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밴이 로켓배송을 뛰어넘었다니?
고고밴의 플랫폼 VS 쿠팡의 마케팅
오늘(7월 10일) 오전 <로켓배송을 뛰어넘는 파괴적 혁신이 온다…‘고고밴’>이라는 기사를 출고했습니다. 지난 7월 7일 에쓰시엘플러스가 주최한 ‘제2회 미래 생활 물류포럼’에서 스티븐 램(Steven Lam, 사진) 고고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랑 엮는 이유가 뭔데?
(+언니 저 맘에 안들죠?)라는 의문을 가지실 것 같아서(…) 고고밴과 로켓배송 서비스의 차이, 둘을 엮은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1. 쿠팡의 로켓배송은 마케팅 수단?
거부하고 싶겠지만, 실상은 그렇습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직접 매입-배송 서비스입니다.
쿠팡맨 |
쿠팡의 성장의 중심에는 로켓배송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거대한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는 쿠팡이기 때문에 이런 평가는 다소 섣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쿠팡 임원진들은 입을 모아 쿠팡의 무기는 ‘로켓배송’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중략) 김철균 쿠팡 부사장은 “로켓배송은 단순한 이미지 제고가 아니라 쿠팡을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그 덕분에 쿠팡의 거래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밝혔습니다.— 쿠팡은 물류와 사랑에 빠졌을까? 로켓배송 1년이 남긴 것들(CLO)
로켓배송은 티몬, 위메프와 더불어 소셜커머스 중 한 업체에 불과(?)했던 쿠팡의 이미지를 확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요.
오늘 쿠팡맨.....(감동) pic.twitter.com/qGaf9U8Do9
— @ganew1026
“쿠팡은 감동을 배달한다”고 하죠.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1조1000억 원이란 거금을 투자한 주요 이유기도 한 만큼 로켓배송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로켓배송이 물건을 더 팔기 위한 수단을 넘어 쿠팡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로켓배송은 쿠팡의 제품을 빠르고 친절하게 배달하는 역할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쿠팡의 제품을 경쟁력있게 배송하는 태생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즉, 로켓배송은 쿠팡을 설명하는 ‘이미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고고밴, 배송업체 No, 플랫폼 Yes
고고밴은 2013년 홍콩에서 시작한 배송/물류 애플리케이션입니다. 고객이 고고밴을 통해 배송을 요청하면 10초 내로 회신을 주고, 근처에 있는 화물차를 GPS로 연결해 배송 업무를 진행하죠. 그 결과…
홍콩에서 3만5000대의 제휴 차량을 확보하며 배송 시장의 60%를 점유했으며, CNN이 선정한 ‘가장 핫한 아시아 스타트업 10’에도 꼽혔다. 이후 싱가포르, 대만에 진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고고밴에 등록된 차량이 8000대를 넘어섰으며, 대만에는 6000대 이상의 오토바이가 고고밴을 통해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
고고밴은 화물차와 고객, 온오프라인 마켓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입니다. 이들은 화물차를 단 한대도 갖고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도 역시 배송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에어비앤비,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의 속성을 갖고 있는 서비스인 셈입니다.
플랫폼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자선기관의 물품을 배송하는 이벤트를 했죠. 스티븐의 설명에 따르면 1만2000개의 선물을 다섯 대의 고고밴이 3일 동안 배달했습니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자선기관의 ‘선물’을 배송하는 데 사용된 고고밴. 출처: 고고밴 블로그 |
이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배송한다’는 슬로건에 맞게 올해 3월에는 요리사를 배달해주는 ‘금동주방’이라는 이벤트도 진행했습니다.
고고밴을 타고 배송된(?) 셰프 이금연(李錦聯) |
홍콩의 각종 요리 방송에 출연하는 이금연 셰프가 이벤트 신청 고객의 집에 방문해 요리를 해주고 같이 음식을 먹는 행사였는데요. 고고밴은 ‘gogochef’라는 타이틀로 행사를 진행했죠.(우리나라에서는 백주부와 함께 하면 뜨거운 인기를 얻을 것 같은 생각이…)
쿠팡의 로켓배송과 고고밴은 태생 자체가 다릅니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주요한 마케팅 수단이자, 경쟁력이죠. 옐로모바일과 함께 유니콘 클럽(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죠.
고고밴은 화물차-물건-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입니다. 단순히 빠르고 친절한 배송을 하는 것을 넘어 산업 전체를 바꾸는 게임체인저입니다.
첫번째 질문에 답을 안했는데?
라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들이 뭔지 꼽아보면 고고밴과 같은 파괴적 혁신 스타트업보다는 좀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수익구조가 명확한 곳들 같습니다. 그러한 곳에 ‘쩐’이 뒷받침되고요.
고고밴 창업자인 스티븐 램은 대학생 시절 중국집 배달을 하면서 더 많은 도시락을 빠르게 고객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떠올렸고, 실천에 옮겼다고 합니다(물론 돈을 벌겠다는 목적도 있었겠죠 ㅎㅎ). 그게 부러워서 ‘빠르고 친절한 배송’의 아이콘이 된 쿠팡을 비교했던 겁니다.
시야의 차이를 느끼면서요.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세상을 바꿀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