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과 제자들] 딤섬, 만두만이 아니랍니다
중식 메뉴 해부 <3편·끝> 광둥음식과 딤섬
중국음식은 한국인이 가장 친숙하고 즐겨 먹는 외국 음식일 겁니다. 하지만 짜장면, 짬뽕, 군만두, 탕수육 외에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죠. 맛 없어서가 아니라 뭐가 뭔지 몰라서가 아닐까요.
중식당 메뉴판을 보고 더이상 혼란스러워하거나 당황하지 말자구요. 공복과 그의 제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부산 시그니엘 호텔 중식당 ‘차오란(超然)’에 갔습니다. 광둥음식, 그리고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광둥음식이자 한국인에게 큰 사랑 받고 있는 딤섬에 대해 제자들이 묻고 공복이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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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中食의 대명사, 광둥음식
제자1: 선생님, 중국의 여러 지역 음식 중에서 광둥(廣東)만 따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공복: 물론이네. 광둥 음식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고급으로 쳐주기 때문이네. 고급 중식당이라고 하면 대부분 광둥식 혹은 광둥식에 영향을 받거나 기반으로 한 음식을 낸다고 보면 되네.
제자2: 광둥요리가 왜 최고급 중식으로 통하게 된 것입니까.
공복: 일단 식자재가 중국에서도 가장 풍부한 지역이다보니 일찍부터 음식이 발달했네. 청나라 정부가 영국 등 서양 열강에 무역을 어쩔 수 없이 허락하면서 열어준 곳이 광둥의 중심 도시 광저우(廣州)였지. 서양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식재료를 받아들여 소위 ‘퓨전요리’이 오래 전부터 이뤄졌지. 광둥식 탕수육에는 소스에 케첩을 넣은 것이 대표적이지. 서양인이 먹을 수 있게 맛을 조절하고 음식을 하나씩 내는 코스화도 광둥에서 이뤄졌네.
공산화 이후 중국이 외부에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홍콩이 광저우를 대신해 광둥 음식을 꽃피우는 중심으로 부상했지. 여기서 광둥 음식이 앞서 말한대로 서양을 비롯해 일본 등 전 세계 식재료와 요리법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여 자기화해 흡수했지. 중국 본토가 1990년대 개방될 때까지 음식이 낙후한 상태로 잠들어 있는 동안, 홍콩이 음식문화를 꽃피우면서 지금도 ‘홍콩식 광둥 음식=중국 최고’라는 인식이 확립되고 굳어졌다네. 비록 오늘날 홍콩은 상하이로부터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제자1: 광둥 음식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공복: 식재료 본연의 맛과 색을 살리기 위해 양념과 기름을 적게 사용한다네. 튀김도 있지만 찌거나 데치는 요리가 많아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지. 한국에서 먹는 중식은 광둥 음식과 비교하면 너무 느끼하고 자극적이지. 일단 귀하고 비싼 재료를 사용하지. 상어지느러미, 제비집, 전복 등 중국 대표 고급 식재료는 원래 광둥에서 주로 사용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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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음식의 대표, 딤섬
제자2: 홍콩 음식 하면 역시 딤섬(點心)이 가장 유명하지 않습니까.
공복: 그렇지. 값비싼 요리는 부담스럽지만, 딤섬은 먹기 쉽고 비싸지 않으니까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일 수밖에. 또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려면 뭐가 뭔지 몰라 힘들지만, 딤섬은 정 급하면 수레에 싣고 지나갈 때 뚜껑을 열어볼 수 있으니 도전하기가 아무래도 만만하지.
제자1: 국내에서도 딤섬 하는 식당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공복: 그만큼 한국 사람들도 딤섬을 좋아한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딤섬을 왜 할까’ 한동안 의문했다네.
제자1: 왜 그런 의문을 가지셨습니까.
공복: 딤섬이 생각보다 만들기 까다롭다네. ‘팀호완 (添好運)’이라고 하는 홍콩의 유명한 딤섬집이 있네. 홍콩에서 유명한 딤섬 요리사이자 팀호완 창업자인 막카이푸이(麥桂培)씨를 만난 적 있네. 막씨는 “딤섬이 간단해 보이지만 조리법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더군. 그는 “예를 들면 샤오마이(燒賣)라는 만두는 돼지고기·소금·전분·설탕·후추 등으로 소를 만드는데, 소금과 전분부터 넣어야지 설탕부터 넣으면 식감이 부드럽지 않게 된다. 딤섬은 이모저모 세심하게 헤아려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했지.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요리사가 없다시피 하니 홍콩이나 중국에서 딤섬 전문 요리사를 모셔와야 하지. 게다가 국내에서는 딤섬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네. 하다못해 만두피 만드는 전분도 국산을 쓰면 제대로 맛이 나오지 않아서 홍콩에서 수입해다 쓰기도 하지. 이러다 보면 원가가 비싸지지. 하지만 국내에는 ‘딤섬=만두’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어서 비싸게 받기 힘들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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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2: 딤섬이 만두 아닌가요.
공복: 만두는 딤섬의 한 종류일 뿐이네. ‘마음(心)에 점(點)을 찍는다’는 이름처럼 간단한 식사 또는 스낵을 뜻하지. 전통적으로 딤섬은 찜·볶음·튀김·후식류 등 네 분야로 나뉜다네. 만두는 대부분 찜에 속한다네. 전통 광둥식 딤섬은 30가지 정도지만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이 더해지고 더해져 이제는 정확하게 셀 수 없다네.
제자1: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왜 국내에서 딤섬집은 안될거라고 생각하셨던건가요.
공복: ‘제대로 만들기도 어렵고 비싸게 받지도 못하는데 왜 딤섬을 할까?’ 오래 고민하다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중식 사부(師父)를 만났네. 사부는 연륜 높은 중국 요리사를 높여 부르는 칭호일세.
제자2: 그 사부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공복: 사부는 “손님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라고 했네. 이어 그는 “딤섬은 만들기 힘들기만 하고 팔아봐야 별로 남지도 않아요. 하지만 딤섬이 있으면 먹겠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요. 손님들이 딤섬만 먹지는 않잖아요. 딤섬으로 오시게 만들어서 다른 요리들도 파는 거죠”라고 설명했지. 그러니 결국 딤섬은 대부분 중식당에게는 ‘미끼 상품’인 셈이지. 물론 이 식당처럼 광둥요리를 완전하게 소개하려면 딤섬이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하는 곳도 있지만 말일세.
제자1: 딤섬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나요.
공복: 정확한 기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네. 광둥만의 음식은 아니고, 중국 전역에는 지역별로 자기들만의 딤섬 문화를 가지고 있지. 하지만 우리가 아는 현대적 형태의 딤섬은 광둥성 중심 도시 광저우에서 시작됐지. 딤섬이 꽃을 피운 건 홍콩이지. 오랫동안 중국 본토로의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의 창구 역할을 해온 홍콩으로 세계 사람들이 몰렸고, 홍콩에서 딤섬을 알게 된 외국사람들이 딤섬을 홍콩의 음식으로 자기 나라에 소개하고 퍼지면서 ‘딤섬=홍콩 음식’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지 싶네. 자네들, 딤섬은 원래 아침이나 점심에만 먹지 절대 저녁에 먹지 않는다는 걸 아는가?
제자2: 딤섬은 저녁에 먹지 않나요?
공복: 딤섬은 광저우 찻집들이 노동자들에게 아침 또는 점심식사를 해결할 만한 간단한 음식을 차와 함께 내면서 시작됐지. 그래서 오전이나 점심에만 먹지 저녁에는 먹지 않았다네. 홍콩 현지인이 가는 딤섬 식당이 대개 점심까지만 영업하는 건 이런 전통이 있어서지. 저녁에 딤섬을 내는 중식당은 십중팔구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고 보면 되네.
하가오·차시우바오·시우마이… 반드시 맛봐야 할 ‘딤섬 트리오’
제자2: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꼭 먹어봐야 하는 딤섬은 무엇입니까.
공복: 역시 하가오(蝦餃)를 첫손 꼽아야겠지. 새우를 얇고 반투명한 피로 싼 만두이지. 차시우바오(叉燒飽)도 빠질 수 없지. 달콤한 중국식 돼지고기 바비큐 ‘차시우’를 다져 넣은 찐빵이네. 여기에 돼지고기를 노르스름한 피로 싼 만두인 시우마이(燒賣)까지가 핵심 ‘딤섬 트리오’라고 할 수 있지.
제자1: 하가오·차시우바오·시우마이 외에 먹어봐야할 딤섬은 무엇일까요.
공복: 춘권(春卷), 청펀(腸粉), 페이단죽(皮蛋粥) 정도가 떠오르는구만. 춘권은 속을 넣고 돌돌 말아서 튀긴 만두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 청펀은 쌀로 만든 넓적한 피에 돼지고기·새우 따위를 넣고 돌돌 말아 찐 뒤 단 간장을 뿌려 내는 딤섬이고, 페이단죽은 삭힌 오리알인 송화단을 넣은 쌀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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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도전해본다면 로박고(蘿蔔糕)를 추천하네. 일종의 무떡이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무와 쌀가루, 말린 새우, 샹창(중국 소시지) 등을 섞어 네모납작하게 부친다네. 겉은 노릇노릇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면서 차지다네. ‘이게 무슨 맛인가’ 싶을 정돌 심심한데 그러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희한한 맛이지. 경북·강원도에서 먹는 배추전과 비슷한 매력이랄까.
후식으로는 한국인들은 광둥어로 단탓(蛋撻)이라고 부르는 에그 타트(egg tart)를 주로 주문하는데, 지마우(芝麻糊)를 드셔보라고 추천하고 싶네. 검은깨를 곱게 갈아 만든 달착지근한 디저트일세.
제자2: 딤섬 식당의 수준을 가늠하려면 어떤 딤섬을 맛봐야 할까요. 또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지요.
공복: 어떤 딤섬집에 있는 하가오를 확인하게. 하가오는 만두피에 주름이 13개가 잡혀 있으면서 쪄냈을 때 피가 갈라지지 않고 원래 모양을 유지해야 하네. 시우마이는 윗부분이 반질반질하면서도 촉촉한 윤택이 흘러야 제대로지. 차시우바오는 쪄냈을 때 주저앉지 않고 봉긋한 공 모양을 유지하면서 윗부분이 세 방향으로 균일하게 갈라져 있어야 한다네. 이건 팀호완 막 사부에게 들은걸세.
제자1: 딤섬은 주로 차(茶)와 함께 먹던데요.
공복: 본인 취향대로 고르면 되네. 홍콩 사람들은 대개 보이차(潽珥茶)나, 보이차와 국화차(菊花茶)를 반씩 섞은 국보차(菊潽茶)를 즐겨 마신다네. 우롱차, 녹차도 괜찮지. 개인 취향대로라고 말했지만 자스민차는 주문하지 말게. 자스민차는 홍콩에서 절대 식사할 때 마시지 않는다네. 중식이나 중국 문화에 무지한 외국인 빼고는 말이야.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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