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 할만큼 달아서… 코로나 두통이 날아가네
'달고나 라테'
400번 이상 저어서 만드는 커피… '집콕'하는 홈카페족 사이서 인기
커피가루·설탕·물만 있으면 끝… 달고나 부숴 우유에 올려 먹기도
아빠 숟가락으로 인스턴트 커피, 설탕, 뜨거운 물을 두 스푼씩 그릇에 넣고 거품기로 젓기 시작했다. 30분 지나 한쪽 팔에 감각이 없어질 때쯤 진한 믹스 커피 같던 액체는 갈색의 달고나 거품으로 변했다. 이걸 찬 우유에 생크림처럼 올리면 완성. 첫 모금은 설탕을 가득 넣은 에스프레소, 우유와 섞인 후엔 녹은 커피 아이스크림 같다. 머리가 띵해질 만큼 달았다.
팔 하나랑 바꾼 '달고나 라테'
우한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제 칩거 중인 요즘 '달고나 라테'가 대유행이다. 인스타 관련 게시물만 5만개. '사람들이 집에서 뭐 하나 봤더니 전부 달고나 거품을 젓고 있더라'란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인터넷 속 레시피에는 400번 정도 저으라고 하지만 "최소 4000번은 저어야 한다" "달고나 라테를 얻으려면 팔 한쪽은 내줘야 한다" 등의 간증이 올라온다. 집에 전동 거품기가 있다면 그 사람은 승자다.
쌉쌀하고 부드러운 카페라테 위로 폭신하고 달콤한 달고나 조각이 설탕과자처럼 쏟아진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 ㅊa'에서 개발한 '달고나 라테'는 최근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
보다 쉬운 방법도 있다. 어릴 적 많이 하다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은 그 방법이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가스불에서 녹인 후 투명해졌을 때 베이킹소다를 섞어 굳히면 만들어지는 달고나. 이걸 부숴 기존 라테 위에 뿌려주면 된다. 5분도 안 돼 완성할 수 있지만, 국자 하나를 태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티켓몬스터 등에서는 '달고나 만들기 세트'를 5000~1만원에 판다.
달고나는 1950년대 중반부터 길거리에서 팔았다. 아저씨가 국자에서 만든 달고나를 설탕 뿌린 철판에 올리고 모양틀을 끼운 채 호떡같이 눌러주면,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시침 핀에 침 묻혀가며 모양대로 조각내기 위해 집중하곤 했다. 지역에 따라 '뽑기' '똥과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예능으로 화제, 코로나로 유행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집에서 만든 '달고나 라테'. jentlier인스타그램 |
위생 등의 문제로 길거리에서 사라졌던 달고나는 지난해 11월 개그우먼 이영자가 서울 성수동 카페ㅊa(차)에서 '달고나 밀크티'를 마시는 장면이 TV에 나오면서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집에서 파는 달고나 라테와 밀크티는 기존 달고나를 부숴 올려 먹는 것. 홍경수 대표는 "기존 방식은 너무 딱딱해 부드러운 달고나를 개발하기 위해 1년간 연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 라테 위에 올려진 달고나는 수플레처럼 폭신하다. 인기를 끌자 최근 요거프레소, 홍루이젠, 공차 등에서도 달고나 음료를 출시했다.
거품형 달고나 라테의 시작도 예능 프로다. 지난 1월 KBS '편스토랑'에 출연한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 식당에 갔다 비슷한 메뉴를 마시면서 화제가 됐다. 마카오 식당 레시피는 설탕과 커피, 뜨거운 물로 만든 달고나 거품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얼음을 가득 채워 마시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홈카페로 '오레그랏세'라는 커피가 유행 중이다. 연유를 섞은 우유에 추출한 커피를 올려 마시는 것으로 달고나 라테와 비슷하다. 숟가락을 이용해 유리벽을 타고 커피액이 조심스럽게 우유층 위로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스타벅스의 '돌체 라테' 맛과 비슷하다.
이혜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