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 ‘퍼블리’의 성장 이유
공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온라인 콘텐츠를 돈 내고 읽는 사람이 있을까? 퍼블리는 2015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 |
지식콘텐츠 구독 서비스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는 스스로 ‘콘텐츠 애독가’라고 얘기한다.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다 유학을 떠나고, 퍼블리를 창업하기까지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읽기’를 꼽을 정도다. 어려서부터 신문과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여러 개의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정기 구독하고 있다. 퍼블리는 자기계발 욕구가 강한 2545세대의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며, 월 이용료는 2만1,900원. 현재 6,200명의 유료 멤버십 회원이 정기구독 중이다.
누적 결제 고객이 2만 명을 넘었는데요. ‘값어치 있는 콘텐츠에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창업 초기에 생각하셨다고요.
좋은 콘텐츠에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다만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은 달라졌죠. 부끄러운 얘기지만, 창업을 할 때 거창한 비전을 세우고 출발하지 않았어요. 단지 저 역시 콘텐츠 소비자로서 영어권에 비해 한국어 콘텐츠가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점이 아쉬웠고, 그렇다면 내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사실 제 개인적인 취향을 좋은 콘텐츠의 기준으로 보았던 거죠.(웃음) 하지만 일을 해보면서 저와 같은 취향을 가진 소비자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보다 넓은 범위의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고, 그에 맞춰 일하는 방식 또한 바꿔야 했어요. 덕분에 근 1년간이 저희에게는 시험 기간이었어요. 사실 지금도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고요. (웃음)
지난 1년간 시도한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올 상반기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채용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콘텐츠 기획자를 충원하고, 엔지니어 조직을 보강했죠. 지금은 27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저희 조직은 크게 콘텐츠팀, 제품팀, 운영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비유하자면 콘텐츠팀은 음식을 만들고, 제품팀은 음식을 담는 그릇을 만들어요. 운영팀은 음식과 그릇 사이를 오가는 별동대고요(웃음). 인사, 노무, 세무, 법무 등 회사가 돌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살림을 지원하죠. 퍼블리가 콘텐츠라는 ‘상품’을 파는 비즈니스 기업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을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목표는 현재 85%인 재결제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고요.
이용자가 늘면서 구독 방식과 지불 방법 등을 조금씩 변화를 주셨죠.
애초 저희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출발한 스타트업이었어요. 저자와 협업해 콘텐츠를 기획한 뒤 목차를 공개하고, 투자액이 목표를 넘어서면 콘텐츠를 제작해 발행하는 식이었죠.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은 상품 출시 전에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단점은 흥행을 예측할 수 없다는 거죠. 그 탓에 수익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고요. 결과를 알 수 없으니까 기우제 지내듯 잘 되게 해달라 기도하고 빌게 되더라고요. (웃음) 그런 불안정성이 싫어서 유료 멤버십 서비스로 바꾸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재무적으로 안정되고, 고객 입장에서도 엄선된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는 보다 생산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멤버십 서비스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어느 정도 확보하는게 중요했을 것 같아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만든 콘텐츠가 30건쯤 되었을 때 유료 구독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콘텐츠의 양이 적어서 걱정을 했지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죠. 이후 콘텐츠의 양을 꾸준히 늘려왔어요. 한 달에 5건 발행하던 것을 10건, 15건, 20건으로 늘린 결과 현재까지 226건의 콘텐츠가 쌓였죠. 하지만 저희가 전체 콘텐츠의 양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개별 관심 분야의 수예요. 그래야만 퍼블리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지식을 얻게 하는 저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게 힘들 것 같습니다.
고객을 세분화해서 콘텐츠의 종류, 질, 양을 최대한 맞춤형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데이터 분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요. 어떤 콘텐츠를 구독하는지, 끝까지 읽는 콘텐츠는 무엇이고 중간에 이탈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하는 행동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고객의 나이, 직업군, 업무 연차, 관심 분야를 직접적으로 설문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쌓인 데이터가 앞으로의 콘텐츠 제작에 반영이 된다면 폭발력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퍼블리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요.
콘텐츠 리드 1명과 매니저 5명이서 콘텐츠를 관리하고 있어요. 경영, PR, 미디어 업계 출신의 이 분들이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콘텐츠를 개선하고, 또 신규 콘텐츠를 결정하죠. 저자를 발굴하는 작업, 지원해오는 글들을 검토하는 일들도 이 분들이 하고 계세요. 이 분들이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저자가 해당 주제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에요. 그것이 바로 퍼블리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고요.
특히 인기가 좋은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1년 단위로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2018년 한 해 구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콘텐츠는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였어요. 전체적으로 기획, 마케팅, 브랜딩에 관한 콘텐츠가 인기가 많았죠. 그 이유는 저희가 사용자 가운데 마케터가 많다고 판단하고, 마케터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를 집중해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마케터들 사이에서 퍼블리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고요. 이런 식으로 고객을 더욱 세분화해서 관련 콘텐츠를 확장하고 인지도를 넓히는 것이 저희의 계획입니다.
퍼블리 서비스는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까요?
정액제 멤버십 서비스 외에 뉴스 서비스를 추가로 준비 중이에요. 관심 분야의 전문가가 최신 뉴스를 큐레이션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코멘트하는 형식인데요, 현재 테스트 단계에 있고, 시범 운영에 참여한 분들의 만족도를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여서 점차 개방해나가려고 해요.
퍼블리를 시작할 때의 목표와 지금의 목표를 비교해보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퍼블리의 이름에는 ‘펍’이라는 뜻이 숨어있는데요, 영국에서 펍이 커뮤니티의 중심인 것처럼 퍼블리도 실용적 지식과 사람이 모이는 콘텐츠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것. 그것이 저희의 변함없는 목표예요. 퍼블리를 만들 때 수치의 목표를 정해 놓진 않았었지만 정성적인 목표는 있었어요. 우리나라의 전통 지식 콘텐츠 사업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과 출판이 디지털 시대에 와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 갈 곳을 잃은 독자들에게 퍼블리가 대안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실력과 평판이 좋은 사람들이 퍼블리의 저자가 되고, 또 독자가 되어서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서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글 | 고현경 사진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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