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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12개월 남아, 석달간의 연명치료 끝에 장기기증

서정민 군 부모 "장기기증은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 살리는 일"


뇌사 판정을 받고 석 달여 간의 연명치료를 받던 12개월 서정민 군이 아이들에게 심장과 폐 등 주요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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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병상에서 첫돌 잔치를 치른 서정민 군이 석 달여간의 연명치료 끝에 심장, 폐 등 주요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됐다. [이나라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민이는 정말 착한 아이였어요. 엄마가 힘들까 봐 잘 울지도 않았어요. 이유식도 잘 먹어 또래 아이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갔어요."


서 군의 어머니 이나라 씨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민이가 가는 길 무섭지 않게 많은 사람이 기도해줬으면 좋겠다"며 "자녀의 마지막 가는 길이 평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서 군은 지난 7월 13일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사 추정상태로 분당차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아왔다.


병원에 도착할 때부터 뇌파가 잡히지 않았고, 정민이가 다시 눈을 뜨는 건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 씨는 아이와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장기기증을 결정한 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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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군의 부부는 서 군이 뇌사 판정을 받자 고심 끝에 아이의 심장과 폐 등 주요 장기를 이식이 시급한 아이들에게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이나라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살짝 넘어지기만 해도 아파하는 아이한테 어떻게 그렇게 큰 수술을 받게 하느냐"며 장기기증을 줄곧 반대했다고 했다.


이 씨가 마음을 돌린 건 남편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남편이 '정민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다 있다. 정민이의 장기를 이식받은 아픈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대신해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곳으로 여행 다니며 잘 뛰어놀 것'이라고 말해줬어요. 남편 말대로 정민이가 다른 곳에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난 16일 첫돌 잔치를 병상에서 치른 서 군은 이날 오후 장기기증을 위해 수술대에 오른다.


수술이 잘 진행되면 서 군의 심장과 폐, 신장, 간 등은 장기이식이 절실한 3명의 아이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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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군의 모습. [이나라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 군 부모는 정민이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장기이식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또 기증자와 그 가족에 대한 예우(유가족 상담, 추모 행사, 각종 행정처리를 위한 동행 서비스 등)도 많이 갖춰져 있는 만큼 막연한 불안감이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장기기증 결정 후 복잡한 절차를 도와주는 코디네이터(전문의료인)의 따뜻한 손길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기사를 찾아보니 어린아이들의 장기기증 사례가 많이 없다고 해요. 장기기증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에요. 많은 분이 장기기증에 대한 안 좋은 견해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씨는 자녀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도 건넸다.


"정민이 덕분에 아픈 아이들이 새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게 됐어. 많은 사람이 정민이가 뜻깊은 일을 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엄마 아빠도 고맙고 미안해. 건강한 옷으로 갈아입고 엄마한테 다시 와줘. 사랑해."


​(성남=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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