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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을밀대, 평가옥은 왜 빠졌지?”

[아무튼, 주말]

지점 늘리면서 품질 들쭉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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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을밀대’ 본점에서 냉면을 먹으려고 줄을 선 모습./조선일보DB

‘2024년 평양냉면 베스트 10′에는 이름이 빠진 유명 냉면집이 여럿이다. 선정 패널들은 “신흥 강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과거에 안주하는 노포들이 밀린 것”이라며 “평양냉면이라는 업의 본질에 충실한 곳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옛날에는 평양냉면 자체가 경쟁력이었다. 제대로 내는 식당이 드물었기 때문. 2010년대 들어, 특히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이후 업계가 급변했다. 이번 선정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은 “전문성은 물론 서비스, 위생, 브랜딩까지 고루 갖춘 새로운 냉면집이 늘면서, 변화하지 못하고 정체된 노포들은 경쟁력을 잃은 측면이 있다” “명성에 안주해 맛에 기복이 있고 접객의 질도 떨어지는 곳이 많다” “쌓아온 세월이 꼭 강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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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특징인 을밀대 평양냉면./조선일보DB

1970년대 창업한 을밀대는 ‘살얼음 동동 뜬’ 혁신적이고 캐주얼한 냉면과 녹두전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원래 냉면 육수는 차갑지만 살얼음이 뜨지는 않았다. ‘평냉 근본주의자’들은 “살얼음 낀 평냉은 평냉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꼬들꼬들 탄성이 있는 면과 살얼음에 덮인 진한 육수의 을밀대 냉면은 정통 평양냉면에 익숙하지 않은 ‘이남’ 손님들에게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혁신을 시도하는 새로운 평냉집들에 노포들이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명 냉면집들이 지점을 늘리면서 각 매장의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 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점과 분점을 합쳐 을밀대는 7곳, 평가옥은 9곳, 정인면옥은 4곳을 운영 중이다. 한 선정 패널은 “을밀대는 점포별로 냉면 품질이 들쭉날쭉하다는 인상을 준다”며 “지점을 급속도로 늘린 데다, 본점과 강남점을 각각 운영하는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이 육수 공장을 놓고 소송을 벌이는 등 가족 내분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했다.


베스트 10에 들지 못한 유명 냉면집들은 “메뉴가 너무 다양해 냉면 전문점이라고 하기엔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과거 냉면집들은 여름 장사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웠다. 냉면집이 대부분 돼지·소고기를 삶은 제육·수육이나 만두, 빈대떡 등 안주류를 함께 내는 이유다. 갈비, 불고기, 어복쟁반 등으로 인기를 얻은 곳도 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돼 냉면보다 다른 ‘수익 창출 메뉴’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은 냉면집도 많다. 이번 베스트 10에 뽑히지 못한 이유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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