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 “나를 죽이는 것도, 나를 살리는 것도 가족”
『지금 죽으러 갑니다』 펴내
집단 자살과 가족의 배신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
어쩌면 끔찍한 얘기가 될 수도 있다. 한 남자는 왜 자살을 결심하게 됐을까. 그리고 그 자살을 위해 왜 동반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일까. 그런데 그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얘기는 더 복잡해진다. 자살을 결심하기 전 이미 그를 죽이려는 사람이 있었고, 그건 바로 그의 부모였다. 왜 부모가 자신의 아들을 죽이려 한 것일까. 그런 의문을 담고 떠나게 된 동반 자살 여행. 하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가게 된 마지막 길 마저 그에겐 사치였을까. 그 여행은 동반 자살이 아니라 한 살인마의 정신 나간 살인 파티였던 것이다. 죽으러 간 곳에서 이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남자. 그리고 그에게 다가온 따뜻한 가족의 손길. 그것은 바로 존경의 대상인 동시에 질투와 미움의 존재였던 친형, 즉 가족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그렇게 아름답고 포근하게 끝나지 않는다.
『더블』, 『악의』 ,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등의 작품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독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던 작가 정해연이 『지금 죽으러 갑니다』 를 통해 들고 나온 주제는 가족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만들 수도 있는 가족.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존재는 한 없이 따뜻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한 없이 잔인할 수도 있나 보다. 정해연 작가가 스릴러의 소재로 가족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나의 행복을 마지막까지 함께 해야 할 가족이 나를 죽이려 하는 상황. 혹은 내가 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가족이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상황.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죽음 직전에 깨닫게 된 삶의 의지와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때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차가운 배신과 진실. 『지금 죽으러 갑니다』 를 통해 여러분은 또 다른 스릴러의 맛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
한 인간이 죽음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가족
『지금 죽으러 갑니다』 는 어떤 작품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가족과 얽힌 어떤 사고, 즉 주인공 태성의 부모가 아들인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아들의 방에 연탄을 피우게 되고, 그런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인터넷 동반 자살 카페를 찾아가서 자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거기에서 우연히 살인마를 만나게 되는 일을 겪으며 아이러니하게 죽으러 갔다가 살기 위해 도망쳐 나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기본적으로는 가족간에 관계를 다루고 있어요. 가족이란 것이 원래 좋은 사이기도 하고 친밀한 사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잔인해 질 수도 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이거든요. 그런 것을 더 극대화해서 표현한 작품입니다.
제목이 대단히 강렬한데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제목 얘기를 많이 하세요. 어떤 분들은 일본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의 패러디냐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물론 그 작품의 제목을 참고해서 조금 비튼 것은 맞아요. 그리고 그 작품은 감동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비틀어서 죽음하고 이어졌을 때 좀 더 섬뜩하거나 잔인해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제목이죠.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는 이 소설의 내용하고 가장 잘 부합하는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동반 자살을 하러 갔다가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우연히 그 작품이 국내에서 영화로 리메이크 되면서 그 바람을 타려고 일부러 지은 것 아닌가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는데 그건 아니고요, 『지금 죽으러 갑니다』는 2014년에 처음부터 정하고 쓴 제목이에요.
작품을 읽으면서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죽음’이 떠올랐고, 그 다음에 ‘가족’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 시스템’이 떠올랐는데요, 먼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이 있죠. 하지만 그 중에서 ‘집단 자살’을 소재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 이 작품을 쓰려고 할 당시에 뉴스를 보는데 강원도에 집단 자살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팬션을 빌려서 집단 자살을 하는데, 사람들이 와서 고기도 먹고 하룻밤 자는 거에요. 그런데 팬션 주인이 보면 일반 여행객들처럼 보였다는 거죠.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 보면 사람들은 죽어 있고요. 고기도 먹고, 술도 먹은 다음에 죽은 건데, 저 사람들은 내일 죽을 건데 오늘의 감정은 어땠길래 저렇게 술 마시고 고기 먹고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부터 출발을 했고요, 거기에 사람이 죽는다는 결정을 할 때까지 가족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 어디까지 내몰려야 저런 결정을 하는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죠.
작품 속에서는 자살 카페와 집단 자살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취재는 어떻게 하셨나요?
인터넷 자살 카페를 소재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자살 카페에 들어가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예 검색 조차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죽음에 관한 결정을 하는 그 절박한 상황까지 내가 자료 조사를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자료 조사보다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기사라든가 하는 것에다가 상상을 좀 결합해서 했어요. 자살 카페나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을 호기심이나 탐미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작품과 관련된 사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는데요, 작년에 일본에서 어떤 사람이 집단 자살 모집을 했는데 결국에는 그게 살인마가 기획한 것이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지금 이 작품과 똑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인데 정말 안타까웠어요. 이 작품은 사실 장르가 스릴러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강한 소재를 찾고, 잔인하게 표현된 것인데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프고 씁쓸하죠. 누군가의 상상으로만 가능해야 하는 것인데, 그게 현실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슬펐어요.
한 사람에게 있어 ‘죽음’, 그것도 ‘자살’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죽음’이란 어떤 것입니까?
결국은 지금 힘든 것을 끝낸다는 것이거든요. 제가 작품 안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썼어요. ‘죽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건 사실은 살고 싶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고 하는 것은 나 안 죽게 위로해 달라는 이야기라는 거예요. 이런 메시지를 넣고 싶었고 잔혹하고 어두운 내용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지만 결국 살리는 것도 사람이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 말하고 있는 죽음은 ‘누군가 구할 수 있는 죽음’, 혹은 ‘내가 선택은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가족
그런데 사실 죽음에서 시작되기는 했지만 진짜 끔찍한 것은 죽음에 가족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내 삶에 영향을 많이 주는 만큼 이 작품에서는 가족이란 것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데요, 죽음과 가족을 연결시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 ‘자살’이라는 소재를 선택하고 나서 사람이 가장 자살을 하고 싶은 순간, 그리니까 주인공 태성이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구상을 하다 보니 만일 그에게 화목하고 나를 지탱해 주는 가족이 있었다면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가족에게마저 내몰리게 되는게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을 한 거죠. 저는 항상 가족이 가장 잔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의 불화라는 설정을 하게 되었는데요, 작품에서는 형제 간의 질투를 좀 더 일그러지고 빗나간 방향으로 표현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가족이 한 사람을 자살로 내 모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설정한 것이죠.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 몰 수도 있고, 반대로 살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존재가 가족이라는 얘기가 되겠네요.
그렇죠.
소설 속에 보면 주인공 태성에게 있어 형 진성은 질투의 대상이면서도 존경의 대상이고, 든든한 존재이면서 또 죽음으로 몰아가는 존재이기도 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 진성이란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된 것인가요.
가족 안에서 부모님 말고도 주인공 태성을 버리고 싶어하는 인물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얼마전에 끝난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와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쓰레기통에 쳐 넣고 싶은 것이 가족이다’
일본 배우 기타노 다케시가 했다는 말이죠.
네, 근데 그건 진짜 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진짜 버릴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주인공의 형 진성이라는 캐릭터입니다. 나의 성공에 누군가가 기대거나 하는 것 자체가 싫고 그런 존재는 모두 진짜 버리고 싶은 인물이 진성이라는 얘기예요.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몰고 나가야 태성이라는 인물의 감정이 조금 더 부각될 것 같았습니다.
태성이라는 인물을 좀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극단적인 설정을 하게 된 것이네요.
그렇죠. 사실 전체적으로 다 극단적인 가족이에요. 태성이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나약한 인물인데요, 예를 들어 형이 잘 나가면 자신도 열심히 하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고 뒤틀린 선택을 하게 되죠. 부모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 모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부모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런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자식을 버리는 부모도 있고, 학대하는 부모도 있어요. 반대로 자식이 부모를 버리기도 하고,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가족이라는 것에 관한 문제를 집약하고 있는 것이 주인공 태성의 가족인 것입니다.
로맨스도 스릴러도 결국에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요 무대가 집단 자살 카페 사람들이 만나 가게되는 어떤 산 속의 별장입니다. 그 장소는 실제로 있는 곳인가요?
아니요. 없어요. (웃음)
순전히 선생님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인가요?
네, 왠지 진짜로 있으면 안 될 거 같은 끔찍한 공간이죠. (웃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거기에 등장하는 장소가 명소가 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산 속의 별장과 그 주변에 있는 목욕탕과 같이 사건이 벌어지는 주요 무대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끔찍한 장소라 독자들이 가보고 싶어 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전에 소설 『7년의 밤』 이 영화로 나왔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별장이 여기와 비슷할까하는 생각은 했어요. 사실 실제 있는 공간을 무대로 하면 쓰는 것이 쉽기는 한데 『지금 죽으러 갑니다』 에 나오는 장소는 공간을 보고 한 것은 아니에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별장을 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 에 나오는 별장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혹시 실제 참고로 한 장소가
있나 궁금했어요.
이번에는 없었는데 처음 스릴러를 쓸 때, 『더 볼』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거기에 오토 캠핑장이 나와요. 그건 제가 오토 캠핑장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제 작품 이미지와 맞는 장소를 찾아서 그걸 참고로 묘사를 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상상력 만으로 어떤 사건을 만들 때 주로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시는 편이신가요?
소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 좋은데요, 제가 쓰는 소재들은 주로 부딪히는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이 작품에 나온 것처럼 죽으러 갔는데 살기 위해 도망쳐 나오는 이야기라든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에 뉴스라든가 SNS를 통해서 사건이나 사연을 많이 듣는 편이예요. 그런 것들을 보다가 꼭 소설 한 편이 될 만한 소재가 아니더라도 좀 재밌는 것이 있으면 소재 노트에 적어 놓고 나중에 작품을 쓸 때 보면서 이것과 이것을 붙이면 재밌을 것 같다 하는 게 나오면 참고를 하죠. 그런 식으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공상을 일부러 하지는 않는 편이신가요?
만약에 예를 들어 지금처럼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큰 가방을 갖고 오면 ‘저기에 뭔가 이상한 게 들어 있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같은 상상을 하긴 해요. (웃음) 그런데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오기도 하고 그건 특별히 어떤 방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쓰시다 보니까 일상에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이게 일종의 산재가 있어요. (웃음) 밤길도 무섭고요, 악몽도 많이 꿔요. 이번 작품 『지금 죽으러 갑니다』 에 특히 잔인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요, 그러다 보면 그걸 떠올릴 수 밖에 없고 좀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계속 떠올리다 보니 악몽도 꾸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부분을 쓸 때는 표정도 이상해져요. 특히 사람 죽이는 장면을 신나게 쓰다 보면요. (웃음) 그래서 그런 부분은 낮에 카페 같은 곳에서는 못 써요. 표정이 이상해 지니까. 하하하. 한 번은 어머니가 표정이 이상하니까 왜 그러냐며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웃음)
처음엔 로맨스 장르로 작품을 시작하셨잖아요? 후회하지는 않으세요? (웃음)
아니요, 그건 아닌데요. (웃음) 원래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저희 작은 언니가 도서관에서 추리소설만 빌려오고 그런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까 따라 읽다가 추리, 미스터리를 좋아하게 됐는데 우연치 않게 로맨스를 쓰게 된 거예요. 그런데 저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로맨스가 인간의 사랑에 관한 것이라면 스릴러 장르는 진짜 인간의 내면을 다루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저희 오빠가 ‘좋아하는 걸 한 번 써 보지 그래’라고 하는 거예요. 그럴까하고 쓰게 됐고 그게 운 좋게 출판까지 이어지게 돼서 스릴러를 쓰게 됐는데 써 보니까 나는 코드가 이쪽이 맞구나 하는 걸 느낀 거죠. 그렇다고 완전히 전향한 건 아니에요. 콘텐츠진흥원에서 하는 스토리 공모전에서 상 받은 작품은 엄밀하게 따지면 청소년 문학이예요. (웃음) 그래서 결국 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은 쓰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스릴러 장르지만 만일 소재가 떠올랐는데 스릴러가 아니라면 또 쓸 수 있겠죠. 또는 로맨스에다가 스릴러를 가미 할 수도 있고, 청소년 문학에다가 스릴러를 가미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몬드』 라는 청소년 문학도 어떻게 보면 스릴러거든요. 그런 식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읽으면서 『지금 죽으러 갑니다』 에서 주인공 태성과 같이 살기 위해 살인마로부터 도망치는 민서라가 서로 로맨스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했거든요.
그렇지 않아요. 그건 그냥 동질감일 뿐이예요. 물론 둘이 같이 어둠 속을 뚫고 가지만 자기만 살아 남았을 때 느끼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같은 것이죠.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결국 저 혼자 엉뚱한 상상을 했네요. (웃음)
사랑도 중요한 것이니까요. (웃음)
혹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선생님만의 독특한 취미가 있다거나 여행 방법 같은 것이 있나요?
특별히 여행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닌데요, 여행을 가면 예전에는 그냥 관광을 했다면 지금은 공간을 봐요. 그 공간이 뭔가 특별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카페에 갔는데 벽장이 있는 카페가 있더라고요. 그러면 ‘저 벽장은 뭐지? 저 안에는 뭐가 있는 거지?’ 생각을 해요. (웃음) 그 안에 뭐가 있다거나 트릭이 있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독특한 공간이 있으면 독특한 생각이 들게 되는 거예요. 뒷문이 있다거나 하면 한 번 슬쩍 보게 되고요. 이렇게 공간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하나 있고, 여행지에 가서도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자세히 들으면 공감되는 문장을 쓸 수가 있어요. 그런 것들을 좀 신경쓰는 편이예요.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
이 작품에는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요. 재벌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서 인간성이 왜곡되는 부분이 있는데, 선생님이 이야기 하고 싶은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상처받은 사람들에 관해 관심이 없는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결국은 회사든 사회든 자기 것만 챙기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죠. 자살을 결심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어쨌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한 현실을 좀 더 말하고 싶었어요. ‘자살하는 사람들은 나약해서 그렇다’거나 하는 말에도 사실 무관심이 녹아 있어요. 사회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가정 내에 문제로만 보고 모든 것을 가정에서 해결해야 하거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것도 무관심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죠. ‘네가 나약해서 그래’라고만 보는 사회의 모습이 이 작품 속에서 그려졌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사회 문제가 있으신가요?
아동 학대요. 요즘 아동 학대에 관한 것을 쓰고 있는데 아동 학대를 우리는 때리는 것과 같이 물리적인 폭력만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방치도 아동 학대고 폭력적인 말도 아동 학대거든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요즘엔 아동 학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다음 작품은 아동 학대에 관한 것인가요?
아니요. 다음 작품은 이미 썼던 작품인데 CJ E&M하고 카카오 페이지에서 하는 추.미.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공모전이라고 있어요. 거기에서 금상을 탄 작품인데, 이번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점이 있어요. 『지금 죽으러 갑니다』 에는 정의로운 인물이 단 한 명도 안 나오잖아요. 단 한 명도 정의롭지 않은데 그 작품에서는 어떤 사건과 그 날에 대해서 파헤치는 정의로운 인물이 주인공이 될 거예요. 그 작품이 차기작이 될 것이고요, 제가 아동 학대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시나리오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습작을 하면서 아동 학대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과 연계해서 쓰면서도 차기작은 좀 더 훈훈하고 따뜻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약간 유머 코드도 있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오늘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큰 깨달음을 하나 얻게 됐어요. 그게 뭐냐하면 ‘미스터리 작가라고 해서 절대 괴롭고 우울하게 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웃음)
하하하. 우울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 주신다면요.
스릴러는 결국 읽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읽는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넘어갔으면 특별히 제가 이 안에 어떤 뜻을 내포하고 어떤 설정을 담고 있다는 것을 다 몰라도 상관이 없다는 거죠. 왜냐하면 스릴러는 계속 스릴이 이어져야 되고 스릴이 이어진다는 것은 재미가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야 스릴러 장르가 앞으로도 사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재밌게 읽어 주셨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국내 작가들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책을 선택해 주시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것인지 잘 알고 있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어요.
글 | 채희경 사진 | 한정구
정해연 저 | 황금가지
한 남자가 인터넷 자살 카페를 통해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쾌락살인마를 만나 아이러니하게도 살고 싶어지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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