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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에도 무대 오른 이은주 명창…"소리가 좋아 일생 사신 분"

연합뉴스

이은주 명창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성도현 기자 = 2일 별세한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명예보유자 이은주(본명 이윤란) 명창은 아흔이 넘어서도 무대에 오르는 등 마지막까지 소리 혼을 불태웠다. 후진 양성도 게을리하지 않아 제자들만 수백 명에 달한다.


경기민요 전수교육조교인 김금숙(71) 명창과 김장순(63) 명창 등 제자들은 3일 고인이 평생 소리만을 바라보고 산 진정한 예인이라고 추모했다.


김장순 명창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생님은 소리에 대한 애착이 강한 분이었고, 소리가 좋아 일생을 소리와 함께 사신 분"이라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소리 때문에 살 수 있었다고 늘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엄격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던 고인이 '외유내강'의 스승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21세 때 선생님을 만나 40년 넘게 제자로서 가르침을 받았다"며 "공부를 가르칠 때는 엄격하셨지만 고민 상담도 잘해주시고 어머니 같은 분이었는데 가슴이 먹먹하다"고 덧붙였다.


김장순 명창은 우리 소리에 인생을 바친 고인에 대해 "경기민요 대가 가운데에도 대중적으로 제일 사랑을 받은 분"이라고 강조하며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소리를 주변에 많이 알리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금숙 명창은 고인이 197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로 지정된 후 받은 첫 제자이다.


그는 제자들에게는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고인을 떠올리며 흐트러짐 없이 소리에만 매진했던 스승을 기렸다.


그는 "선생님은 쉬지 않고 활동하시면서 제자를 가르치셨다. 오후 9시 전에는 늘 주무시는 등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하셨다"며 고인이 오래 무대에 섰던 비결로 자기 관리를 꼽았다.


김금숙 명창의 딸인 송은주(50) 명창 역시 대를 이어 고인의 가르침을 받았다.


송 명창은 고인이 고령에도 제자들의 공연을 찾아 격려했다고 전했다. 큰 제자들의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고 지켜봤고, 공연 마지막에는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들고 직접 노래도 불렀다고 했다.


송씨는 "연세가 있으셔서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더라도 끝까지 예인으로서 관객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셨다"고 말했다. 그 역시 고인에 대해 "해야 할 것에 대한 목표가 있으면 그 이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던 분"이라고 전했다.


제자들은 고인의 소리 인생을 돌아보는 공연을 꾸준히 해왔다. 송 명창은 2009년 12월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소리극 '은주이야기'에서 고인의 중년 시절을 연기하기도 했다.


고인은 고(故) 묵계월(본명 이경옥), 고 안비취(본명 안복식) 명창과 함께 경기민요 3인방으로 명성을 떨쳤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경기민요 초대 보유자 3인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경기민요는 '경기좌창'이라 불리는 '경기긴잡가' 12곡이다. 경기긴잡가는 비교적 조용하고 은근하며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서정적인 표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향년 98세로 별세한 고인의 장례 절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진행된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오전, 장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메모리얼 파크. ☎ 02-2290-9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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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명창과 제자들 이은주 명창과 제자인 김금숙, 송은주 명창(왼쪽부터)이 지난해 12월 열린 '김금숙 온고지신 - 12잡가 눈대목' 공연에서 찍은 기념사진. [송은주 명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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