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따라 미각 여행...4월은 맛있다!
봄의 절정, 4월은 설렘의 계절이다. 산도, 들도, 바다도 온통 봄 물결. 봄바람 따라 향긋한 봄의 향기가 흐른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지금, 달콤한 욕망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유혹은 ‘봄의 맛’이다. 봄의 절정에서야 만나는 바로 그 맛, 봄 따라 가는 제철 먹거리 여행을 추천한다.
▶보령 오천항 키조개
붉디 붉은 동백과 합을 맞춘 주꾸미, 그리고 도다리 덕분에 보령은 빼놓을 수 없는 봄 여행지로 꼽힌다. 어느새 동백은 졌지만, 보령 오천항은 지금 가기 딱 좋은 여행지다. 지금 그곳에 가면 제철 먹거리로 꼽는 키조개가 절정이다. 물론 주꾸미와 도다리도 얼마든지 맛볼 수 있다. 그래서 보령을 조금 안다는 사람들은 봄의 초입인 3월 대신 봄의 절정인 4월에 그곳을 찾는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도 날씨지만, 입맛을 돋우는 제철 먹거리가 지천이기 때문이다. 오천항은 우리나라 키조개의 70% 가까이가 생산되는 곳이다. 키조개는 농기구인 ‘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몸을 이롭게 하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아연, 칼슘, 철 등 미네랄 성분이 많아 피로 회복과 간장 보호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오천항에 자리잡고 있는 식당에서는 100% 자연산 키조개를 활용한 샤브샤브, 꼬치, 구이, 무침, 회, 전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담한 어촌 마을이지만 풍광은 최고다. 오천항 바로 옆에 위치한 충청수영성과 해안경관 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데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위치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천해안로 782-9
▶남해 지족해협 멸치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과 바다, 먹을 것도 풍부하고, 별미 또한 많은 게 남해의 봄이다. 그 가운데 남해의 4월에 반드시 먹어봐야 할 별미는 멸치다. 멸치는 사계절 잡히지만 4월의 멸치가 특히 맛있다. 매끄러운 지방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생멸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 그래서 이 시기의 멸치는 무조건 회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쳐주는 것이 남해 멸치다. 남해의 멸치를 소개하자면 ‘죽방렴(竹防簾)’을 얘기해야 한다. 죽방렴은 대나무 같은 재료로 발을 엮고 그것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물고기가 자유롭게 들어오게 한 다음 퇴로를 차단해 어획하는 방식이다. 죽방에 걸려든 멸치는 비늘 손상이 없어 품질이 좋고 맛도 좋다. ‘죽방멸치’가 비싼 이유다. 남해 죽방렴은 창선섬과 남해섬을 연결하는 지족교 다리 밑 지족해협에 밀집되어 있다. 남해군을 통틀어 23개밖에 없고,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만이 ‘남해 죽방멸치’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지족어촌체험마을에서는 죽방렴 체험도 할 수 있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죽방로 24(지족어촌체험마을)
▶광양 망덕포구 벚굴
광양에 봄이 오고 섬진강 자락에 매화와 벚꽃이 피어날 때면 여행 채비를 해야 한다. 섬진강과 남해 바다가 만나는 곳, 망덕포구는 섬진강 끝자락에 남은 유일한 포구로 해마다 이맘때면 식도락에 밝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낭만적인 포구의 정경과 그 앞으로 이어진 작은 섬 배알도의 정원에 홀랑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어른 손바닥만한 섬진강 굴, 이른바 ‘벚굴’을 맛보는 것으로 미식 여행을 완성하게 된다. 벚꽃보다 유명한 벚굴은 지금이 딱 제철. 입춘을 지나 벚꽃이 만개할 때까지가 가장 맛있다고 해서 벚굴이라 부른다. ‘강굴’이라 불리기도 하는 벚굴은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라는 초대형 굴이다. 큰 것은 30cm가 훌쩍 넘기도 한다. 벚굴은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부드러운 한편 쫄깃한 식감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날것 그대로 초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전이나 튀김, 찜이나 구이로 먹어도 별미다. 망덕포구에서 벚굴 요리를 맛본 후 윤동주 시인의 유고를 보관했던, 근대문화유산 제341호 정병욱 가옥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위치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845-1
[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각 지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