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감은 세단, 적재량은 40%↑…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의 왜건 모델 ‘G70 슈팅브레이크’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왜건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i40′(2011년 출시) 이후 11년 만에 나오는 왜건 신차다. 현재 판매 중인 유일한 국산 왜건 차량이기도 하다.
G70 슈팅브레이크를 몰고 서울에서 근교까지 약 100㎞를 달렸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일반 모델과 스포츠 모델 등 두 가지 트림이 있는데, 이 중 스포츠 모델로 주행했다.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고성민 기자 |
슈팅브레이크는 국내에서 생소한 용어인데, 차종을 분류하는 명칭 중 하나다. 사냥을 뜻하는 ‘슈팅(Shooting)’과 짐칸이 큰 대형 마차를 의미하는 ‘브레이크(Brake)’의 합성어다. 과거 19세기 유럽 귀족들이 사냥을 떠날 때 쓰던 마차를 슈팅브레이크라고 불렀고, 현대로 넘어오며 세단에서 트렁크를 넓힌 왜건 차종이 슈팅브레이크라는 이름을 물려받았다. 유럽에선 요즘도 왜건의 인기가 높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차종으로 개발해 작년에 유럽에서 먼저 출시했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세단 ‘G70′에서 트렁크 공간을 위로 확장했다. 전장(차 길이) 4685㎜, 전폭(차의 폭) 1850㎜, 전고(차 높이)는 1400㎜로 G70과 똑같지만, 트렁크 공간은 465ℓ로 40% 넓혔다. 2열 시트를 4:2:4 비율로 완전히 접어 최대 1535ℓ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세단의 안락함을 유지하며 SUV급 적재 공간을 갖춘 것이다.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고성민 기자 |
G70 슈팅브레이크의 측면을 보면, ‘왜건은 못생겼다’는 편견이 깨진다. 루프(지붕) 라인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선이 매끄럽고, 맨 끝에 돌출된 리어 스포일러(자동차의 지붕 끝이나 트렁크 위에 장착하는 날개 모양의 장치)가 날렵함을 더한다. 애초 쿠페형 스포츠세단인 G70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라 트렁크를 확장했음에도 뚱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건에 익숙한 유럽 시장에선 정통 왜건보다 트렁크 공간이 좁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질 듯했고, 펑퍼짐한 외모가 혹평 받으며 ‘왜건의 무덤’이 된 국내 시장에선 G70 슈팅브레이크의 매끈한 인상이 오히려 장점이 될 듯했다. 경쟁 모델인 BMW ‘3시리즈 투어링’이나 아우디 ‘A4 아반트’ 트렁크 적재 공간은 기본 약 500ℓ다.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제네시스 제공 |
G70 슈팅브레이크는 가솔린 2.0 터보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됐다. 최고 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6.0㎏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주행모드는 에코·컴포트·스포츠·스포츠 플러스·커스텀 등 5가지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0.4㎞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낮아 마치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252마력의 엔진은 주행에 부족함이 없고,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차체가 바닥에 낮게 깔리는 듯 역동적으로 주행한다. 고속 주행에선 세단의 장점인 정숙성과 안락한 시트감이 돋보였다. SUV의 실용성과 세단의 미학을 겸비한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고성민 기자 |
G70 슈팅브레이크는 2020년 출시한 G70을 기반으로 제작돼 2021년 유럽, 올해 6월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외부에선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2년의 시차가 실내에선 보인다. 운전대와 대시보드에 있는 여러 버튼은 제네시스가 요즘 출시하는 신차 실내 디자인보다 꽤 구식이다. G70에 있는 3.3 가솔린 터보 엔진이 G70 슈팅브레이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G70에서 선택할 수 없었던 캐번디시 레드, 한라산 그린, 카프리 블루 등 3개 색상을 포함해 총 9개 색상으로 구성됐다. 판매 가격은 기본(프리미엄) 모델 4310만원, 스포츠 모델 4703만원부터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