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의 장"vs"지역경제 살려"…동물축제, 엇갈린 시선
동물축제 84% "동물 포획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해"
"생선,소,돼지 먹는데 동물축제가 안된다는 건 모순적"
"지난 주말에 가족들이랑 가평으로 송어 축제를 갔었는데 너무 충격받았어요. 사람들이 방류 시간을 기다려서 송어를 맨손으로 잡고 죽이면서 즐거워하더라고요."
대학생 박 모(23) 씨는 다시는 동물축제를 갈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송어를 입에 무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순식간에 생명이 죽는 모습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전국에서는 매년 다양한 동물축제가 열린다.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팀에 따르면 2013~2015년 기준 동물을 테마로 한 축제는 86개이고 동물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은 12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동물을 죽이는 동물축제가 학대라며 맨손 잡기 등 행사를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물축제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동물 학대라는 주장도 지나친 비약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동물축제, 생명 존중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을 수차례 수상한 화천 산천어 축제는 사실 한국 최악의 축제 중 하나다."
지난 5일 강원도 화천군 일대에서 개막한 산천어 축제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5개 동물 운동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2km에 걸친 얼음 벌판 축제장에 뚫린 구멍만 수천 개, 축제 전까지 굶긴 약 76만 마리 산천어들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쳐 놓은 테두리 속에 갇혔다가 잡혀 죽는다"고 지적했다.
생명다양성재단이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팀에 의뢰해 전국의 축제를 조사한 결과 동물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의 84%가 동물을 포획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했고 포획 활동의 78.3%는 먹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은 송어, 빙어, 오징어 등 어류가 약 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바지락, 낙지 등 패류·연체동물류가 22%, 돼지, 말 등 포유류 12%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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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현재 동물축제는 동물을 먹고 잡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아이들에게 생명 존중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가르치면서 이런 동물축제에 데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2013년 수정 동물보호법을 발효했다. 이 법에 따르면 침팬지나 개,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물고기 역시 감각이 있는 척추동물이므로 비인간적 학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물고기를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는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동물축제 방문객 매년 늘어…"긍정적인 부분 크다"
동물축제가 동물 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안 모(34) 씨는 "동물 학대라는 용어의 적용 범위는 통념상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 또는 가축에 대한 학대라고 생각한다"며 "그 범위를 모든 동물로 확대하면 바퀴벌레, 모기, 쥐도 보호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생선은 식량으로 인식됐지 보호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는 흔치 않았던 것 같다"며 "과거에도 생태계 균형과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해서 포경을 금지하거나 특정 종의 어류 남획을 금지하는 등의 조처를 했을 뿐이지, 살아 움직이는 모든 동물에 대한 가해를 중지하자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손천웅 평창송어축제 홍보국장은 "동물축제가 동물 학대라면 낚시도 금지해야 한다"며 "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괜찮고, 동물축제는 안된다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동물축제의 긍정적인 효과는 적지 않다. 2017년 강원지역 겨울 축제의 소비유발액은 2천146억원 수준이었다. 강원지역 겨울 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 1천189억원, 부가가치 유발 637억원, 고용창출 1천782명으로 추산됐다.
동물축제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매년 늘고 있다.
손 홍보국장은 "동물축제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 30~40억 정도인데, 대부분 운영비로 다시 나간다"며 "중요한 건 도시도 아니고 시골에서 농한기에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주변 음식점, 숙박업이 활성화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인구가 5만명이었는데 지금은 4만명이다"며 "사람은 점점 도시로 나가는데, 축제도 안 하면 우리 지역을 찾는 사람은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서도 동물축제 놓고 갈등"
토르드 주빌로라 불리는 불의 황소 축제 |
동물축제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메디나첼리에서는 오랜 전통인 '불의 황소' 축제가 열렸다. 축제가 시작되면 머리와 몸 곳곳에 두꺼운 진흙을 바른 황소 뿔에 가연 물질을 매달고 불을 붙인다. 황소 뿔의 인화 물질이 다 소모돼 불이 꺼질 때까지 사람들은 소를 피해 도망 다닌다.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의 엘리자 앨런은 "살아있는 동물에게 불을 지르는 것은 명백히 가학적인 행동"이라며 "황소의 뿔에서 시작된 불은 뿔을 태울 뿐만 아니라 눈과 몸 곳곳에 심각한 화상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동물을 죽이는 방식으로 공동체의 행복과 풍요를 도모하는 축제는 세계 여러 곳에서 열린다. 덴마크령 페로제도에서는 매년 7~8월에 고래 축제가 열린다. 어선이 고래의 이동을 막아 해안으로 몰면, 주민들이 바닥에 뛰어들어 고래를 도살한다.
대만의 싼샤 지역에서는 매년 설에 신성한 돼지 축제가 열린다. 가장 뚱뚱한 돼지를 뽑는 이 축제를 위해 사람들은 돼지를 좁은 곳에 가둬 움직임을 제한하고 먹이기만 하면서 살을 찌운다. 우승한 돼지를 죽이고 화려하게 치장해 퍼레이드에 나서는데, 매번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킨다.
천명선 교수는 "스페인에서는 투우가 큰 문화적 유산이지만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포기하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며 "우리도 이 시점에서는 아무리 어류라고 할지라도 이 문제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기 동물구조 119 대표는 "동물축제를 당장 폐지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동물을 보호하고 생명 존중 사상을 물려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김민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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