 소음에도 노출시키자. 집 안에서는 진공 청소기, 초인종, 전화벨 소리에 익숙하게 하고, 외출해서는 오토바이나 차가 지나갈 때의 소리, 공사장 소리, 아이들이 내지르는 소리 등에도 놀라지 않도록 다독인다.


승용차, 버스, 기차, 지하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이동 수단도 고루 이용해 보자. 수리는 캔넬과 이동 가방에 들어가기를 극도로 꺼려 동반 외출을 포기할 때가 많다. ‘시골개 도시개’ 놀이는 어떨까. 도시에 사는 개는 교외로, 시골에 사는 개는 도시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평소와 다른 환경, 흙바닥, 잔디, 포장도로 등을 두루 경험하며 경계심을 낮춘다. 또 편식하지 않는 식이 습관을 들이는 동시에 사람이 주는 것만 먹도록 가르쳐야 한다. 가령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가리고 “안 돼’라고 말하며 다른 간식을 주는 식이다. ‘앉아’, ‘기다려’ 훈련은 기본 중의 기본. 언제든 행동을 멈추고 보호자에게 집중하게 만들어 위급한 순간에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다.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사실 매일의 규칙적인 산책으로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반려견이 새로운 자극에 편안하게 대응할 때 쓰다듬어 주거나 간식으로 보상해 긍정적인 기억과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다. 체벌이나 강제 분리, 강압적인 훈련으로 인한 공포감은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 이후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한다.


강형욱 훈련사는 말한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복잡한 세상에서 강아지와 잘 먹고 잘 살려면 그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하나씩 소개해 줘야 합니다. 그게 강아지와 살면서 제일 중요한 교육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시간과 노력이 더 들뿐, 사회화 시기가 지난 성견도 교정 교육을 통해 문제 행동을 고쳐 나갈 수 있단다. 수리도 처음부터 개와 사람을 경계한 건 아닐지 모른다. 길거리와 보호소에서의 경험이 두려움의 갑옷을 다시 걸치게 만들었을지도. 그러니 사회화 훈련은 개의 생애 동안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게 옳겠다.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우리처럼.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맘) 사진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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