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Ⅲ] (3) 탱글탱글한 알·부드러운 살이 매력인 도루묵
뼈까지 부드러워 겨울 한 철에 두 번 먹는 동해안 대표 별미
지역축제 취소에 아쉬움…"서·남해안 사람들은 몰라 못 먹어"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바람이 매서워지는 계절이 찾아오면 강원 동해안 항포구는 겨울철 대표 별미인 도루묵이 쏟아지기 시작해 풍요롭다.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도루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만들고, 입맛을 돋운다.
강원 동해안 주민들은 겨울 한 철에 도루묵을 두 번 먹는다고 한다.
탱글탱글 알이 꽉 찬 암컷 도루묵. [연합뉴스 자료 사진] |
도루묵이 나오기 시작하는 11월에는 맛이 좋아 제철 별미로 먹고, 봄을 앞둔 이듬해 2월에는 아쉬움에 도루묵을 또 찾는다는 것이다.
도루묵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올라오는 11월부터 잡히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주로 나온다.
겨울철 동해안 항구는 도루묵이 풍년이어서 더 넉넉하고 따뜻하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
이때는 '물 반 도루묵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획량이 많다. 항구나 해안에서 도루묵을 뜰채로 잡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동해안 자치단체는 도루묵을 소재로 축제를 여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취소돼 아쉬움이 크다.
도루묵은 암컷의 알이 굳어지기 직전인 11월 말과 12월 초가 사실상 제철이다.
부드러운 알을 입안에서 톡톡 터트리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루묵은 알 뿐만 아니라 뼈도 부드러워 한입에 쏙 넣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일각에서는 살이 너무 연하다고 푸념하지만 알도, 뼈도, 살도 부드럽기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먹을 때 알이 끈적거리는 느낌 때문에 즐기는 사람과 피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며칠간 공중에 매달아 꾸덕꾸덕해지도록 말린 뒤 먹으면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도루묵은 구이, 조림 등 다양한 형태로 식탁에 오른다. [강릉시 제공] |
도루묵이 나오는 계절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와 겹친다.
각종 모임과 계가 많기로 유명한 강릉에서는 체육행사장 등에서 도루묵을 굽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도루묵은 여느 생선과 비교하면 저렴해 호주머니가 가벼워도 맛볼 수 있는 서민들의 대표 어종이기도 하다.
12월 말이 가까워지면 암컷 도루묵은 알이 점점 굳어지면서 질겨지기에 이때부터는 수컷 도루묵이 식탁에 주로 오른다.
수컷 도루묵은 암컷보다 작고 알은 없지만 뼈째 한입에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봄의 문턱까지 구이와 조림, 찌개로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도루묵은 강릉, 속초, 양양, 삼척 등 강원 동해안에서 주로 나오는 한류성 어종이다.
농어목 도루묵과에 속하며 길이는 13∼17㎝이다.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 러시아 등 북서 태평양에 분포한다.
어릴 때는 깊은 수심에서 서식하다가 산란기인 11∼12월 수심이 얕은 동해안을 찾아온다.
서식지가 제한돼 서해안이나 남해안 사람들은 잘 몰라서 먹지 못하기도 한다.
잘 구워 놓은 도루묵은 동해안 겨울철 별미로 유명하다. [촬영 유형재] |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마을 뒤 백두대간에 쌓인 눈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질 때면 동해안 도루묵도 점점 자취를 감춘다.
동해안 사람들은 1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는 아쉬움에 도루묵을 먹으면서 그 힘으로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강릉 시내 음식점에서 만난 김모(50) 씨는 "도루묵은 아무 때나 먹는 게 아니고 기다리다 먹어야 하기에 더 맛이 좋다"며 "도루묵은 무엇보다 알이 엄청 맛있어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dm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