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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아프냐? 총알오징어·낙지·연어·바닷가재도 아프다

[아무튼, 주말]

‘음식 윤리’에 눈뜨는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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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오징어는 다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가 12~20cm가량인 작은 오징어를 말한다. 크기와 모양이 기관총 총알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한입 오징어’ ‘꼬마 오징어’ ‘미니 오징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 오징어보다 연하고 부드러운 데다, 통으로 찌거나 구워 먹으면 고소한 내장까지 즐길 수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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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총알 오징어를 유통업계 쌍두 마차인 신세계와 롯데가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지난달 선언했다. 롯데마트는 온·오프라인 전체에서 총알 오징어 판매를 중단했다. 신세계 온라인 판매를 총괄하는 SSG닷컴(쓱닷컴)도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총알 오징어 판매를 중단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오픈마켓 시장 업계 1위 이베이코리아도 동참했다. 이베이코리아는 판매자 전원에게 ‘총알 오징어 판매 자제를 부탁한다’는 공지를 띄우는 한편 판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유통업체의 총알 오징어 판매 중단 결정은 ‘총알 오징어 판매가 오징어 멸종을 부추긴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총알 오징어는 미성숙 오징어다. 어획과 판매가 법으로 금지된 12cm 미만 치어는 아니지만, 인간으로 치면 유년기를 막 벗어난 청소년쯤 된다.


오징어는 남획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 등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오징어가 아니라 ‘금징어’라 할 정도로 가격도 폭등했다. 그러자 이전에는 잡지 않던 새끼 오징어까지 잡아다 팔게 됐는데, 이를 ‘총알’이라고 이름 붙여 마치 일반 오징어와 다른 종류인 듯 마케팅했다.


이런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모르고 먹었는데 오징어 멸종에 의도치 않게 가담하게 됐다” “업체에서 총알 오징어라고 명명해 소비자를 오도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러자 유통업체에서 선제적 방어 차원에서 총알 오징어 판매 중단에 나선 것이다.


총알 오징어 사건은 국내에서도 먹거리에 대한 윤리적 고민 즉 ‘음식 윤리’에 얼마나 민감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잃어버린 밥상 잊어버린 윤리’를 쓴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김석신 교수는 “생명 존중, 자연 보전(환경 보전), 속임수나 가짜가 없는 분배의 정의, 먹는 소비자 최우선 고려, 음식량·맛·영양의 절제와 균형, 음식 안전성 확보”를 ‘음식 윤리의 정언명령(핵심 원리) 6가지’로 꼽았다.


국내에서는 음식 윤리에 대한 인식이 막 깨어나는 단계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은 “동물을 산 채로 조리하는 것을 규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온라인에서 산 낙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국내 동물보호법은 척추동물만 동물로 취급해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에만 적용한다. 하지만 문어·오징어 등 두족류와 바닷가재·새우 등 갑각류도 고등 신경계를 갖고 있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두족류는 지능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능지수(IQ)가 개와 고양이 수준이라는 문어는 마개를 열어 수족관 탱크를 탈출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생쥐 수준의 미로 학습 능력을 가졌으며, 자신을 잘 대해 주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을 구별할 줄 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에 등장하는 암컷은 자신을 찾아 바다로 들어오는 남성의 가슴에 폭 안기며 친밀감을 표시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고등동물을 식용하는 건 물론이고 산 채로 먹는 게 옳은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산 낙지 식용에 찬성하는 이들은 “예전부터 먹어온 음식에 대한 황당한 비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자들은 “산 채로 삶거나 씹어 먹을 때 낙지가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맞선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음식 윤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양식 연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졸리게 만드는 일종의 ‘마취’ 작업을 한 다음 전기 충격을 가하고 절단한다. 이른바 ‘윤리적 어획’이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양식 물고기에만 이 방식을 적용하지만 앞으로 모든 수산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물고기도 감각이 있는 동물로 간주해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거나 고통 주는 행위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살아있는 바닷가재(랍스터)를 끓는 물에 넣으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얼음에 올려 운반하는 일도 금지 사항이다. 갑각류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동물 보호 단체 주장을 받아들여 201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했다.


그렇다면 스위스 요리사는 바닷가재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요리사는 바닷가재를 잡기 전 반드시 기절시켜야 한다. 전기 충격을 주거나 망치 등으로 머리를 때리는 방법을 써야 한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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