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억년 된 우주먼지 담은 최고(最古) 운석 확인
50년 전 호주 떨어진 머치슨 운석서 태양 이전 알갱이 확보해 분석
지구에서 약 3천광년 떨어져 있는 백조자리의 '달걀성운'. 죽어가는 별이 만든 행성성운으로 이와 유사한 진화단계의 별이 내뿜는 우주먼지가 머치슨 운석에서 확인된 태양 이전 알갱이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NASA, W. 스팍스(STScI), R. 사하이(JPL) 제공] |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운석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전인 약 50~70억년 전의 우주먼지(우주塵·stardust)가 확인됐다. 이는 지구에서 발견된 고체 물질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지구물리학 부교수이자 이 박물관 큐레이터인 필립 헥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태양이 형성되기 이전의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운석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운석은 1969년 9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약 100㎞ 남쪽에 있는 머치슨 인근에 떨어졌으며, 시카고 대학 측이 운석에서 태양계 형성 이전의 알갱이를 추출했다. 연구팀은 건초더미를 태워 바늘을 찾는 것처럼 운석을 산(酸)에 녹여 불순물을 없애고 태양 이전의 알갱이를 확보했다. 태양 이전의 알갱이는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 중 약 5%만 갖고있을 정도로 드물며, 큰 것 수백개를 뭉쳐놔도 마침표 하나 크기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태양계 이전 상황을 담고있어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태양계 형성 이전 알갱이가 우주를 돌아다니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線)에 노출된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어떤 형태의 별에서 나오고,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파악했다. 일부 우주선은 우주 알갱이의 광물과 상호작용해 새로운 원소를 형성하는데 우주선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더 많은 원소를 만들어내는 점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를 폭풍우 속에 내놓은 양동이에 비유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것을 가정할 때 양동이 안에 모이는 물은 빗속에 얼마나 노출돼 있었는지를 말해주듯 알갱이 안에 있는 우주선이 만든 원소를 측정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방법을 통해 대부분의 알갱이가 46억~49억년 전에 형성됐으며, 일부는 55억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밝혀냈다.
특히 태양 이전 우주 알갱이는 별이 생을 다하고 폭발할 때 형성된 것이어서 이전 별의 역사에 대해서도 얘기해 줄 수 있는데, 약 70억년 전 일종의 우주 베이비붐처럼 새 별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은하 내 별의 생성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는 등 부침이 있다는 주장과 일정한 비율로 꾸준하게 만들어 진다는 반박 사이에서 전자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한 태양 형성 이전의 알갱이. 가장 큰 것이 8㎛(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 불과하다. [자나이나 N. 아빌라 제공] |
연구팀은 또 우주선이 알갱이 내 광물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태양 이전 알갱이들이 그래놀라처럼 덩어리가 져 우주를 떠다닌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누구도 이런 규모의 덩어리가 떠다닐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헥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주먼지의 생애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면서 "우주먼지는 지구에 도달한 가장 오래된 물질이며, 이를 통해 이전의 어미별이나 우리 몸에 있는 탄소의 기원, 우리가 숨 쉬는 산소 등에 관해 알 수 있으며, 태양 형성 이전으로 추적해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