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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작곡가 제임스 호너(James Horner), ’가을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영화음악 작곡가 제임스 호너(Jame

어떤 일을 하건, 항상 맘에 두고 있으면서 ‘언젠가는 저 반열에 들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만드는 최고의 작품 몇 개를 마음에 품고 종사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많이 있습니다. 영화쪽은 특히나 ‘내 인생의 영화’라 고 부르는 것들을 몇 개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한테도 ‘내 인생의 영화’가 서너 개 있는데, 잊고 있다가도 일년에 특정한 때면 꼭 다시 찾아듣습니다. 그 중 제일 처음이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가을의 전설’ ost 입니다.

영화 '가을의 전설' OST

첫 트랙인 이 음악은 신비하고도 음울한 분위기로 시작해서, 전투를 암시하는 듯한 트럼펫 솔로 이후에 확 넓어지 는 부분으로 넘어가 가슴이 트여지는 듯한 기분을 갖게 되다가, 이후에 애틋한 분위기로 마무리됩니다. 링크를 따라가보시면 다음 트랙도 들으실 수 있는데, 서정적인 피아노 솔로곡도 좋지요.

 

이후에 이 작곡가가 작업한 영화를 찾아보고 그 음악들을 들어보면서 이 사람의 음악을 참 좋아하게 되었는데요, 좋아하는 거야 그냥 좋아하는 거지만, 굳이 이유를 들자면, 

 

우선은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와서 기억에 남습니다. 

 

전 아직도 멜로디가 좋은 음악을 좋아해요. 사람들의 취향이 점점 다양해져서, 전체를 지배하는 기승전결 이 있는 멜로디가 있는 음악보다는, 멜로디의 파편과도 같은 후크( hook)가 반복되는 음악이나, ’음향같은 음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입니다만, 전 여전히 멜로디가 있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애매한 표현인데) ‘서정적인 멜로디’가 있는 음악을 좋아해요. - 한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영화음악가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시네마천국’ 음악도 멜로디가 인상적이지요.

 

두 번째로 이 작곡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좀 재미없는 기술적인 이야기인데요, 오케스트라 음색을 사용하지만 일반적인 음색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일랜드 민속악기들의 음색에 오케스트라가 얹힌 독특한 음색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 삽입곡 'The secret wedding'

백파이프라던가, 페니 휘슬, 피들(fiddle)이라는 거친 바이올린 소리, 등의 아일랜드 악기들이 클래식한 오케스트라에 얹혀서 특유의 색깔을 냅니다. 

 

그냥 보통의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으려면 이렇다할 인상도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정통 민속음악을 들을 때의 거칠고. ‘청승맞고’,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악기만 민속악기 쓴다고 되는 건 아니고, 음악적인 구성음도 그 악기가 유래한 지역의 음계에 기반해야하고, 근데 그러면 전통 화성학기반의 오케스트라와 섞으려면 또 쉽지 않을 텐데, 게다가 ‘서정적인’ 느낌까지 주는 건 더 쉽지 않을 텐데, 제 머릿속에서 처음 생각나는 이름은 이 작곡가입니다. 

 

이런 민속악기가 얹힌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정점에 오른 것은 당연 ‘타이타닉(Titanic)’의 음악일 것입니다. 타이타닉의 음악이야 셀린 디옹이 부른 주제곡이 워낙 유명하니 더 설명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엔딩곡 링크만 찾아서 걸겠습니다.

영화 '타이타닉' 삽입곡 'Hymn to the sea'

영화음악 작곡가 제임스 호너(Jame

타이타닉 이후 최근까지는 위에서 말씀드린 ‘서정성’과 아일랜드적인 특징보다는, ‘아바타’ 같은 다소 일반적인 헐리우드 영화음악들을 내놓아서 ‘아 저쪽 판의 흐름이구나’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매번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서 들려주던 이 작곡가가 얼마전 비행기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5년 6월 23일)

 

커리어 측면에서 하향세는 아니었지만, 언젠간 다시 가슴을 적시면서 이국에 여행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곡가 고유의 음악을 듣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던 ‘소심한 팬’이었던 저는 그날 하루 종일 ‘가을의 전설’의 음악만 들었습니다.

 

제 생각일 뿐인데, 우리는 지금 서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팔자좋은’ 소리로 들리는 다소 삭막한 환경에 살고 있어요. 감성보다는 ‘데이터의 분석에 입각한 판단’이 더 중시되는 때에 살고 있기도 하구요. 또는, 약간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한테 꽂힐 만한 이슈’에 늘 고무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긴 호흡의 멜로디, 그것도 ‘청승맞은 악기로 만든 서정적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건 다소 ‘노티나는’ 취향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때론 몸과 마음에 힘 좀 빼고 어떤 기분에 마냥 잠겨 있고 싶을 때 있지 않습니까.

 

저한테 ‘가을의 전설’ 영화음악은 그런 음악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James-Horner-Film-Music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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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il
채널명
김연일
소개글
영화를 음악과 사운드 위주로 보는 글. 몇 박자 늦게, 근과거의 영화들을 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