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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정은경이 입국제한·임시공휴일 결정 책임자?

보수단체들, 정 본부장 고발하며 "미필적 고의 의한 살인" 주장

방역대책본부장으로서 의견제시 가능하나 결정권자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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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민주국민운동과 정치방역고발연대 등은 4일 코로나19 방역의 '야전사령관'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 겸임)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단체들은 코로나 확산 초기 전문가들이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라고 했지만 정 본부장이 이를 '정치적 의견'으로 묵살했다고 주장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8·17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 "수도권 대유행을 발생시켰다"며 정 본부장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중국발 입국을 전면금지하지 않은 결정과, 임시공휴일 지정 결정의 책임자가 정 본부장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두 결정과 관련해 정 본부장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는지 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입국제한, 복지부 장관이 수장인 범정부기구(중수본)서 논의·복지부 장관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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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박능후 장관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승두 기자 = 박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관계부처 실·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확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2.2 kimsadoo@yna.co.kr

우선 중국발 입국 제한 문제부터 살펴보자.


정부가 코로나19 최초 발생지인 우한(武漢)이 있는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14일 이내에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발표한 것은 지난 2월 2일(시행은 2월 4일부터)이다. 입국 금지 범위를 중국 전역으로 설정하지 않아 방역에 구멍을 만들었다는 논란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만을 입국 제한 대상으로 삼은 정부 결정을 발표한 사람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1월 20일부터 정은경 본부장이 수장인 방대본(질본 산하)이 방역 실무 총괄조직 역할을 잠시 했지만 1월 27일 설치된 중수본이 2월 1일 관계부처 합동 조직으로 확대개편되면서부터는 중수본이 방역 관련 정책의 범정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중국발 입국제한 문제의 경우 최종 결정권자는 더 윗선이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법무·외교부 등 타 정부부처들이 결부된 이 사안에서 표면적으로나마 지휘봉을 잡은 사람은 정 본부장이 아니라 범정부 컨트롤타워의 수장인 박 장관이었다.

임시공휴일, 총리가 검토 지시하고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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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본 회의서 발언하는 정세균 총리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김도훈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월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superdoo82@yna.co.kr

그리고 8·17 임시 공휴일 지정의 경우 7월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중대본 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의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것에 발맞춰 2월 23일 설치된 중대본은 대규모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 조정하는 범정부 최고 비상대책 기구로, 총리가 본부장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임시공휴일 지정의 최종 결정은 정 총리의 검토 지시 이틀 뒤인 7월 2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뤄졌다. 정 본부장은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며, 당시 배석자로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임시공휴일 지정 문제에 의견을 피력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자 지난달 31일 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당시 방대본에서는 별도의 검토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지정에) 동의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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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주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월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7.21

정은경, 입국제한·공휴일 지정에 의견제시 가능했으나 결정권자 아냐

결론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의 실무 책임자인 정 본부장은 입국 제한과 공휴일 지정 등 방역 문제가 결부된 범정부 차원의 정책 결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하겠으나, 결정권자였다고는 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 본부장에 앞서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던 정기석(2016년 2월∼2017년 7월 재임)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체들이) 고발할 상대를 잘못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중국발 입국제한 문제는 외교·법무·보건복지부 등이 모여서 결정하는 사안으로, 결정 시기도 (복지부 장관이 수장인 범정부기구인) 중수본이 설치된 이후여서 시점상 질병관리본부장의 결정 권한 밖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 공휴일 지정도 국무회의에서 결정했는데 질병관리본부장은 국무회의 참석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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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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